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신종철 기자] 잠자리를 가진 여성이 술에 취해 잠들었는데 나체사진을 찍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은 유죄일까, 무죄일까. 여성은 황당해 했고, 남성은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A씨는 2017년 4월 자신의 아파트에 평소 알고 지내던 B씨를 데려가 잠자리를 가졌다. 그런데 며칠 뒤 A씨는 B씨에게 성관계 장면과 술에 취해 잠든 B씨의 나체사진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전송했다.

검찰은 휴대전화 카메라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피해자의 신체를 의사에 반해 촬영한 혐의로 A씨를 재판에 넘겼다.

A씨는 “사진을 촬영하기 전에 피해자로부터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1심인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형사2단독 장원석 판사는 2018년 11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성폭력치료 강의 40시간 수강을 명했다.

장원석 판사는 성관계를 동의한 것과 사진을 찍는 것에 대한 동의는 별개의 문제라고 봤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촬영 당시 피해자는 잠들거나 잠들기 직전으로서 술에 상당히 취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피해자가 사진 촬영에 동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A씨가 항소했고, 항소심인 의정부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오원찬 부장판사)는 2019년 10월 유죄 1심 판결을 뒤집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SNS로 사진을 전송한 시점을 전후해 피해자와 나눈 대화 등에 비춰 보면 피해자 몰래 사진을 촬영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이 몰래 촬영한 것이라면 피해자에게 사진을 전송해 보여줄 경우 피해자가 강력 항의할 것은 물론 형사책임까지 물으려 할 가능성이 충분히 예상됨에도 피해자에게 전송한 점 등에서 피고인에게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건 당일 만취한 상태여서 피고인과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해 피해자가 사진촬영에 동의했음에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이에 검사가 상고했고, 대법원 제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지난 2월 6일 A씨에게 무죄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라”며 의정부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해자는 사건 당시 술에 만취해 판단능력이나 대처능력을 결여한 상태에 있었음이 분명하고, 피해자가 이런 상태에 있음을 알았으므로, 피고인은 사진 촬영행위가 피해자의 진정한 의사에 반한다는 사실을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고 봄이 옳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런 상황에 처한 피해자가 피고인의 행위에 대해 거부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고 해서 동의한 것으로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며 “원심은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을 가질만한 사정을 찾기 어려운데도, 원심은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의심만으로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봤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원심의 판단은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고 판단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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