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신종철 기자] 교내에서 교사들 사이에 발생한 성희롱 사건을 무마하려한 중학교 교장에게 내려진 ‘견책’ 징계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울산지방법원에 따르면 울산시교육감은 2018년 12월 울산지역 중학교 교장으로 근무하던 A씨에 대해 ‘성희롱 피해자 보호조치 미이행’과 ‘부적절한 발언’을 이유로 징계위원회 의결을 거쳐 견책 처분을 했다.

교내에서 여교사 간 성희롱 사건이 발생하자, A교장은 이 사실을 성희롱 피해자인 B씨의 동의 없이 친정아버지에게 알리고, 가해자와의 화해와 합의를 종용하며 성고충심의위원회를 열지 말자고 부탁하는 등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가하고 보호조치를 소홀히 하는 등 성관련 비위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또 A씨는 교직원들이 참여한 교무회의 시간에 학부모 교육과정 설명회에 대해 ‘학부모가 반에 몇 명 오는지에 따라 성과금을 차등 지급하겠다’고 말해 교장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것도 징계사유였다.

A교장은 견책 징계처분에 불복해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을 제기했는데, 위원회는 2019년 3월 징계사유가 모두 인정되고 징계양정은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했다고 보고 어렵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그러자 A씨는 “묵시적으로 성희롱 사건에 대해 관용적인 태도를 취하거나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화해나 합의를 종용함으로써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가하거나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소홀히 한 사실이 없다”며 “설령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징계처분으로 교장의 직책을 중임할 수 없게 되는 점 등에 비춰 보면, 징계처분은 지나치게 가혹해 비례의 원칙을 위반해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성과급 발언에 대해서도 A씨는 “단지 개인적인 견해를 피력하는 정도에 불과해 그것이 품위유지의무위반에 해당하는 정도의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울산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강경숙 부장판사)는 2019년 12월 중학교 교장 A씨가 울산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견책처분취소 청구소송을 기각하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인정사실에 따르면 중학교 교사인 B씨는 2018년 5월 울산교육청 고충상담원과의 전화상담을 통해 자신이 동료 교사로부터 잦은 스킨십을 당하고, 지속적으로 성희롱 발언을 들었다는 피해사실을 신고했다.

교육청으로부터 피해사실을 전달받는 교감은 피해자와 상담하고, 성고충심의위원회 구성을 지시했다. 이후 교감은 B씨의 동의를 얻어 가해자가 공개사과를 하는 방법으로 화해ㆍ합의하는 방안을 시도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B씨는 성희롱 피해사실을 울산교육청 성고충센터에 정식으로 신고했다.

이에 교감은 피해자의 요청에 따라 가해자에 대한 접근금지 및 문자메시지 발송금지 조치를 취했다. 또 성고충심의위원회를 개최할 것을 통보했다.

그런데 교장 A씨는 평소 안면이 있는 피해자(B)의 아버지에게 성희롱 피해사실을 알리며 “오늘 성고충심의위원회가 열리니 사건을 잘 무마시켜 달라”고 부탁했다.

재판부는 먼저 “피해자가 신고한 성희롱 피해 사실이, ‘피해자와 서로 대등한 지위에 있는 동료 여성 교사인 가해자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는 것으로서 위법성 여부를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특수성이 있는 점, 원고가 피해자의 친정아버지와 개인적인 안면이 있는 사이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사안이 비교적 경미하거나 위법성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인식하에 이를 원만하게 해결하려는 시도를 했던 것으로 볼 여지는 있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의 행위에 문제가 있다 지적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교장으로서 피해자가 호소하는 성희롱 피해사실에 대해서 보호조치가 충실히 이행되면서 절차에 따라 공정하고 신속하게 사건이 해결되도록 할 학교 내 최종적인 책임자 지위에 있었던 점,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수개월간 지속적으로 성적으로 부당한 언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접근금지 등 가해자에 대한 적극적인 조치를 구하고 있었으므로 피해자가 호소하는 피해의 정도가 가벼웠다고 단정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또 “원고는 성고충심의위원회 개최 당일 피해자의 친정아버지에게 피해자가 주장하는 성희롱 피해 사실을 알리고 그에 대한 무마를 부탁하기도 했는데, 원고로서는 설령 고지의 상대방이 피해자의 친정아버지라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입장에서 그러한 사실이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원고는 성고충심의위원회 개최가 임박한 상황에서 피해자에게 성고충심의위원회가 열리지 않기를 원하는 분명한 의사를 표현했는데, 이는 피해자에게 심리적 압박감과 함께 좌절감 등을 느끼도록 했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원고의 언행은 피해자의 동의나 양해 없이 제3자에게 관련 사실을 알리고, 묵시적으로 성희롱 사건에 대해 관용적인 태도를 취하거나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화해나 합의를 종용하는 것으로서 피해자가 호소하는 성희롱 피해사실에 대해서 보호조치가 충실히 이행되면서 절차에 따라 공정하고 신속하게 사건이 해결되도록 할 책임자로서의 의무를 다 하지 못한 채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가하거나 보호조치를 소홀히 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가 인정되는 이상 견책처분보다 가벼운 어떤 징계가 있을 수 없으므로, 견책처분을 한 것을 가지고 징계의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비위사실이 ‘성실하고 능동적인 업무처리 과정에서 과실로 생긴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령 감경 사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징계권자인 피고가 원고에 대해 징계를 하는 대신 ‘불문경고’ 등의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 피고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서 명백하게 부당하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이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것임을 주장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성과급 발언에 대해 재판부는 “학교 운영에 관한 최종적인 책임자의 지위에 있는 원고가 공식 회의에서 한 발언으로서 그것이 단순히 원고의 개인적인 의견을 표명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기는 어렵고, 원고의 그와 같은 발언에 교사들이 다소 부담감과 압박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의 발언은 공식적인 교무회의 석상에서 교사들을 상대로 학부모 교육과정 설명회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고, 그러한 발언이 강압적이거나 폭력적인 언사와 함께 행해졌던 것으로 볼 자료도 없어, 원고가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하기 어렵다”며 “따라서 이 부분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