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신종철 기자] 김종보 변호사는 30일 “ISDS가 위험한 제도라는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한국정부는 ‘걱정마라’며 아주 호언장담하더니, 지금은 우리가 이리 차이고, 저리 차이고, 전 세계의 축구공이 돼 버렸다”고 혹평했다.

현재 제기당한 ISDS 소송에서 패소하고, 또 현재 진행 중인 사건들도 패소 가능성이 짙다고 언급하면서다.

특히 김 변호사는 “청구금액이 8700억원인 엘리엇과 2900억원인 메이슨 사건은 거의 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게 바로 이재용 삼성 부회장 부당승계 문제가 걸린 것이어서, 굉장히 이기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또 론스타가 제기한 5조 4000억원 소송도 1조 이상 질 것으로 예상했다.

민변 김종보 변호사
민변 김종보 변호사

김종보 변호사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회에서 활동 중이며, 민변 사무차장을 역임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채이배 바른미래당 국회의원은 이날 오후 3시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정부와 론스타의 밀실 소송, 그들은 무엇을 숨기려 하는가? - 정부의 수상한 대응, 국민 혈세 5조 4천억원이 위험하다’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좌측부터 김경율 회계사, 송명희 기자, 전성인 교수, 채이배 국회의원, 김득의 대표, 박상기 연구위원, 김종보 변호사
좌측부터 김경율 회계사, 송명희 기자, 전성인 교수, 채이배 국회의원, 김득의 대표, 박상기 연구위원, 김종보 변호사

언론에서 주로 ‘ISD’로 보도되고 있으나 정식약어는 ‘ISDS’라고 한다.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절차라는 ISDS(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는 외국인투자자(Investor)가 자신이 투자한 국가(State)와의 사이에서 분쟁(Dispute)의 발생했을 때 해결(Settlement)을 위해 그 국가를 상대로 직접 ‘중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민변 국제통상위원회에서 활동하는 김종보 변호사는 토론자로 나와 “우리나라는 독일과의 양자간 투자협정 BIT(Bilateral Investment Treatment)에서 최초로 ISDS 규정을 도입한 이래 단 한 번도 ISDS를 제기 당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민변 김종보 변호사
민변 김종보 변호사

김 변호사는 “2006년~2007년 한미 FTA 협상 당시 ISDS가 위험한 제도라는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정부가 ‘지금까지 한 번도 안 당했다. 오히려 ISDS가 있어야 우리나라 기업들이 활발히 진출한다. 우린 안 당한다. 걱정마라’고 아주 호언장담했다”면서 “그런데 지금은 우리가 이리 차이고, 저리 차이고, 전 세계의 축구공이 돼 버렸다”고 혹평했다.

2019년 5월 기준으로 알려진 한국이 제기당한 ISDS 사건은 모두 7건이다. 2012년 12월 제기당한 론스타 사건이 최초다. 그리고 하노칼 사건(2015년 5월), 다야니 사건(2015년 9월), 서진혜(미국인 토지소유자) 사건(2018년 7월), 엘리엇 사건(2018년 7월), 메이슨 사건(2019년 9월), 쉰들러 사건(2018년 10월)

김종보 변호사는 “정부의 비밀주의에 대해 문제를 삼겠다”며 조목조목 따졌다.

민변 김종보 변호사
민변 김종보 변호사

김 변호사는 “정부가 론스타 ISDS에 관한 모든 관련 정보를 비밀에 부침으로써 모든 재판 절차가 공개되는 법원 소송에 비해 론스타 ISDS의 모든 절차가 비공개로 진행되는 것은 부당하지 않은가. 비공개가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문제가 계속 제기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정보는 하나도 공개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론스타 ISDS 관련 정보의 비공개는 헌법상 알권리 침해 및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위반이 아니냐는 비판 또한 시민사회에서 강력하게 대두됐다.

