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조사단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원인…양승태 전 대법원장”
특별조사단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원인…양승태 전 대법원장”
  • 신종철 기자
  • 승인 2018.05.29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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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체제의 대법원에서 국민을 위한 충실한 재판이 이루어지도록 지원해야 할 사법행정 담당 법관들이 재판에 부당하게 관여하거나,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법관들의 성향이나 동향을 파악해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법관들의 자율적인 활동영역인 전문분야연구회, 인터넷 익명카페, 판사회의 경선에 부당하게 관여하는 등 사법행정권을 남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안철상 법원행정처장(대법관)에게 기구의 구성을 지시했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2월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을 결성했다. 단장은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맡고, 노태악 서울북부지방법원장, 김흥준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 이성복 전국법관대표회의 당시 의장, 정재헌 전산정보관리국장, 구태회 사법연수원 교수로 구성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조사대상과 범위, 방법 등에 관한 모든 권한을 특별조사단에 위임하고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 처장)은 지난 25일 조사결과를 담은 A4용지 192쪽의 ‘조사보고서’를 내놓았다.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조사를 마무리한 특별조사단은 이번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의 배경과 원인으로 먼저 ‘관료제적 경향의 심화’를 지적했다. 특별조사단의 판단을 짚어봤다.

사진=대법원
사진=대법원

대법원은 2010년 12월 6일 대법관회의의 의결을 거쳐 2011년부터 지방법원과 고등법원 판사를 구분해서 뽑는 법관인사 이원화제도를 단계적으로 시행하되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도는 2017년도에 완전 폐지하기로 했다.

이는 승진을 의식한 법관이 인사권자에게 종속되고 유능한 법관도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에서 탈락하면 중도 사직하는 폐단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었다.

특별조사단은 “그런데 양승태 대법원장 취임 이후 법관인사 이원화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이 제도에 대한 재검토가 이루어지면서 종래대로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인사가 유지됐다”며 “그로 인해 일선 법관들이 승진을 위해 대법원의 눈치를 보고 판결하게 된다는 지적이 잇달았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는 사법부 안팎의 일관된 요청이었다”며 “그러나 양승태 대법원장이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대법원의 외형적 다양성이 필요하지만 연간 3만 6000건 넘게 사건을 처리하는 상황에선 전문성이 중요하다’고 밝힌 이래 업무 효율과 조직 안정을 우선시 하는 종래의 대법관 제청 관행이 되풀이됐고, 그로 인해 대법원의 다양성은 위축됐다”고 지적했다.

또 “그 과정에서 일선 법원장들은 대법원장이 제시하는 사법행정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움직였고, 비판적 목소리를 내기는 사실상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짚었다.

특별조사단은 “한편 법원행정처 출신 법관의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법원행정처 차장의 대법관 제청이라는 인사패턴이 점점 강화됐다”며 “그에 따라 차장을 비롯해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하는 법관들이 대법원장의 인사권이라는 구심력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채 주어진 업무에 기능적으로 함몰되는 관료로서의 성향이 강해졌다”고 지적했다.

조사단은 “이처럼 사법부의 관료화가 심화되면서 오히려 사법부 내부, 즉 법관의 인사권을 갖고 있는 사법 상층부로부터의 개별 법관의 독립이 크게 도전받게 되는 상황이 전개됐다”며 “이른바 ‘튀는 판결’에 대한 경각심이 강조되면서 법원행정처에서 하급심 판사가 대법원 판례에 반하는 판결을 했다 하여 그 판사에 대한 징계 내지 직무감독권의 발동이 검토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한편 특별조사단에 따르면 국제인권법연구회는 2011년 법원이 직접 예산을 지원하는 전문분야연구회의 하나로서 발족됐고, 2015년 7월에는 국제인권법연구회 내 소모임의 하나로 이른바 인사모(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가 제안됐는데, 인사모의 창립멤버 중에는 우리법연구회 회원 출신이 다수 포함됐다.

