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외교부 허가 없이 여행금지 국가 방문자 처벌 여권법 합헌
헌재, 외교부 허가 없이 여행금지 국가 방문자 처벌 여권법 합헌
  • 신종철 기자
  • 승인 2020.02.27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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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더 신종철 기자] 외교부의 허가 없이 여행금지 국가를 방문한 사람을 처벌하는 여권법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A씨는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 단체에서 ‘긴급구호 아동보호자문관’으로 일하던 중 단체로부터 2016년 9월 이라크 지역에 파견을 지시받았다.

그런데 당시 외교부장관은 이라크에 대한 여권의 사용제한 또는 방문ㆍ체류 금지 기간을 2016년 8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연장했다.

A씨는 2016년 10월 외교부에 국제 비정부기구의 긴급구호 아동보호자문관으로서 ‘이라크 시리아 난민 긴급구호 인도적 지원’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예외적 여권사용 등 허가 신청을 했다.

그러나 외교부는 국제 비정부기구가 여권법 시행령의 국제기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허가신청을 반려했다.

이에 A씨는 여권법 제26조 제3호와 여권법 시행령 제29조 제1항이 직업선택의 자유,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2016년 11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여권법 제26조 제3호는 여권의 사용제한 또는 방문 체류가 금지된 국가나 지역으로 고시된 사정을 알면서도 예외적 여권사용 등의 허가 없이 해당 국가나 지역에서 여권 등을 사용하거나 해당 국가나 지역을 방문하거나 체류한 사람을 형사처벌하고 있다.

여권법시행령 제29조 제1항은 여권법 제17조 제1항 단서에 따라 외교부장관이 예외적 여권사용 등을 허가할 수 있는 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7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외교부장관의 허가 없이 여행금지국가를 방문한 사람을 처벌하는 여권법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A씨의 헌법소원을 기각하며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

여권법 시행령 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을 갖추지 못해 부적법하다며 각하했다.

헌재는 “국외 위난상황으로 인해 재외공관을 통한 재외국민 보호가 불가능하거나 중대한 어려움이 있는 경우 국민의 생명ㆍ신체나 재산에 대한 피해에 사후적으로 대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국외 위난상황은 우리나라의 주권이 미치지 않는 국외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국민의 생명 신체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가 사전에 이를 예방하기 어렵고, 또한 국외 위난상황의 종류나 내용에 따라 외교적 분쟁, 재난이나 감염병의 확산 등 국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헌재는 “따라서 처벌조항의 입법목적은 국외 위난상황으로부터 국민의 생명ㆍ신체나 재산을 보호하고 국외 위난상황으로 인해 국가 사회에 미칠 수 있는 파급 효과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라며 “이는 헌법에 명시돼 있는 국가의 국민에 대한 기본권 보장의무와 재외국민 보호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법률에 구체화된 것으로서,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이 처벌조항은 국민의 생명ㆍ신체나 재산에 위험이 발생할 것이 예상되는 경우 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형벌을 수단으로 사용해 경고 기능을 강화하려는 것이고, 또한 국외 위난상황으로 인해 발생한 개인의 피해와 국가ㆍ사회에 미친 영향을 고려해보면 소수의 일탈이나 다른 국민들의 모방을 방지할 수 있는 수준의 수단이 필요하다”며 “따라서 형벌 외의 방법으로는 처벌조항과 동일한 수준의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봤다.

헌재는 “해외여행이 증가하면서 재외공관을 통해 재외국민을 보호하는 것만으로는 여건상 한계가 있었다”며 “또한 국제 테러리즘이 심각한 국제문제로 대두되면서 특정 국가나 지역에서는 재외국민 보호를 위한 사후적 대처만으로 그 피해를 줄일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헌재는 “특히 2007년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나라 국민 23명이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돼 억류 도중에 2명이 살해당하고 나머지 21명은 42일 만에 석방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당시에도 아프가니스탄 방문이 위험하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특정 국가의 방문 등을 금지할 수 있는 제도는 없었기 때문에 단지 국민에게 국외 위난상황을 알리고 국민 스스로 회피할 것을 촉구하는 방법만으로는 위와 같은 사건을 예방할 수 없었다”고 상기시켰다.

이어 “위 사건으로 국민이 희생되거나 억류되는 등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했고, 더불어 정부가 납치된 국민들을 석방시키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커다란 사회적 비용을 치르기도 했다”며 “이를 계기로 여권법에 처벌조항 등 관련 제도를 도입하고, 처벌조항으로 실효성을 강화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국외 위난상황이 우리나라의 국민 개인이나 국가ㆍ사회에 미칠 수 있는 피해는 매우 중대한 반면, 처벌조항으로 인한 불이익은 완화돼 있으므로, 처벌조항이 법익의 균형성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며 “그러므로 처벌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청구인의 거주ㆍ이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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