[로리더] 경실련은 13일 삼성준법감시위원회에 참여하는 대법관 출신 김지형 변호사와 대검찰청 차장검사 출신 봉욱 변호사에 대해 “변호사법 품위유지의무 위반으로 징계 처분할 것과 사법체계의 신뢰를 훼손하는 삼성준법감시위원회에서 자진사퇴할 것을 권고해 달라”며 대한변호사협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역삼동 대한변호사협회 앞에서 ‘대한변협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김지형 전 대법관, 봉욱 전 검사를 징계 처분하라’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부제 ‘재벌 특혜 전관예우 반대한다’를 달았다.

기자회견에는 경실련 윤순철 사무총장, 경실련 정책위원장 겸 재벌개혁본부장으로 활동하는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경실련 시민입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정지웅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사회는 권오인 경제정책국장이 진행했다.

정지웅 변호사, 박상인 서울대 교수,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
정지웅 변호사, 박상인 서울대 교수,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

경실련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김지형 변호사, 봉욱 변호사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대한변협에 제출했다. 진정서 내용을 자세히 살펴봤다.

변협에 진정서를 접수하러 들어가고 있다.
정지웅 변호사, 윤순철 사무총장, 박상인 교수가 변협에 진정서를 접수하러 들어가고 있다.

경실련은 “최근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돼 유죄판단이 이루어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형사사건에 대해, 파기환송심은 형사사건과 무관한 숙제를 내주며 부당하게 양형사유로 해석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실련은 “이 과정에서 김지형 변호사(전 대법관) 봉욱 변호사(전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형사절차의 한 단계인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 및 위원으로 참석해 이재용 부회장의 감형에 영향을 주는 실질적인 변호사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변협이 이재용 부회장의 형사재판에 영향을 주는 행위에 대한 변호사법 위반을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경실련은 “이들의 행위로 사법체계 및 변호사 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음을 고려할 때, 변협이 퇴임한 고위 법조인들이 부정적인 방법으로 형사재판의 변형적인 관여를 원인으로 징계 또는 (준법감시위원회 사퇴를) 권고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정지웅 변호사
정지웅 변호사

경실련은 “이재용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고등법원 제1형사부는 지난 1월 22일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 사건에서도 준법감시실을 신설한 것을 양형사유로 감형했다”며 “이재용 첫 기일에 준법감시실의 설치를 구체적으로 요구하며, 최근에는 아예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를 양형에 반영하기 위해 전문심리위원제도를 활용하겠다는 의견까지 밝혀, 준법감시위원회에 참여한 김지형 변호사, 봉욱 변호사의 관여의 의도가 이재용의 감형을 목적으로 함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대법원은, 이재용에 대한 국정농단에 따른 형사재판에서 경영권 승계를 위해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즉, 과거에 김지형 변호사가 대법관이었을 때 관여한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과 경영권 승계라는 맥락상 맞닿아 있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발언하는 정지웅 변호사
발언하는 정지웅 변호사

국정농단 이재용 부회장 뇌물사건에 대해 2019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 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항소심 판단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항소심에서 무죄판단을 했던 말 3마리(34억원)를 뇌물로 인정하고, 경영권 승계작업에 따른 부정한 청탁을 인정해 삼성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원을 제3자 뇌물로 인정해 총 뇌물액을 86억원으로 판단했다.

이날 판결이 생중계된 가운데 김명수 대법원장은 “삼성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승계작업을 진행했음을 알 수 있다. 승계작업 자체로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이재용 등 피고인이 최서원에게 제공한 뇌물은 말들이라고 봐야 한다”, “승계작업에 관해 전 대통령의 직무 권한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결문을 낭독했다.

박상인 경실련 정책위원장 겸 재벌개혁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재용 파기환송심 첫 기일에 변호인들은 “유무죄를 다투지 않고 양형사유만 변론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인 서울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정준용 부장판사)는 삼성에게 “고위직 임원과 기업 총수의 비리행위도 방지할 수 있는 강력한 준법감시제도가 작동돼야 한다”면서 “미국 연방대법원 양형기준 제8장 준법감시제도를 참고하라”고 이례적으로 주문했다.

이에 삼성은 준법감시위원회의 설립에 착수했다. 경실련은 “이 준법감시위원회는 형사재판에 양형자료로 이용될 것과 상법상 아무런 권한과 책임이 없는 준법감시위원회가 삼성의 면피용 들러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실련은 “김지형 변호사는 삼성준법감시위원장을 수락하면서 삼성의 입장을 변호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김지형 변호사는 지난 1월 9일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으로 내정됐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에는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퇴임한 봉욱 변호사도 위원으로 포함됐다.

그런데 지난 1월 17일 파기환송심 제4차 공판에서, 서울고법 재판부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운영을 이재용 재판의 양형과 연계하겠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정준영 재판장은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운영되어야 양형조건으로 고려될 수 있고 준법감시제도 운영 약속이 제대로 시행되는지 엄격하고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며 형사소송법상 3명의 전문심리위원 제도를 활용해 실효성을 점검할 것”이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재판부는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을 전문심리위원으로 지정하면서, 삼성과 특검에도 심리위원을 추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재벌개혁, 정경유착 근절, 사법정의를 희망하는 국회의원 43명, 노동(한국노총, 민주노총) 시민단체(민변, 참여연대 등)는 지난 1월 21일 “재판부는 이재용 부회장이 범한 죄의 실체를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을 묻는 판결로 사법정의를 세워야 하며, 이재용 부회장의 범죄에 대한 양형심리에 준법감시위원회가 결코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특히 “재판부가 이재용 부회장 범죄의 실체를 철저히 규명할 증거채택을 거부하면서 준법감시위원회 설치를 명분으로 재벌총수의 구명에 나선다면 이는 사법거래, 사법농단, 법ㆍ경 유착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2월 4일 국회에서 같은 취지로 공동기자회견이 열렸다.