인사모는 재판제도, 사법행정 등 다양한 주제를 비판적으로 토론하는 모임으로 지속했는데, 2015년 8월에는 상고법원 끝장토론 모임을 갖고 이를 부정적으로 비판하는 결론을 내기도 했다.

이후 인사모에서 양승태 대법원장의 의지에 따라 야심차게 추진하던 상고법원 입법화, 사법행정위원회 도입에 대해 번번이 반대여론을 형성하려는 조짐을 보이자 법원행정처는 인사모에 대한 동향 파악, 인사모 구성원에 대한 성향 파악 등이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보고되고, 인사모의 와해를 목적으로 하는 로드맵이 제시되기도 했다.

결국 인사모에서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인사권을 문제 삼는 공동학술대회를 추진하자 인사모의 폐지 내지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위축을 목적으로 하는 중복가입 해소조치를 시행했다.

특별조사단은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 역시 대법원장이 제시한 사법행정상의 목표를 최우선시하는 관료제적 성격이 심화된 맥락 하에서 이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게 특별조사단은 이번 사태의 배경과 원인으로 ‘무리한 상고법원 입법화 추진’을 꼽았다.

2012년 기준으로 대법원이 처리한 상고사건 수는 3만 6233건으로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나머지 대법관 12명이 1인당 연간 3,000여 건을 처리한다. 이는 5년 전인 2008년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1인당 연간 처리건수가 600건 이상 증가한 것이다.

그로 인해 대법원이 법률심으로서의 기능, 정책법원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모순이 심화되자, 상고심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가 2013년도에 본격적으로 전개되었고, 2013년 9월경에는 실무지원단에서 상고법원안, 대법원의 이원적 구성, 고등법원 상고심사부안 등을 포함한 다양한 상고심 강화안을 제시했는데, 그 과정에서 상고법원안이 상고심 강화안으로 채택됐다.

그에 따라 상고법원 입법화를 위한 각종 TF가 구성되었고, 2014년 6월에는 대법원 사법정책자문위원회에서 상고심 기능강화 방안으로 상고심 법원 즉 상고법원을 설치하자는 건의문을 의결했다. 그 무렵부터 상고법원 입법화는 법원행정처의 최우선 순위 정책목표가 되었고, 법원행정처의 역량이 이를 위해 집중 투입됐다.

특별조사단은 “법원행정처는 상고법원안을 주제로 하는 공청회를 개최하고 상고법원안을 찬성하는 칼럼을 언론에 기고하도록 하는 등 여론 조성을 위한 노력은 기울였으나, 상고법원안으로 정책 결정이 이루지는 과정에서 정작 사법부 내부의 의견을 수렴하려는 진정한 노력은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상고법원안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내부에서 등장하는 것을 경계하고 이를 통제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2014년 법원행정처의 인적 구성을 정비해 상고법원 입법화 추진에 나섰다. 그 노력의 결실로 2014년 12월 국회의원 168명이 상고법원 도입과 관련된 6개의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으나, 당초 계획했던 2014년 내 입법화에는 실패했다.

제19대 국회의 임기를 고려할 때 2015년이 상고법원 입법화를 위한 마지막 해임을 인식하고 2015년에는 법원행정처의 입법화 전략과 추진이 더욱 치열해졌다. 19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를 앞둔 2015년 8월에는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을 차장으로 승진시켜 컨트롤 타워를 강화하기도 했으나 결국 상고법원 관련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1소위의 벽을 넘지 못하고 19대 국회의원 임기 만료와 동시에 자동 폐기됐다.

