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올림 “삼성만 보호 산업기술보호법 위헌 헌법소원” 헌법재판소 심판대
반올림 “삼성만 보호 산업기술보호법 위헌 헌법소원” 헌법재판소 심판대
  • 신종철 기자
  • 승인 2020.03.05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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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더 신종철 기자] 이른바 ‘삼성보호법’이라고 불리는 산업기술보호법이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과 산업기술보호법 대책위원회는 5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 앞에서 ‘국민의 알권리와 건강권을 침해하는 산업기술보호법은 위헌이다!’라는 주제로 반도체ㆍ전자산업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 및 산업기술보호법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대책위원회에는 반올림, 민주노총,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단법인 오픈넷,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건강연대, 생명안전 시민넷, 일과건강, 건강한 노동세상, 다산인권센터 등 시민사회노동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반올림 이상수 상임활동가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반올림 이상수 상임활동가

기자회견 사회는 반올림 이상수 상임활동가가 진행했다. 그는 먼저 다음과 같은 구호를 선창하며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알권리 가로 막는 산업기술보호법 위헌이다”

“일터 안전 위협하는 산업기술보호법 위헌이다”

“국민건강권 외면하는 산업기술보호법 위헌이다”

반올림 활동가, 임자운 변호사, 조승규 공인노무사, 최지연 변호사
구회 외치는 반올림 활동가, 임자운 변호사, 조승규 공인노무사, 최지연 변호사

이상수 활동가는 “지난해 8월 2일 산업기술보호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내 산업기술을 보호한다는 취지를 내세운 법인데, (당시) 일본의 무역보복 분위기를 타고 국회에서 단 한 표의 반대 없이 통과됐다”며 “하지만 이 법에는 감추어진 독소조항들이 있었다. 뒤늦게 이 내용들을 알게 된 반올림과 시민사회가 산업기술보호법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함께 힘을 합쳐서 이 문제에 대응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언론들이 이 문제를 중요하게 보도해 준 덕분에 이제 많은 분들이 문제점을 잘 알게 됐다”고 고마워했다.

이상수 활동가는 “그리고 지난 2월 20일 산업보건학회를 비롯한 유관 학회 4곳에서 산업기술보호법이 재개정돼야 한다는 취지로 입장문을 발표해줬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국산업보건학회, 대한건설보건학회, 한국직업건강간호학회, 한국환경보건학회는 “국민의 알권리와 건강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산업기술보호법의 개악 철회를 촉구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또 “지난 2월 24일에는 이 법을 통과시켰던 국회에서, 열다섯 분의 국회의원들이 ‘이 법의 문제점을 미리 파악하지 못하고 찬성했고, 그래서 이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 재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그런 연서명을 담아서 기자회견을 (국회 정론관에서) 진행해 주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상수 반올림 활동가
이상수 반올림 활동가

이상수 상임활동가는 “오늘 (기자회견) 입장에는 민주당, 정의당, 민중당의 열다섯 분의 국회의원들이 함께 참여해 줬다”며 “저희 대책위는 오늘 산업기술보호법이 위헌임을 확인하기 위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그 사실을 알리기 위해 기자회견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15명의 국회의원은 김종대, 김종훈, 박용진, 박정, 박홍근, 신창현, 심상정, 여영국, 우원식, 윤소하, 이정미, 이학영, 제윤경, 추혜선, 강병원 의원이다.

이상수 활동가는 “내일 3월 6일은 故(고) 황유미님의 13주기다. 매년 반올림은 이 날을 기해서 반도체ㆍ전자산업 산재사망 노동자들을 추모하는 행사를 시민사회와 함께 진행해 왔다”며 “하지만 올해는 (코르나19 등으로)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기자회견으로 갈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반올림’은 삼성반도체 기흥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2007년 숨진 황유미씨의 진상규명 대책위원회로 출발해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로 발전했다.

추모의 시간
추모의 시간

이날 기자회견 추모의 시간에서 이상수 반올림 활동가는 다음을 읊었다. 

반도체공장의 클린룸에는 먼지가 없습니다.

먼지는 미세한 반도체칩을 불량으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만드는 먼지도 막기 위해 노동자들은 방진복을 입고 마스크를 착용해서 온몸을 가려야 합니다.

하지만 먼지 대신 클린룸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들, 사람에게는 해롭지만 반도체를 위해 필요한 것들, 수많은 독성화학물질, 중금속ㆍ방사선ㆍ반도체를 위해 모든 것을 갖춘 그곳에 사람의 안전에 대한 배려는 많이 부족했습니다.

지금까지 반올림에 제보된 직업병 피해자만 683명입니다. 그중 197명은 이미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분들을 기억하면서 함께 묵념하도록 하겠다.

묵념이 끝나고, 이상수 활동가는 “여전히 노동자들은 반도체공장에서 병에 걸리고 죽어가고 있다”며 “그 죽음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올림 상임활동가인 조승규 공인노무사가 ‘반도체 전자산업 노동자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그 날까지, 반올림은 멈추지 않고 나아가겠다’는 제목의 추모사를 낭독했다.

임자운 변호사, 조승규 공인노무사, 최지연 변호사, 박기형 상임활동가
임자운 변호사, 조승규 공인노무사, 최지연 변호사, 박기형 상임활동가

또 민주노총 이상진 부위원장으로부터 산업기술보호법에 대한 노동현장의 우려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그리고 반올림에서 활동하는 임자운 변호사로부터 산업기술보호법에 대한 헌법소원 취지와 내용을 들었다.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기자회견문은 반올림과 함께 반도체 직업병 문제에 대해 싸워 온 박기형 한국노동안전연구소 상임활동가와 이번 헌법소원을 같이 준비한 최지연 변호사(사단법인 오프넷)가 낭독했다.