김종보 변호사는 “처음에 론스타가 우리나라에 중재의향서를 보냈다. 그래서 민변이 정부에 공개하라고 요구했는데, 정부가 외교상 비밀이라고 거부했다”며 “이에 민변은 2012년 정부가 론스타가 정부에 보낸 중재의향서에 대한 공개를 거부한 것에 대해 정보공개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토론하는 민변 김종보 변호사
토론하는 민변 김종보 변호사

김 변호사는 “그런데 되게 웃긴 게, 2012년 8월 오히려 론스타가 먼저 중재의향서를 공개했다. 이후 론스타가 중재신청서를 접수했다. 이에 민변이 신청서를 공개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는데, 정부가 공개하지 않아 정보공개청구소송을 냈으나 졌다”며 “이렇게 정부가 나서지 않는 한 저희는 알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민변은 2016년 1월 론스타가 주장하는 과세 피해액을 밝히라는 정보공개청구소송을 제기해 1심과 2심에서 전부 승소했는데, 정부가 상고해 현재 대법원에 소송계속 중이다.

김종보 변호사는 “그리고 민변 국제통상위원회는 중재재판부에 심리의 참관을 신청했으나 쌍방이 반대했다고 한다. 그럼 론스타는 물론 우리 정부도 반대했다는 것”이라며 “정부는 시민사회의 관여조차도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걱정 마, 너희는 가만히 있어’ 이런 건지, 아무것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결국 이번에 언론에 터져 나온 것을 보면, (외환은행을 인수와 관련해) 계속 의심이 됐던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라는 핵심쟁점을 정부가 누락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결국 ‘정부가 뭔가 숨기려 했구나’라는 의심과 의혹이 든다. 이것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구나. ISDS에 제3자가 개입했을 때 알려지는 게 두려웠구나. 이런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러면 정부도 스스로의 신뢰를 깎아먹는 행동밖에 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토론하는 민변 김종보 변호사
토론하는 민변 김종보 변호사

한편, 김종보 변호사는 한국이 제기당한 ISDS 사건을 조목조목 짚었다.

김 변호사는 “다야니 사건이 중요하다. 우리나라가 최초로 패소 판정을 받은 ISDS 사건”이라고 한다. 2018년 6월 중재판정부가 대한민국에 다야니 측이 청구한 935억원 중 730억원을 배상하라고 사실상 패소 판정을 내린 사건이다. 다야니 측이 청구한 금액 중 변호사 성공보수만 인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김종보 변호사는 “우리 국민세금 730억원이 생돈으로 외국 이란 기업에 나가게 생겼는데, 왜인지 궁금했다. 정부는 어떤 주장을 했고, 어떤 이유로 우리가 졌을까 알아야 되지 않느냐. 그래서 정보공개청구를 했더니, 정부는 ‘영국에서 중재판정 취소 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안 된다’고 거부했다”며 “이건 동의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이건 시민사회 등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지혜를 모아야지 공동으로 대응해 나갈 텐데, 취소소송이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로 비공개로 하는 것에 대해 정보공개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에서는 결국 저희가 졌다. 당시 정부의 시그널은 ‘우리가 잘할 게 도와줘’ 이런 내용이어서 항소를 안 하고 지켜보고 있었는데, 영국 중재판정 취소소송에서 결국 대한민국이 져서 2019년 12월 21일 확정됐다”고 밝혔다.

민변 김종보 변호사
민변 김종보 변호사

그는 “그래서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기 위해서 정보공개를 청구했는데, 정부는 이번에는 ‘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알 우려가 있는 정보’라는 이유로 비공개 사유로 제시했다”며 “이미 패소가 확정돼 730억원을 줘야 하는데도 공개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종보 변호사는 “그래서 다야니 사건이 우리에겐 가장 파장이 클 거다. 여기서 (정부의 비밀주의를) 제어하지 못하면 론스타 사건에서도 정부의 비밀주의는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서진혜 사건은 한국이 유일하게 이긴 사건”이라고 했다. 한국계 미국인 서진혜씨가 자신의 한국인 남편과 공유하고 있는 서울 마포구 소재 토지 및 지상 주택이 재개발사업에 의해 수용되는 과정에서 정당한 보상을 못했고 이는 한미 FTA에 규정된 ‘수용 시 수용일 직전의 수용된 투자의 공정한 시장가격과 동등한 보상’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300만 달러(약 34억원)의 배상을 청구한 사건이다.

김종보 변호사는 “청구금액이 34억원 짜리다. (정부는) 34억 막아놓고 우리가 잘했다고 보도자료를 내고 있다”며 “서진혜 사건도 내용으로 이긴 게 아니고 중재판정부가 관할이 없다고 각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판정부는 A씨가 거주 목적으로 부동산을 매수했다가 이후 일부를 미대한 행위를 한미 FTA가 정의한 투자로 볼 수 없어 관할을 갖지 않는다고 판정했다.

