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8일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대법원 법원행정처장) 조사결과에 대해 비판하면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수사 등 사법행정권 남용을 엄중히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민변(회장 김호철)은 논평에서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은 5월 25일 약 260여 페이지의 조사보고서를 발표하고 조사를 종결했다. 특별조사단의 조사보고서(3차보고서)를 검토한 우리 모임은, 분노를 넘어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고 통탄했다.

특별조사단의 3차보고서를 통해 확인된 사실은, ①(양승태 대법원장 체제의) 법원행정처가 대법원의 독자적 정책 노선인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개별 사건을 거래 목적물로 삼아 (청와대) 법무비서관 등 ‘비공식적인 대화 채널’을 통해 청와대와 광범위한 교감을 시도한 사실, ②이 과정에서 법원행정처가 개별 사건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작성해 당해 사건을 검토하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에게 이를 전달하거나, 개별 사건의 상고심 재판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검토한 사실, ③ 법원행정처가 개별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의 심증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려 한 사실이다.

또한 ④ 법원행정처가 판사들로 구성된 법원 내 특정 연구회의 형해화를 시도한 사실, ⑤법원행정처가 대법원 정책 방향의 반대 입장에 서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법부의 구성원에 대해 개인의 재산 상태 등 사법행정과 무관한 영역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사찰을 시행한 사실, ⑥법원행정처 심의관은 사법부 블랙리스트 문제가 불거진 이후 ‘인권법연구회 대응방안’, ‘인사모 관련 검토’ 등의 제목이 부여된 파일 등을 포함해 2만 4500개의 파일들을 임의로 삭제한 사실 등이다.

이에 민변은 “이런 법원행정처 및 구성원들의 행위는 단순한 사법행정권의 남용을 넘어 형법상 직권남용죄, 공무상비밀누설죄, 증거인멸죄 등의 범죄를 구성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헌법의 근간을 이루는 삼권분립 원칙을 위태롭게 하고,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공허하게 하며, 법관의 독립을 불가능하게 하는 위헌적 행태로, 우리 사회가 결단코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의 것들이다”라고 강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열리는 대법정(사진=대법원)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열리는 대법정(사진=대법원)

민변은 “사정이 이와 같음에도, 특별조사단은 법원행정처 및 그 구성원의 행위에 대해 형사적 구성요건 해당성 여부에 논란이 있다거나 뚜렷한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관련자에 대한 수사의뢰 또는 고발 등 구체적 형사상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했다”며 “이는 검찰의 수사와 기소, 나아가 법원의 재판을 통해 판단되어야 할 문제를 특별조사단이 예단해 평가한 것으로, 중대한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특히 법원행정처 구성원들의 공무상비밀누설죄, 증거인멸죄 등에 대하여는 특별조사단의 3차보고서 그 어디에도 구체적 검토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며 “나아가 직권남용 등에 대하여는 이미 여러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고발이 이루어져 현재 수사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특별조사단이 아무런 형사상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향후 이루어질 수사와 재판에 일응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으로,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민변은 “또한 특별조사단의 조사 결과는 부실 논란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조사단은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기재된 특정 판사들의 인사에 있어 법원행정처가 인사권을 남용했는지 여부를 조사하면서 이를 판단하는 데 필수적인 자료들은 확보하지도 못한 사실이 확인됐고, 특정 판사들에 대한 불이익 부과를 검토한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당해 문건 작성자의 진술만을 신빙하면서 이를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의 것에 머물렀다고 판단했다”며 “이러한 특별조사단의 입장은, 한 번만이라도 사법 절차에 관여해 본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쉽게 납득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아울러 “3차보고서 조사결과 주요파일 목록 84번 기재에 의하면 법원행정처가 2014년 12월 29일 ‘민변 대응전략’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확인되는바, 변호사들의 임의단체인 우리 모임에 대한 ‘대응 전략’을 대내적으로 수립한 사실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민변은 “금번 특별조사단의 실망스러운 조사 결과는 특별조사단의 폐쇄적 구성으로부터 일응 예측된 것”이라며 “시민사회에서는 특별조사단이 구성되기 이전부터, 실질적인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객관적 외부 인사의 포함이 반드시 필요함을 역설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바람과 달리 특별조사단은 법원내부 인사들만으로 구성되었고, 이 사태의 본질적인 책임을 져야 할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하여는 그 어떤 조사도 하지 아니한 채, ‘블랙리스트는 없다’는 공허한 결과만을 남기고 말았다”고 꼬집었다.

민변은 “사법부 존재의 이유는 공정한 재판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마지막 보루라는 점에 있다. 사법부는 세 차례에 걸쳐 사법행정권의 남용 의혹을 스스로 조사했지만, 그 결과는 모두 국민의 눈높이와 동떨어져 있었다. 세 차례에 걸친 사법부의 셀프 조사 과정을 통해, 개혁은 결코 스스로의 손으로 할 수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재차 확인하게 됐다. 사법부 스스로 자정할 수 없다면, 결국 사법부 밖의 역량을 통해 이 사태의 본질을 밝혀내지 않을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민변은 다음과 같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첫째, 검찰은 한 치의 부족함도 없이 이 사건을 철저히 수사해 책임자들이 처벌받도록 해야 한다.

둘째, 사법부는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추악한 과거와 현실을 직면하여 냉정하게 성찰함과 동시에 이와 같은 사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여야 한다.

셋째, 법원행정처는 앞서 언급한 “민변 대응 전략” 문건을 포함하여, 특별조사단이 조사 대상으로 삼은 모든 문건을 공개하여야 한다.

끝으로 민변은 “이 사안이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의 존부 내지 특정 법관의 불이익이 있었는지 여부 등에 국한될 문제가 아니며, 사법개혁의 관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갖는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이 사안의 온전한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재발방지책이 오롯이 확인될 때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역량을 집중해 감시하고, 또 행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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