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삼성전자를 비롯한 17개 삼성 계열사들은 28일 과거 삼성 미래전략실이 임직원들의 시민단체 기부금 후원내역을 무단으로 열람한 것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삼성의 불법사찰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공동대응’은 즉각 “불법사찰 범죄의 실체를 가리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양형에 영향을 주기 위한 ‘꼼수사과’, ‘위장사과’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이날 사과에 참여한 계열사는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S,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호텔신라, 제일기획, 에스원, 삼성경제연구소, 삼성의료원 등 17개사.

삼성은 <임직원들의 시민단체 후원내역 열람에 대해 깊이 사과드립니다>라는 사과문을 통해 “2013년 5월 구(舊) 삼성 미래전략실이 특정 시민단체들에 대한 임직원 기부 내역을 열람한 것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삼성은 “임직원들이 후원한 10개 시민단체를 ‘불온단체’로 규정하고, 후원 내역을 동의 없이 열람한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명백한 잘못이었음을 인정한다”며 “임직원 여러분, 해당 시민단체, 관계자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경영진부터 책임지고 앞장서서 대책을 수립, 이를 철저하고 성실하게 이행해 내부 체질과 문화를 확실히 바꾸도록 하겠다”며 “임직원들에게도 회사의 잘못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고 밝혔다.

삼성은 “앞으로는 시민단체와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교류를 확대해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의 기대에 부합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임직원과 시민단체 및 관계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삼성생명 서초사옥
삼성생명 서초사옥

하지만 ‘삼성의 불법사찰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공동대응’은 이날 “삼성의 ‘꼼수사과’를 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며 “불법사찰 범죄의 실체를 가리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양형에 영향을 주기 위한 ‘꼼수사과’, ‘위장사과’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연말 선고된 삼성 노조파괴사건 판결에서 법원도 인정했듯이 삼성의 불법사찰은 분명 수년간 지속적이었다”며 “심지어 범죄의 내용도 단순히 시민단체 후원 내역을 열람한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가입했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는 ‘문제인력’을 특정하고 ▲MB정부 시절 국정원의 지원을 받았다고 알려진 보수단체가 선정한 반국가 친북좌파 단체를 토대로 ‘불온단체’ 명단을 만들어 ▲‘문제인력’의 연말정산 자료를 뒤져 ‘불온단체’ 후원내역을 찾아낸 후 ▲이를 미전실(미래전략실)이 각 계열사에 보내 밀착감시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민사회단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단 한 번의 후원내역 열람만을 했다면서 사과문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분명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 임직원들에 대한 기만”이라며 “우리는 불법사찰 범죄에 대한 그룹차원의 강력한 비호가 있는 것은 아닌지 현저한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단체들은 “한편 삼성은 준법감시위원회가 이 건에 대한 사과를 촉구했다고 밝혔는데, 오늘 발표된 사과의 내용에 비추어볼 때 온 사회가 우려한 바대로 준법감시위원회는 삼성의 범죄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임의조직에 불과함을 실례를 통해 확인한 것”이라며 “불법사찰이라는 중대 범죄에 대한 사과마저도 허울뿐인 조직을 위한 홍보수단으로 활용하는 삼성의 행태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시민사회단체는 “삼성은 진정성을 찾아볼 수 없는 꼼수사과 뒤에 숨지 말고, 피해 노동자들과 단체들이 요구하는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재발방지대책, 피해자구제대책 마련 등의 요구사항에 충실히 답하라”며 “우리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은 헌법을 서슴없이 유린하고 있는 삼성의 범죄의 전모가 모두 드러나고 명백한 재발방지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함께 목소리 내며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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