토론하는 민변 김종보 변호사
토론하는 민변 김종보 변호사

김 변호사는 “만약 서진혜씨가 이겼다면 우리나라 재개발제도 자체가 흔들리는 사태였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종보 변호사는 “물론 우리나라 재건축ㆍ재개발 법제도가 문제가 많고, 고쳐야 할 점도 많지만, 그건 우리의 입법주권 하에서 토론과 논의를 통해 제도가 변경돼야지, 외국의 ISDS 중재판정부 3명의 전문가가 ‘이건 외국의 투자를 방해하는 제도’라고 하면서 (한국의 제도가) 날라 갈 성질은 아니다”며 “이런 점 때문에 ISDS제도의 근본적인 문제, 사법주권, 입법주권이 모두가 문제되는 드러난 사례”라고 의미를 짚었다.

김 변호사는 “제가 보기엔 론스타에 많이 질 것 같다. 5조 4000억원 소송인데 저는 1조 이상 질 것 같다. 벌써 (다야니 사건에서) 730억원 졌지 않느냐. (패소해서) 나가는 것은 730억원인데, (서진혜) 34억 청구 들어온 것을 막았다. 얻은 것은 아무 것도 없고, 오로지 나가는 것만 있다. ISDS제도에서 국가가 얻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씁쓸해 했다.

민변 김종보 변호사
민변 김종보 변호사

특히 김종보 변호사는 “청구금액이 8700억원인 엘리엇과 2900억원인 메이슨 사건은 거의 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게 바로 이재용 삼성 부회장 부당승계 문제가 걸린 것이어서, 굉장히 이기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엘리엇은 “박근혜 정부의 부당한 개입 및 국민연금의 위법한 의사결정으로 인해 삼성물산의 주가가 현저히 저평가된 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루어졌고, 이로써 엘리엇은 삼성물산 투자의 본질가치를 실현한 기회를 박탈당하는 손해를 입었는데, 이는 한미 FTA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7억 7000만 달러(약 8700억원)의 배상을 청구한 사건이다. 그리고 미국계 사모펀드인 메이슨도 엘리엇 ISDS의 쌍둥이 사건이다.

2019년에는 3건의 ISDS 중재의향서가 접수됐다. 이는 언제든지 정식 ISDS가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김 변호사는 ▲캐나다 교포 사건(청구금액 300만 달러) ▲게일 인베스트먼트 사건(청구금액 최소 20억 달러-약 2조 3100억원) ▲버자야 랜드 버나드 사건(청구금액 최소 4조 4000억원)을 간략하게 설명하며 한국이 불리할 것으로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좌측부터 박상기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김종보 변호사,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
좌측부터 박상기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김종보 변호사,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

김종보 변호사는 끝으로 “정부의 비밀주의는 정말 문제”라며 “국민의 알권리는 ISDS 제도 하에서는 전혀 못하고 있다. 론스타 사건도 마찬가지인데, 론스타 사건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보공개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를 진행하는 채이배 국회의원
토론회를 진행하는 채이배 국회의원

이번 토론회를 개최하고 사회를 맡아 진행한 채이배 의원에 따르면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해외 자본과 함께 외환은행 정상화에 나섰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자 2003년 사모펀드 론스타에 외환은행 지분 51%를 1조 4000억원에 매각했다. 9년 뒤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에 매각했고, 무려 4조 7000억원에 달하는 차익을 거둬들였다.

론스타는 2012년 12월 우리 정부를 상대로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중재를 신청했다. 그러나 8년이 지난 현재까지 5조 4000억원 대의 소송에 대해 정부는 소송의 진행과정을 철저하게 비밀에 부치고 있다.

이날 토론회 발제는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가 ‘론스타 투자의 불법성과 정부 ISD 대응의 문제점’에 대해 발표했다.

토론자로 나온 김경율 회계사(경제민주주의21)는 ‘외환은행 론스타 인사 관련 BIS 비율 조작 의혹’에 대해 짚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 여부’에 대해 토론하며 론스타는 비금융주력자라고 주장했다. 송명희 KBS 기자도 참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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