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신종철 기자] 범인에 대한 추징판결을 제3자가 취득한 불법재산에 대해 추징 집행할 수 있도록 규정한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는 1996년 12월 서울고등법원에서 반란수괴,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법률 위반(뇌물) 등의 범죄사실로 무기징역형과 2205억원의 추징 판결을 선고받았다. 이 판결은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A씨는 2011년 4월 전두환씨 큰아들의 재산관리인으로부터 용산구 한남동 땅 546㎡를 구입했다.

박근혜 정부의 검찰은 전두환 추징금에 적극 나섰고, 여론이 비등해 지면서 2013년 7월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이 개정됐다.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이다.

서울중앙지검은 2013년 8월 A씨가 구입한 땅은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에 정한 불법재산에 해당하고, A씨가 그런 정황을 알면서 취득했다고 판단해 전두환 추징법에 따라 이 땅을 압류했다.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제9조의2(불법재산 등에 대한 추징) 제6조의 추징은 범인 외의 자가 그 정황을 알면서 취득한 불법재산 및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에 대하여 그 범인 외의 자를 상대로 집행할 수 있다.

그러자 A씨가 불법재산인 줄 모르고 구입했다며 검찰의 압류처분에 불복해 2013년 12월 서울고법에 이의신청을 냈고,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14년 9월 이 법률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했다.

이에 서울고법은 2015년 1월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제9조의 2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법재판소는 27일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제9조의 2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재판관 6(합헌) 대 3(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재판관 다수의견은 “공무원범죄몰수법의 입법목적은 뇌물죄와 국고손실죄 등 특정공무원범죄를 범한 사람이 그 범죄행위를 통해 취득한 불법수익 등을 철저히 추적ㆍ환수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요인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고 깨끗한 공직풍토를 조성하려는 데에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공무원범죄몰수법은 특정공무원범죄의 범인이 범죄행위로 얻은 재산인 불법수익뿐만 아니라 불법수익에서 유래한 재산도 몰수 대상으로 해 범인으로부터 필요적으로 몰수하거나 정황을 알면서 불법재산을 취득한 제3자로부터 몰수할 수 있도록 하고, 불법재산을 몰수할 수 없거나 몰수하지 않는 경우에는 범인으로부터 불법재산의 가액을 필요적으로 추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수의견은 “특정공무원범죄를 범한 범인이 정황을 아는 제3자에게 불법재산을 처분해 범인에 대한 추징판결의 현실적 집행이 곤란하게 된다면,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요인을 근원적으로 제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심각한 박탈감을 주고 형사사법에 대한 신뢰마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다수의견은 “이에 제3자가 정황을 알면서 불법재산을 취득한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제3자에게 귀속된 불법재산 및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을 대상으로 범인에 대한 추징판결을 집행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가형벌권의 실현을 보장해 형사사법의 정의를 구현함과 동시에 불법재산을 철저하게 추적ㆍ환수해 공무원범죄몰수법의 입법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 심판대상조항을 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심판대상조항은 제3자가 정황을 알면서 취득한 불법재산 및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에 대해 범인에 대한 추징판결을 집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면서 제3자에게 사전 통지하거나 의견 진술의 기회를 부여하는 등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사전통지 등의 절차를 두지 않은 것이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가 문제되고, 제3자의 재산을 범인에 대한 추징판결의 집행 대상으로 한 것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문제됐다.

재판관 다수의견은 “심판대상조항에 따른 추징판결의 집행은 신속성과 밀행성을 요구하는데, 제3자에게 추징판결의 집행사실을 사전에 통지하거나 의견 제출의 기회를 주게 되면 제3자가 또다시 불법재산 등을 은닉하거나 처분하는 등으로 인해 집행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따라서 제3자가 취득한 불법재산 등에 대해 추징판결을 집행함에 있어서 사전 통지 등의 절차를 마련하지 않는 것에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봤다.

다수의견은 “특정공무원범죄로 얻은 불법재산의 철저한 환수를 통해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요인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고 형사사법의 정의를 구현한다는 공익이 우리 사회에서 가지는 가치, 제3자에게 사전에 통지하거나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데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인정되는 점, 제3자는 사후적 구제수단을 통해서 집행에 관한 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심판대상 조항이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관 다수의견은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제3자가 받는 불이익이 심판대상조항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보다 중대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도 위배되지 않는다”며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돼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합헌 결론을 내렸다.

◆ 이선애, 이종석, 이영진 재판관의 ‘위헌’ 반대의견

이들 재판관들은 “입법자가 제3자의 재산에 대한 추징집행에 맞는 추징보전절차를 따로 마련하면, 사전고지나 청문 등을 보장하면서도 제3자가 집행을 면탈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며 “따라서 집행의 용이함이나 밀행성의 요구가 사전고지나 청문절차의 부재를 정당화하는 방패가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제3자는 심판대상조항에 의해 자신의 재산에 추징집행을 당하기 전에 적법한지 여부에 대해 법관으로부터 판단 받을 기회를 전혀 가지지 못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제3자의 재판청구권을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제3자에게 범인의 몰수ㆍ추징 면탈이나 불법재산 은닉을 용이하게 하고자 하는 고의가 없는 경우에도 추징의 집행을 허용하고, 불법재산으로부터 유래한 재산도 그 집행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제3자의 재산권을 제한한다”고 짚었다.

이들 재판관들은 “심판대상조항은 검사에게 광범위한 재량을 부여하고 있어, 검사는 범인이 아닌 제3자에게 먼저 추징을 집행할 수 있고, 복수의 제3자가 범인으로부터 불법재산을 취득한 경우에는 제3자들 중 누구에게 먼저 추징집행을 할 것인지도 임의로 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검사가 공무원범죄몰수법의 제3자 추징 요건을 갖춘 경우라고 자의적으로 판단해 추징집행을 한 경우에는 불측의 피해를 입는 선의의 제3자가 발생할 수 있다”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돼 헌법에 위반된다”는 위헌의견을 제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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