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3일 ‘변호사시험의 합격자 결정 기준에 관한 의견서’를 법무부장관과 법무부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에 제출했다.

오민애 변호사, 류하경 변호사, 민변 사무차장 최용근 변호사, 오현정 변호사, 이선민 변호사

 

민변(회장 김호철)은 의견서에서 “법무부는 그간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정원(2000명)의 75%’인 1500명을 사실상 합격 정원의 기준으로 삼아왔다”며 “이에 따라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제1회 87.15%에서 제7회 49.35%로 하락했고, 면과락자 중 불합격자는 제1회 21명에서 제7회 1127명으로 약 54.6배 증가했다. 제8회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은 50.78%로 소폭 반등했지만, 합격기준 점수는 905.5점으로 제7회(881.9점)에 비해 상승했고, 이는 제1회 합격기준 점수 720.46점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민변은 “의사, 한의사, 수의사 등 여타 전문자격시험의 경우 합격률이 95% 정도인 점과 비교하면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전문교육 이수자들로 응시자가 제한된 전문자격시험으로서는 매우 이례적으로 낮은 것”이라며 “위와 같은 낮은 합격률 하에서 로스쿨은 전문가 교육기관으로서 정상적인 역할을 할 수 없고, 여러 가지 심각한 폐단으로 이어졌다”고 짚었다.

민변은 “학생들은 로스쿨 입학 전부터 변호사시험에만 몰두하고, 학교는 수험에 유리한 학생들을 선발하며, 교육 또한 수험 기술의 연마와 도구적인 법률 지식 습득에 집중되면서, 전문성과 다양성이라는 가치가 실종되고 로스쿨 도입취지는 퇴색됐다”고 비판했다.

또 “로스쿨 별 특성화 과목은 유명무실화되었고, 실무교육이나 리걸클리닉은 변호사시험 기록형 시험 준비 과목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일선 로스쿨들은 단순한 수험기술의 습득은 진정한 법학 실력이나 실무 능력과 거리가 멂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수험기술, 경쟁에만 치중해 제대로 된 교육이나 진로 탐색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즉, 로스쿨 교육이 변호사시험 대비에 치중하게 됨으로써 ‘법학 교육의 실질화’, ‘법조인의 다양화’라는 취지가 몰각되고, 로스쿨은 고시학원이 돼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심지어 변호사시험 전문분야과목마저 (제7회 변호사시험 기준) 응시자의 43.3%가 국제거래법을, 21.5%가 환경법을 선택하는 등 편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실무에서 활용도가 높은 조세법이나 지적재산권법은 점수 획득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2% 정도의 학생들만이 선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변호사시험법 제7조 제1항이 ‘변호사시험은 법학전문대학원의 석사학위를 취득한 달의 말일부터 5년 내에 5회만 응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직업의 자유 침해 문제가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위 조항은 변호사시험이 ‘자격시험’으로 운영되는 것을 전제로 도입된 것인데, 현행과 같이 변호사시험이 ‘정원제 선발시험’으로 운영되는 상태에서 최근 서울행정법원이 변호사시험에 5회 불합격한 이상 다른 로스쿨에 입학해 3년의 교육을 다시 받아도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결함으로써, 변호사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영원히’ 원천적으로 박탈했는데, 이는 명백한 기본권 침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변호사시험의 실질과 내용 또한, 자격시험으로서의 변호사시험의 정체성과 실질에 대한 고민은 사라지고 ‘반 이상의 응시생을 거르기 위한’ 시험으로 변질되면서 정원에 맞추어 합격자를 선발하는데 치중해 지엽적인 암기식 문제 중심으로 출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변은 그러면서 “법무부에서 종전의 폐단을 불식시킬 수 있도록, 로스쿨 도입 취지에 맞는 합격자 결정 기준 마련 제안하라”고 촉구했다.

민변은 “로스쿨의 도입 취지는 교육에 의한 법조인 양성, 법률서비스의 양적ㆍ질적 확대, 법률서비스의 다양성ㆍ전문성의 향상, 법조 특권의 해소 등”이라며 “이러한 도입 취지가 지켜질 수 있는 합격자 결정 기준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민변은 “현재 시험방법 및 시험합격자의 결정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하기 위해 법무부에 설치되는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는 법령상 15명 위원 중 과반이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 구성될 수 있어서 법률서비스 수요자인 시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기득권의 관점을 넘어 일반 시민의 관점에서 로스쿨 도입의 긍정적 취지가 실현될 수 있도록 결정해 달라”고 밝혔다.

아울러 법전원법 제7조 제1항에 따르면, 교육부장관은 국민에 대한 법률서비스의 원활한 제공 및 법조인의 수급상황 등 제반사정을 고려해 법학전문대학원의 총 입학정원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민변은 “즉, 로스쿨 제도는 이미 입학정원 설정 시에 법조인의 수급상황을 고려하고, 시험의 합격 기준은 로스쿨 제도의 도입 취지에 맞게 결정하도록 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따라서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 시 ‘법조인의 수급상황’을 결정적인 기준으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위 기준을 판단 요소로 삼더라도 그 판단은 특정 직역의 이해관계가 아닌 객관적 자료에 근거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변은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 기준은 무엇보다도 법에 따라 ‘로스쿨의 도입취지’에 맞게 설정되어야 하는바, 전문성은 물론 공익적 마인드를 갖춘 변호사를 ‘교육’에 의해 ‘양성’해 법률서비스를 양적ㆍ질적으로 발전시키고자 한 로스쿨의 도입 취지에 따라 변호사시험의 합격 기준이 합목적적으로 정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민변은 “따라서 최종 합격자 결정 과정에서 실제 로스쿨 교육 현장을 경험한 교수ㆍ학생들은 물론 법률서비스 수요자인 시민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합격자 결정 기준의 충실한 재검토를 통해, 로스쿨 제도가 사법의 민주화에 기여할 수 있는 보다 나은 법조인 양성 제도로 발돋움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좌측부터 오민애 변호사, 류하경 변호사, 민변 사무차장 최용근 변호사, 오현정 변호사, 이선민 변호사
좌측부터 오민애 변호사, 류하경 변호사, 민변 사무차장 최용근 변호사, 오현정 변호사, 이선민 변호사

한편 민변은 2019년 4월 22일 서울 서초동 민변에서 ‘법학전문대학원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관한 의견서’ 법무부ㆍ교육부 제출 기자회견을 개최한 바 있다.

[로리더 김길환 기자 desk@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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