조사단은 “임종헌 기조실장 내지 차장은 오랫동안 최고 수준의 실무책임자로서 상고법원 입법화에 관여해 왔다. 그러나 상고심의 개선 내지 강화라는 정책목표가 너무나 시급하고 절박한 것이라는 점에만 몰입한 나머지 원칙에 위배해 추진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그 과정에서 재판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훼손되고, 학술활동의 자유, 표현의 자유와 같은 법관의 기본권이 침해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특별조사단은 이번 사태의 배경과 원인으로 ‘법원행정처 고위 간부의 장기간 근무로 인한 폐단’을 꼬집었다.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은 2012년 8월부터 2015년 8월까지는 기조실장으로, 그 이후부터 2017년 3월 퇴직할 때까지는 차장으로 총 4년7개월 남짓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했다. 그 이전에도 임종헌 차장은 1997년과 1998년에는 법원행정처 송무국 송무심의관으로, 2005년에는 기조실 기획조정심의관으로, 2006년과 2007년에는 등기호적국장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조사단은 “임종헌 차장은 법원행정처에서 사법행정을 담당하면서 남다른 열정과 강한 추진력으로 근무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사법행정 업무에만 종사함으로써 일선 재판현장에서 근무하는 법관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재판의 사법행정에 대한 우위’라는 원칙, 즉 사법행정은 재판을 지원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는 사실을 점점 잊어버리고, 어느 순간 사법행정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판을 수단으로 삼거나 법관의 동향을 파악할 수도 있으며 특정 연구회의 활동을 통제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또한 “임종헌 차장은 기조실장에서 곧바로 차장으로 승진했던 관계로 종래 자신과 함께 기조실에서 근무하던 심의관들에 대해 기조실장을 거치지 않고 직접 보고서의 작성을 지시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조사단은 “임 차장은 사안에 따라서는 사법지원실, 인사총괄심의관실 등 다른 부서의 심의관들에 대해서도 주저 없이 지시하기도 했고, 나아가 기조실에서 근무하다가 다른 법원으로 전근 간 전 심의관들에 대하여도 보고서의 작성을 요구하기도 했다”며 “그러한 과정에서 임종헌 차장이 가지고 있었던 사법행정 우위의 사고는 기조실뿐만 아니라 다른 부서에도 점차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조사단은 “특히 임종헌 차장이 차장으로 보직 변경된 뒤에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 패턴에 비추어 볼 때 임종헌 차장이 대법관으로 제청될 가능성이 무척 높다고 심의관들은 인식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에 따라 심의관들은 임종헌 차장으로부터 보고지시를 받게 되면 임종헌 차장이 선호하는 문서 스타일, 예컨대 공격적이고 전략적인 문구, 정세 분석과 정무적 판단, 극단적인 방안까지 포함하는 다양한 시각에서의 대응방안 검토, 로드맵의 예시 등을 보고서에 넣으려고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심의관들이 평소 생각했던 헌법적 가치나 원칙은 무시되거나 외면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태에서 확인된 문서들 중 실제 실행된 사례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지만, 작성된 문서들이 주는 충격이 큰 이유는 이와 같은 임종헌 차장이 선호하는 문서 스타일과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특별조사단은 “법관이 가지는 보편적인 가치와 원칙에 따라 이번 사태를 철저히 조사하고 공정하게 평가하려고 노력했고, 특정한 정치적 입장이나 진영논리는 배제하려 했고, 사법부 안팎의 환경이 바뀌더라도 보편적으로 관철될 수 있는 기준으로 평가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또 “근거 없이 섣부르게 의혹 관련 사실을 인정하거나 관련자들의 책임을 단정하지 않았고, 의혹 관련자들에 대하여도 충분한 해명의 기회를 주려고 노력했으며, 강제력이 없는 조사이긴 하나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사방법을 시도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조사단은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의혹은 법원행정처가 법관들의 뒷조사를 한 파일이 기조실 컴퓨터 내에 존재하는지 여부였고, 조사한 결과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법관들에 대한 성향, 동향, 재산관계 등을 파악한 파일들이 존재했음은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비판적인 법관들에 대해 리스트를 작성해 그들에 대해 조직적, 체계적으로 인사상의 불이익을 부과했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는 발견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특별조사단은 “그러나 재판과 관련해 특정 법관들에게 불이익을 줄 것인지 여부를 검토한 것이나 사법정책에 비판적인 법관들에 대한 성향, 동향, 재산관계 등을 파악했다는 점만으로도 헌법이 공정한 재판의 실현을 위해 선언한 재판의 독립, 법관의 독립이라는 가치를 훼손하려는 것으로서 크게 비난받을 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사법부는 과거 사법부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 외압에 저항해온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고, 그 때마다 그와 같은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법부 내에 견고한 장치들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요청이 있어 왔다”며 “그런데 이번 조사결과에 따르면, 일선 재판 현장에 있는 판사들을 지원해야 할 법원행정처에서 판사들이 판결로써 말하고자 하면 징계권이나 직무감독권을 내세워 재갈을 물리려고 했고, 아무리 보고서에 불과하더라도 판사라면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을 보고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조사단은 “또한 재판에 영향을 실제 미칠 의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상고심의 절박한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는 미명 하에 판결을 거래나 흥정의 수단으로 삼으려고 한 흔적들이 발견됐다”고 짚었다.

