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신종철 기자] 근무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회사 앞에서 장송곡을 틀어놓고 1인 시위를 한 것은 업무방해에 해당되나, 이를 징계사유로 버스기사를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울산지방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15년 11월 B버스회사에 입사해 기간제 근로자인 중형버스 운전기사로 근무했다.

그러던 중 2017년 5월 회사는 A씨에게 대형버스 운전기사로 직종을 전환하기 위해 사직서를 제출하고 대기할 것을 요청했다. A씨는 회사 요청에 따라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B회사는 A씨를 대형버스 운전기사로 재입사시키지 않은 채, 사직서 제출을 이유로 배차하지 않고 임금을 지급하지도 않았다.

A씨는 회사의 대응이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울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다. 또 정규직 근로자와 비교해 과다한 근로시간(배차), 임금 및 정기상여금 차별 등 차별적 처우에 대한 시정을 신청했다.

B회사는 부당해고구제 절차가 진행 중이던 2017년 8월 A씨에 대해 대형버스 운전기사로 복직명령을 했다. 이에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복직명령으로 구제신청의 목적이 달성됐다는 이유로 A씨의 부당해고구제 신청을 각하했다.

이후 B회사 이사 C씨는 “차별적 처우에 대한 시정 신청을 취하해 달라”고 A씨에게 요구했는데, A씨는 자신의 근무환경 개선에 대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아 거절했다.

그런데 A씨는 2017년 8월 최저시급 보장, 수면시간 6시간 보장, 연체된 4대 보험 납부 등 근무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B회사의 사무실 앞에서 붉은 천으로 덮은 나무관을 가져다 놓고, 상복을 입은 채 확성기를 통해 장송곡을 틀어놓는 등의 방법으로 1인 시위를 했다.

이 시위와 관련해 C씨가 A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2018년 9월 A씨가 시위를 통해 장송곡을 틀어놓는 등 소음을 발생시켜 회사의 업무를 방해한 사실은 인정되나, 시위 경위에 참작할 사유가 있고, 소음 크기나 행위 태양이 비교적 경미하다는 등의 이유로 기소유예의 불기소결정을 했다.

B회사는 2018년 7월 징계위원회를 열어 사규 위반과 근태 사항 등의 징계사유로 A씨를 해고했다. A씨는 회사의 결정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이 사건 판결은 2019년 11월 28일 내려진 것인데, 근로자 해고무효 판결이어서 짚어본다.

울산지법 제11민사부(재판장 정효채 부장판사)는 A씨가 자신을 해고한 버스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피고가 원고에 대한 해고처분은 무효”라고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또 버스회사는 2018년 8월부터 12월까지 A씨가 일하지 못한 5개월 동안 임금(매달 283만원)과 2019년 1월부터 복직 때까지 매월 313만원을 A씨에게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징계사유 중 업무방해 부분에 대해 원고가 피고의 사무실 앞에서 붉은 천으로 덮은 나무관을 가져다 놓고, 상복을 입은 채 확성기를 통해 장송곡을 틀어놓는 방법으로 소음을 발생시켜 피고의 업무를 방해한 사실은 인정돼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그러나 “징계사유 중 업무방해 부분과 근태사항 부분이 정당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사회통념상 사용자인 피고가 근로자인 원고와 근로계약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원고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에 대한 해고처부는 징계재량권을 남용하거나 일탈해 부적법하다”고 판시했다.

미지급 임금 청구에 대해 재판부는 “이 사건 해고가 무효인 이상 원고가 근로를 제공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의 귀책사유로 말미암은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가 계속 근로했을 경우에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원고가 회사 대표이사 및 간부 등 직장상사에게 폭언 및 욕설 등을 했다는 부분에 대해 재판부는 “원고가 확성기를 사용해 자신의 요구사항을 말하는 등으로 시위를 한 사실은 인정되나,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징계사유와 같이 상급자에 대한 폭언 및 욕설을 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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