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신종철 기자] 승객이 분실한 휴대전화를 보관하던 택시기사가 점유이탈물횡령죄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에서 대법원은 분실 휴대폰을 찾아주려고 노력했다고 봐 무죄로 판단했다.

특히 대법원은 1심 재판부가 증인 신문한 내용으로 무죄를 선고한 결과를 항소심이 함부로 뒤집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택시기사 A씨가 2018년 2월 택시를 운행하면서 승객이 택시 안에 떨어뜨려 분실한 휴대전화를 다른 승객으로부터 건네받아 습득했음에도 이를 반환하는 등 필요한 절차를 밟지 않은 채 자신이 가질 생각으로 가져 가 횡령했다는 혐의로 기소했다.

A씨는 분실 휴대폰을 갖고 있다가 이틀 후에 경찰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A씨는 휴대전화를 분실한 승객에게 돌려주려고 보관하고 있었을 뿐 불법영득의 의사는 없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1심 재판부는 관련 증인 신문과 증거조사를 거쳐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이용하는 이발소 업주 B씨는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A씨가 이발소에 와서 휴대전화를 꺼내며 손님이 놓고 내렸는데 충전을 해달라고 했다. 이발소에 있는 동안 전화가 오진 않았다. 당시 배터리가 6~7% 남아 있었고, 가지고 있던 충전기와 맞지 않아 충전을 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재판부는 증인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해 이를 주된 근거로 A씨가 불법적으로 분실 휴대전화를 가질 의사는 없었다고 봤다.

그런데 항소심은 2019년 9월 추가적인 증거조사를 하지 않고 변론을 종결한 다음 1심에서 증거조사를 거친 증거들을 토대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A씨에게 벌금 50만원의 유죄를 선고했다.

소유자 C씨는 휴대전화의 분실을 인지한 후 6차례에 걸쳐 아내의 휴대전화로 자신의 분실 휴대폰과 통화를 시도했고, 2차례에 걸쳐 분실 휴대폰을 습득하면 연락을 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분실 휴대전화에는 잠금장치가 돼 있지 않았다.

A씨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이고, 분실 휴대전화의 전원이 켜진 상태였으므로, 피고인은 C씨가 한 통화시도와 문자메시지를 모두 인지했을 것이라고 봤다.

반면 A씨는 분실 휴대전화기에 잠금이 걸려있어서 통화를 하지 못했고, 배터리가 8% 정보 밖에 남아 있지 않아서 이발소에 휴대전화기의 충전을 부탁하기 위해 가져갔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C씨의 진술에 의하면 잠금이 돼 있었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는 반면에, 위 배터리 용량으로도 통화를 하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충분해 피고인의 변호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분실 휴대폰을 택시의 글로브박스에 넣은 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C씨가 경찰에 신고해 경찰에 출석하게 되자 그제야 휴대전화를 돌려 줄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대법원 청사
대법원 청사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최근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택시기사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 합의부로 돌려보낸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2019도14469)

재판부는 “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1심 판단을 유지하는 것이 명백하게 잘못됐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항소심은 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1심의 판단이 항소심의 판단과 다르다는 이유로만으로 1심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고 종전 대법원 판례를 언급했다.

재판부는 “원심이 A씨에게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본 주된 근거는 분실 휴대전화기에 잠금장치가 왜 있지 않아 피고인이 C씨의 통화시도와 문자메시지를 모두 인지했을 것임에도 휴대전화를 반환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휴대전화에 잠금장치가 돼 있었다고 오인했을 가능성이 상당해 작금장치가 실제 돼 있지 않았다는 사정이 유죄의 근거가 되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분실 휴대전화기의 화면을 켜는 방식이 특정 제조회사 제품에 특이한 것으로 다른 휴대전화기의 방식이 달라서 이를 사용해 보지 않은 사람이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고 봤다.

A씨는 구체적인 사건 내용을 전혀 고지 받지 못한 채 단순히 신고 접수된 것이 있으니 와달라는 경찰의 요청을 받고 경찰서에 출석하게 됐는데, 출석 후 경찰로부터 사건 내용을 듣자마자 바로 휴대전화기를 택시의 글로브박스에 보관하고 있다며 임의제출하고 경찰의 피의자신문에도 응했다.

A씨는 피의자신문에서 “잠금이 걸려 있는지 켜지지도 않았다”, “핸드폰이 특이한 건지 잠금이 열리지 않아서 전화가 걸리지도 않았다” 등 휴대전화기에 잠금장치가 돼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재판부는 “만약 피고인이 잠금장치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면, 임의 제출된 휴대전화기만 확인하면 바로 알 수 있는 잠금 여부에 관해 위와 같은 진실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봤다.

특히 휴대전화를 분실한 C씨가 보낸 문자메시지에는 “F아파트(피고인 주거지 인근)에 전화기가 있는 것까지 확인했습니다. 현재는 분실신고 상태이고 오늘까지 연락이 없으면 도난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음을 말씀드립니다. 그렇게 해야 경찰이 수사를 한다고 한다”는 등의 내용이 있었다.

이에 재판부는 “만약 원심의 판단과 같이 피고인이 문자메시지를 확인했다면, 피고인은 불안감으로 휴대전화를 반환하려는 노력을 하거나 또는 위치추적을 피하기 위해 전원을 끄는 등의 행위를 했을 것임에도 그런 시도를 하지 않았다”며 “피고인은 전화가 걸려오면 받을 생각으로 자신이 이용하는 헬스클럽에도 가지고 갔다고 주장했는데, 실제로 피고인이 분실 휴대전화를 가지고 러닝머신을 이용한 것이 확인된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은 경찰 피의자신문 당시 경찰에게 이발소 업주 B씨의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등 그에게 연락하면 자신의 결백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며 “피고인의 진술과 태도에 비춰 보면, B씨의 1심 증언내용이 피고인 때문에 왜곡된 허위의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분실 휴대전화기의 특성, 휴대전화를 보관한 이후에 보인 피고인의 행동 등에 비춰 볼 때, 피고인이 분실 휴대전화기에 잠금장치가 돼 있다고 오인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따라서 피고인이 분실 휴대전화기를 이용해 통화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행위를 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B씨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항소심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원심이 B씨의 1심 법정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한 1심의 판단을 뒤집기 위해서는 그에 대해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며 “그런데 원심이 설시한 사정들은 1심이 B씨에 대한 증인신문 절차를 진행하면서 모습, 태도, 뉘앙스 등을 관찰한 다음 진술의 신빙성과 증거가치를 인정해 내린 판단을 뒤집을 만큼 특별하거나 합리적인 사정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1심 판단을 뒤집어 검찰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을 저지를 것”이라며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법원으로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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