특별조사단은 “사법부의 권위는 좋은 재판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는 데에 근거하는 것”이라며 “이번 사태는 주권자인 국민이 법관에게 공정한 재판을 할 것을 기대하며 사법부에게 부여한 ‘재판의 독립’, ‘법관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장치를 사법부 자신이 부인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스스로 그 존재의 근거를 붕괴시킨 것”이라고 개탄했다.

조사단은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기 위한 출발은 잘못에 대한 깊은 반성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며 “이번 사태로 드러난 의혹을 남김없이 국민에게 밝히고 가혹한 질책과 비판이 있더라도 낮은 자세로 받아들이며 깊은 반성과 헌신적인 노력으로 국민이 소망하는 법원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 외에는 사법부가 국민의 용서와 신뢰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단은 “이러한 점에서 이 보고서는 무엇보다 과거의 잘못을 되돌아보는 기록이어야 하고, 앞으로 이러한 사태가 다시 재발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법부 구성원 모두가 공감하고 공유하는 기록이어야 한다”며 “앞으로 이러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적어도 법관 모두가 이러한 참회에 동참해야 하고, 미래를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별조사단은 제안을 내놓았다.

먼저 ‘사법부 관료화의 방지책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조사단은 “이번 사태의 배경은 사법부의 관료화가 심화됐다는 데에 있다”며 “대법원장의 인사권은 더욱 강화됐으며, 상고법원의 입법화라는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법원행정처의 의사결정 구조는 더욱 수직적으로 변했다”고 진단했다.

또 “사법부 주요 정책의 결정은 수평적인 의사결정과정을 거치면 거칠수록 오류가 줄어들고 더욱 단단해지는 것이며, 하급심의 풍요롭고 다양한 판단을 통해 대법원 판례는 사회의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 이번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사법부의 조직문화 자체가 바뀌어야 하는 것이고, 현재 사법부 관료화의 폐단을 방지하기 위해 대법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둘째로 ‘사법행정 담당자가 지켜야 할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특별조사단은 “이번 조사를 통해 드러난 사법행정권 남용사례를 분석해 사법행정 담당자가 지켜야 할 실체적 규범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사법행정 담당자가 준수해야 할 권고의견을 제시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셋째로 ‘재판의 독립이 침해된 경우 이를 시정할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별조사단은 “이번 사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재판의 독립을 훼손하려는 시도들이 있었다는 것”이라며 “따라서 일선 법관들의 재판상 독립이 침해된 경우 이를 다투고 시정할 장치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사단은 “지난 2009년 서울중앙지방법원(법원장 신영철)의 재판 개입 파문이 있은 후 설치할 것이 검토된 바 있는 ‘재판독립위원회’에 관하여 보다 본격적인 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이 과정에서 일선 재판현장에서 재판의 독립을 지켜나가야 할 법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넷째로 ‘재판의 독립을 함께 논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개발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특별조사단은 “이번 조사를 통해 사법부 내부에서 재판의 독립을 훼손하려는 시도들이 적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그럼에도 재판의 독립에 관해서는 법관들 사이에 충분히 논의를 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지 않았던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관연수 등을 통해 재판의 독립에 관해서 자율적으로 토론하는 프로그램이 개발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섯째로 ‘의혹 관련자들에 대한 인적 조치를 취하는 과정에서 사법부 안팎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특별조사단은 “조사대상이 된 사법행정권 남용 사례에 대해 형사적 구성요건 해당성 여부를 검토했으나, 전문분야연구회 중복가입 해소조치와 관련한 직권남용죄 해당 여부는 논란이 있고, 인터넷 익명게시판 게시글과 관련한 업무방해죄는 성립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이며, 그 밖의 사항은 뚜렷한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상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했다.

