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신종철 기자 =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인 김남근 변호사는 4일 국정농단 뇌물사건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기업범죄를 감형해 주는 미국의 양형기준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사진=참여연대
사진=참여연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는 “삼성 이재용 부회장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재벌총수 봐주기 공판진행 강력히 규탄하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엄정한 책임 묻기를 통한 사법정의 실현을 촉구한다”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에는 재벌개혁, 정경유착 근절, 사법정의 실현을 희망하는 국회의원 15명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참여연대, 한국YMCA전국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참여했다.

국회의원에는 박용진, 송갑석, 이종걸, 이학영, 정성호, 정은혜, 제윤경(더불어민주당 7명), 김종대, 심상정, 여영국, 윤소하, 이정미, 추혜선(정의당 6명), 채이배(바른미래당), 정동영(민주평화당) 김종훈(민중당) 의원이 동참했다.

규탄발언하는 김남근 변호사
규탄발언하는 김남근 변호사

기자회견에 참여해 규탄 발언에 나선 김남근 변호사는 “재판부가 실험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실효적 사법’의 모델로 들고 있는 미국의 양형기준 8장이라는 것은 기업범죄에 대해서 그 기업이 준법감시시스템을 만든 경우 감형을 해준다는 내용”이라며 “이 사건의 경우에 있어서는 범죄 주체가 삼성그룹의 기업이 아니라 이재용 부회장 개인이고, 오히려 삼성그룹에 있는 삼성전자나 삼성물산은 이재용 부회장의 범죄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은 기업들”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이런 사실관계나 법률구조를 정확히 보지 않고, 미국의 양형기준 제8장을 도입해서 이재용 개인의 감형기준으로 삼겠다는 것은, 그 모델로 삼고 있는 그 사례와도 전혀 맞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은 서울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가 맡아 진행하고 있다.

김남근 변호사는 “이재용 부회장의 양형을 위해서가 아니라, 삼성그룹의 경우에 있어서는 준법경영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세계경영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상황”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해외부패방지법에 의하면 미국에서 채권이나 주식을 발행하거나, 미국에서 지사를 설립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이 미국이 아닌 다른 제3국 해외에서 부패행위를 한 경우에 있어, 미국 검찰이 수사해서 처벌할 수 있는 근거규정을 갖고 있다”며 “독일의 모 재벌그룹이 중국에서의 부패문제 때문에 미국에서 처벌을 받은 사례도 있다”고 제시했다.

김 변호사는 그러면서 “한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삼성이 부패범죄를 저지르는 경우, 미국의 해외부패방지법에 의해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짚어줬다.

김남근 변호사는 “이재용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세계적인 경영을 위해서 삼성그룹 자체가 이런 준법경영시스템을 만들어야 되는 것”이라며 “준법경영시스템이라는 것은, 보여주기식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경영정보가 집중되는 이사회의 독립성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지목했다.

김 변호사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통해 주주들에게 그렇게 많은 피해를 입혔는데, 그런 부당합병에 대해서 삼성물산 이사회가 열려서 진상조사를 하고, 책임 있는 이사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또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에서 280억원이나 되는 돈을 횡령해서 뇌물에 사용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진상조사하고 책임을 묻는다는 얘기가 전혀 없다”며 “삼성중공업에서 해외에서의 부패행위를 해서 해외에서 280억원이 넘는 벌금을 냈는데도 그것을 진상조사하고 처벌한다는 얘기가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김 변호사는 그러면서 “이와 같이 한국의 제1의 그룹이라는 삼성그룹 내에서의 이사회들이 거수기에 불과하고 제대로 된 불법경영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역할들을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김남근 변호사는 “따라서 준법경영이라는 것은 이렇게 재벌총수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적인 이사들로 이사회를 구성해서 이사회가 경영진에 대해서 그런 불법경영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들이 진정한 준법경영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지금 3월 주총을 앞두고 삼성그룹의 주요 기업들이 이사회의 이사들을 재선임하기 위한 주주총회가 열리게 된다”며 “삼성그룹이 전정하게 준법경영을 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이렇게 보여주기식으로 아무런 권한도 없고 아무런 정보도 취득할 수 없는 준법감시위원회가 아니라, 이사회에 있어서 이재용 부회장으로부터 독립적인 감시와 견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사들을 선임하는 것들이 진정한 준법경영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김남근 변호사는 “특히 21대 국회에서는 20대 국회에서 하지 못했던 이사회가 그런 경영진 대주주의 영향으로부터 독립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사회의 기능들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소수주주가 자기 대표를 이사회에 보낼 수 있는 집중투표제 라든가, 종업원이사제 라든가 이런 입법들을 21대 국회에서는 꼭 이뤄내기를 촉구드린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 사회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진행했고,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문현군 한국노총 부위원장,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이 규탄발언을 했다.

한편, 이날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지형 변호사(전 대법관)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공식적으로 출범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지형 준법감시위원장은 “삼성그룹 7개 계열사들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ㆍ운영하기로 합의하고 공동으로 체결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협약’에 대해 2월 3일까지 각 계열사 이사회 의결 절차가 가결, 종료됐다”며 이같이 전했다.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ㆍ운영하는 계열사는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화재 등 7개 계열사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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