다음은 <국민의 알권리와 건강권을 침해하는 산업기술보호법은 위헌입니다> 기자회견문.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박기형 한국노동안전연구소 상임활동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박기형 한국노동안전연구소 상임활동가

올해는 자욱한 미세먼지와 꽃샘추위 대신 코로나 바이러스가 봄을 시샘하고 있습니다.

반올림에게 봄은 반도체ㆍ전자산업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와 함께 시작됩니다.

내일은 故황유미님의 13주기입니다.

지금까지 반올림에 제보된 피해자는 683명이고, 그 중 197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한 분 두 분 어렵게 직업병을 인정받아 온 결과, 이제 산재를 인정받은 분이 64분이 되었습니다.(2020년 3월 5일 기준) 먼저 길을 만들어온 분들 덕분에 직업병을 인정받기가 조금은 수월해졌습니다. 오랜 기간 책임을 회피해왔던 몇몇 기업들도 문제를 인정하고 보상제도를 마련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반도체ㆍ전자산업 노동자들의 직업병 문제는 이제 우리 사회의 상식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올해 초 삼성전기 백혈병 피해자 고(故) 장동희님이 산재를 인정받았습니다. 인쇄회로기판(PCB)을 만드는 일로 직업병을 인정받은 최초의 사례입니다. PCB 공정은 다양한 유해화학물질을 다루고, 방사선, 야간교대근무 등 반도체, LCD 공장과 매우 유사한 유해요인이 존재하는 업종입니다. 반올림은 반도체, LCD를 넘어 전자산업 일반에서 직업병 문제를 드러내고 작업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위험을 알리는 일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작년 초에 돌아가신 삼성SDI 백혈병 피해자 고(故) 황선민님은 본인이 직접 작성했던 재해경위서를 남기고 산재가 인정되는 걸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고인이 백혈병에 걸린 후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산재결정이 미뤄지고 있습니다. 노동부가 산재처리를 간소화하여 피해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겠다고 했지만, 몇 년씩 산재인정이 지연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산재보험 제도가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더 개선되어야 합니다.

조승규 공인노무사, 최지연 변호사, 박기형 상임활동가
조승규 공인노무사, 최지연 변호사, 박기형 상임활동가

특히 알 권리의 경우에는 오히려 후퇴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지난 해 8월 2일 국회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외면하고 산업기술보호법(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을 개악시켰습니다. 개정된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르면, 국가핵심기술에 관한 정보는 공개될 수 없고, 산업기술을 포함하는 정보는 취득목적과 달리 사용하고 공개하면 처벌한다고 합니다. 알 권리는 노동자의 생명 안전 보호를 위해 정말 필수적인데도, 산업기술보호법은 그런 측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습니다.

최근에 산업기술보호법에 대한 시민사회의 우려가 전혀 과장이 아니었음이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2월 19일 서울행정법원은 작업환경측정보고서 정보공개청구소송에서 비공개 판결을 내렸습니다. 작업환경측정보고서는 유해물질에 대한 노출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로, 직업병 입증을 위해서 당연히 확인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번 서울행정법원은 개정된 산업기술보호법을 언급하면서 비공개 판결을 내린 것입니다.

개정 산업기술보호법은 유해물질에 대한 알권리와 사업장의 유해환경에 대해 공론화할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법입니다. 결과적으로 일터의 위험이 알려지는 것을 막아, 국민들이 사고와 질병, 죽음으로 그 피해를 감당하게 될 것입니다. 이에 산업기술보호법 대책위원회는 헌법소원 청구를 통해 이 법이 위헌임을 확인하고자 합니다. 알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현실은 독성화학물질만큼이나 위험합니다. 헌법재판소에 요청합니다. 국민들의 알권리와 건강권 실현을 위해 산업기술보호법을 제대로 바로잡아 주십시오.

기자회견문 낭독하는 최지연 변호사
기자회견문 낭독하는 최지연 변호사

기자회견문 낭독에 이어 참여연대 공익활동가학교 참여자들 퍼포먼스가 열렸다. 여기서는 산업기술보호법의 국가핵심기술에 관한 정보비공개 조항 ‘위헌’, 산업기술을 포함하는 정보 취득 목적의 사용ㆍ공개 처벌 조항 ‘위헌’, 직무상 비밀 누설 처벌 조항에 대한 ‘위헌’ 결정을 내리는 것이었다.

위헌 퍼포먼스
위헌 퍼포먼스

퍼포먼스가 끝난 다음에 진행자인 이상수 활동가는 다음을 선창하며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직업병 입증 방해하는 산업기술보호법 위헌이다”

“위험을 감추는 산업기술보호법 위헌이다”

“연구활동 가로막는 산업기술보호법 위헌이다”

“언론의 자유 침해하는 산업기술보호법 위헌이다”

“삼성만 보호하는 산업기술보호법 위헌이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에는 이번 산업기술보호법의 헌법소원을 준비한 임자운 변호사(반올림), 최지연 변호사(오픈넷), 조승규 공인노무사가 ‘산업기술보호법 헌법소원 청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헌법소원 청구서를 제출하러 헌법재판소에 들어가는 조승규 공인노무사, 임자운 변호사, 최지연 변호사(우)
헌법소원 청구서를 제출하러 헌법재판소에 들어가는 조승규 공인노무사, 임자운 변호사, 최지연 변호사(우)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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