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공무원들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해 “사법행정권 남용, 사법농단의 몸통”이라고 지목하면서 “사법농단 사건으로 만신창이가 된 사법부를 다시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본부장 조석제) 집행부는 30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전 기조실장), 이규진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양형위원),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 등 이 사건 관련자 모두를 고발한다고 밝혔다.

‘사법농단 몸통 양승태와 그 관련자 형사고발 기자회견’ 직후 조석제 법원본부장, 노종섭 전국공무원노조 부위원장, 이경천 전국공무원노조 사법개혁위원회 위원장, 우재선 법원본부 사법개혁위원회 위원장은 고발장과 함께 형사처벌을 촉구하는 법원본부 조합원 3453명의 서명부를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법원본부는 전국의 각급 법원에서 근무하는 법원공무원들로 구성된 옛 ‘법원공무원노동조합(법원노조)’라고 보면 된다. 법원본부(법원노조)에 법원공무원 1만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다.

기자회견에서 조석제 법원본부장은 “저는 오늘 법원본부장 자격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형법 제123조 ‘직권남용죄’ 혐의로 형사고발하고자 한다”며 “법원공무원으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전직 사법부 수장을 형사고발하는 것은 해방 이후 사법부 70년 역사상 처음”이라고 무겁게 말문을 열었다.

가운데 조석제 법원본부장
가운데 조석제 법원본부장

조 본부장은 “법원 내부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특히나 같은 사법기관이지만 재판을 통해 견제자의 역할을 수행해온 법원에서 검찰에 강제수사를 의뢰하는 것 자체가 법원공무원으로서 굴욕감을 느끼게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법원본부장으로서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러나 지난 5월 25일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에서 발표한 조사보고서 내용을 보고 난 이후에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조석제 법원본부장은 “양승태 대법원 체제에 문제제기를 했던 몇몇 판사들을 사찰했다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조사로 시작된 이번 사건이 2차 조사를 거치면서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발전했고, 3차 조사에서는 ‘사법 농단’ 사건으로 귀결됐다”고 일련의 과정을 짚었다.

조 본부장은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법관들에 대한 성향, 동향과 재산관계까지 파악한 파일이 발견됐을 뿐만 아니라 상고법원 입법을 추진했던 양승태 대법원은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 심판 사건’과 함께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을 중요 현안으로 꼽아 청와대와 ‘윈윈’하는 방향을 검토하며 (판결) 선고 시점까지 치밀하게 고려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사법부가 VIP(대통령)와 BH(청와대)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권한과 재량 범위 내에서 최대한 협조해 온 사례를 상세히 설명하면서 국가적ㆍ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건이나 민감한 정치적 사건 등에서 BH와 사전 교감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물밑에서 예측불허의 돌출 판결이 선고되지 않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내용까지 포함돼 있다”고 충격적인 사실을 전했다.

조석제 법원본부장은 “자신의 뼈를 스스로 깎는 심정으로 법원본부 조합원 3453명의 서명을 첨부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형사고발장을 (검찰에) 제출한다”며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으로 대한민국 권력의 최정점에 있는 청와대도 검찰의 강제수사와 압수수색을 피할 수 없었다”고 상기시켰다.

조 본부장은 “대한민국 사법부도 예외일 수 없다”며 “사법농단 사건으로 만신창이가 된 사법부를 다시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검찰의 강제수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내고 관련자 전원을 형사처벌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끝으로 “대한민국의 주인인 국민이 법원에 부여한 사법권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투쟁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 1만 조합원은 언제나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법원본부 정진두 사무처장이 사회를 맡아 진행했고, 법원본부 집행부 30여명이 참여했다. 또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노정섭 부위원장이 투쟁사를, 전교조 이을재 부위원장이 연대사를 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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