좌측부터 김종보 민변 변호사, 윤성철 경실련 사무총장, 전성인 홍익대 교수, 김태동 성균관대 명예교수, 이덕우 변호사, 이병천 강원대 명예교수
좌측부터 김종보 민변 변호사, 윤성철 경실련 사무총장, 전성인 홍익대 교수, 김태동 성균관대 명예교수, 이덕우 변호사, 이병천 강원대 명예교수

지난 2월 13일 서울법원종합청사 앞에서는 이재용 파기환송심 공정하고 정의로운 재판을 촉구하는 지식인(483명) 선언 기자회견도 열렸다. 지식인들은 “파기환송심 서울고등법원 제1형사부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물하기 위한 곡학아세의 경거망동을 즉각 중단하고, 재판이 가지는 역사적 의미의 엄중함을 깊이 새겨 법과 양심에 따라 공정하고 정의로운 재판을 진행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지난 2월 18일 경실련은 이재용 부회장의 공정한 재판을 위해 법경유착으로 급조된 준법감시위원회의 즉각 해체 및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들의 자진사퇴를 권고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정지웅 변호사가 진정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경실련은 진정서에서 “김지형 변호사, 봉욱 변호사의 행위는 부정적인 방법에 의한 변형적인 형사재판 관여행위로, 변협에서 퇴임 대법관의 변호사 업무제한 취지에 반하는 행위”라며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을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특히 김지형 변호사는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을 수락할 때에도 기자회견을 통해 회복적ㆍ치유적 정의를 정당화의 근거로 언급해 자신의 행위가 변형적인 형사변호사 업무로서 사법신뢰를 훼손하고 있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적어도 제4차 공판기일에 준법감시위원회의 책임과 권한조차도 불분명한 상태에서 자신이 관여한 행위가 중요한 양형사유로 사법정의 훼손과 양형거래로 인식되고 있게 된 점이 명백했다”며 “부정적인 영향거래의 수단인 준법감시위원회의 참여를 중단하거나 포기해야 함이 법원의 최고위직 판사로서의 직업윤리”라고 강조했다.

당시 재판부는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운영을 이재용 재판의 양형과 연계하겠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이 발언하고 있다. 

경실련은 “삼성준법감시위원회를 통한 양형절차 관여는, 전형적인 전관예우라고 보기는 어려우나 변형적인 형태의 부정적인 방법에 의한 형사재판 관여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특히 김지형 변호사는 최고법원인 대법원의 대법관으로서 사법부의 권위와 상징성을 대표했고, 대법관은 극히 소수이고 대법원의 위상은 막강하다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며 “대법관의 지위는 개인적 영달의 수단이 아니라 대한민국 법치주의의 버팀목이 돼야 하고 이를 통해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 회복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현재의 부정한 방법을 통한 양형에 영향을 주는 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실련은 “변협에서는 고위 법조인들로서, 이재용의 형사재판의 양형사유로 설치된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위원장 및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김지형 변호사, 봉욱 변호사에게 변호사법 품위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징계 처분해 주고, 사법체계의 신뢰를 훼손하고 있는 삼성준법감시위원회에서 자진사퇴할 것을 권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구호를 선창하는 권오인 국장
구호를 선창하는 권오인 국장

한편, 참석자들은 권오인 경제정책국장의 “변협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 김지형 전 대법관과 봉욱 위원을 즉각 징계하라”, “삼성은 법경유착으로 급조된 준법감시위원회 즉각 해체하라”, “변협은 법경유착으로 급조된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 김지형 전 대법관과 봉욱 위원, 즉각 처분하라”는 선창에 따라 구호를 외쳤다.

참석자들은 “김지형 전 대법관은 변칙적인 재판관여 즉각 중단하라”, “김지형 전 대법관은 이재용 감형을 위한 재판개입을 멈춰라”, “봉욱 전 대검차장은 재판거래를 위한 준법감시위 사퇴하라”, “이재용 감형을 위한 삼성 준법감시위 즉각 해체하라”, “양형거래를 위한 준법감시위원회 위원들은 자진 사퇴하라”, “삼성은 법경유착으로 급조된 준법감시위원회 즉각 해체하라” 등이 적힌 손 팻말을 들고 나왔다.

경실련 시민입법위원회 위원인 정지웅 변호사, 경실련 정책위원장인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경실련 윤순철 사무총장이 13일 대한변협에 김지형 변호사와 봉욱 변호사에 대한 징계 요청서를 제출하고 있다.
경실련 시민입법위원회 위원인 정지웅 변호사, 경실련 정책위원장인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경실련 윤순철 사무총장이 13일 대한변협에 김지형 변호사와 봉욱 변호사에 대한 징계 요청서를 제출하고 있다.

경실련이 김지형 변호사와 봉욱 변호사에 대한 징계 요청 진정서를 대한변호사협회에 제출한 것은, 대한변협은 전국 회원이 가입된 법정단체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김지형 변호사와 봉욱 변호사가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이기 때문에 이번 진정서는 대한변협에서 서울변호사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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