특별조사단은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의혹에 관련된 행위자 별로 관여 정도를 정리해 징계청구권자 또는 인사권자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특별조사단의 “조사단의 조사는 과거 잘못에 대한 청산의 의미를 가지는 한편 치유와 통합을 통해 사법부의 미래를 함께 개척하자는 의미도 가진다”며 “이를 위해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 법원 감사위원회, 전국법관대표회의 등 사법부 안팎의 다양한 의견을 들은 후 적절한 조치로 나아갈 것을 제안한다”고 제시했다.

이번 조사를 마치며 특별조사단은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라고 선언하고 있다”며 “이와 같은 재판의 독립, 법관의 독립은 주권자인 국민이 정당하게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헌법적 가치로 반드시 지켜야 할 불가침의 영역이자 대한민국 건국 이래 정권으로부터 이를 지켜내기 위해 노력을 다해온 선배 법관들의 땀이 배어 있는 신성한 영역”이라고 상기시켰다.

이어 “이번 사태의 배경은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한 사법부가 법관들의 의사를 충분히 수렴하기보다는 효율성을 강조하는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에 안주함으로써 관료제적 경향을 더욱 심화시킨 점에 있다”고 진단했다.

특별조사단은 “결국 이번 사태는, 대법원장 임기 내에 달성할 최고 핵심과제로 2014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 상고법원 입법 추진 과정에서 목표 달성에만 몰두해 수단과 방법의 적절성에는 눈 감아 버린 점”을 꼽았다.

또 “상고법원 입법 추진 과정에서 내부의 비판에 대해서는 이를 수렴해야 할 의사로 보기보다는 걸림돌로 보고 비판의 핵심그룹인 법관들을 분류해 제어ㆍ통제하려 하고, 사법부의 독립에 대한 침해의 태도를 보이는 청와대에 대해서는 오히려 입법 과정에서 협조를 얻어야 하는 동반자로 보고 재판의 결과를 유화적 접근 소재로 이용하거나 진행 중인 재판을 협상의 도구로 활용하려 한 점”을 지적했다.

여기에다 조사단은 “법관들의 자발적인 학술단체와 그 소모임에 대해 지나치게 경계하고 해당 법관들의 학술활동에 대해 부당하게 개입ㆍ관여함으로써 법관들의 기본권을 침해할 만한 행위를 한 점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고 정리했다.

조사단은 “또한 법원행정처 고위 간부의 지나친 장기간 근무로 인한 폐단은 이와 같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봤다.

특별조사단은 “사법부 관료화를 방지할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하고, 사법행정 담당자가 지켜야 할 기준이나 규범을 마련함으로써 사법행정과 재판 작용의 엄정한 구분을 유지하는 한편, 재판의 독립이 침해된 경우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을 고민했다”며 “그리고 법관 사회 전체가 재판의 독립을 위해 서로 토론하는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끝으로 조사단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사법부 안팎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 엄정한 조치를 취하는 한편, 여러 가지 제도개선을 통해 사법부 내부의 갈등을 치유하고 통합으로 나아감으로써 ‘국민을 위한 사법’으로, 그리고 ‘좋은 재판’으로 국민에게 다가가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사법부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마무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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