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신종철 기자] 전종원 변호사는 22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삼성에 준법감시위원회 설치를 주문하고, 전문심리위원으로 위원회 활동을 평가하겠다는 것에 대해 감형을 위한 양형사유 명분 쌓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준법감시제도는 우리나라 양형기준에 적절하지 않고, 전문심리위원제도 역시 이 사건과 무관해 재판부의 명분 쌓기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국정농단 사건 박영수 특별검사팀 선임특별수사관으로 활동한 전종원 변호사
국정농단 사건 박영수 특별검사팀 선임특별수사관으로 활동한 전종원 변호사

전종원 변호사는 또 김지형 전 대법관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것에 대해 “전 대법관 출신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한 효과와 똑같다”고 혹평했다.

이날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 5층 정의실에서 개최된 ‘삼성공화국으로의 회귀: 재판부와 검찰인사는 어떻게 이재용을 구할 것인가’라는 긴급간담회에서다. 간담회는 채이배 바른미래당 국회의원,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경제개혁연대가 공동 주최했다.

토론하는 전종원 변호사
토론하는 전종원 변호사

토론자로 참여한 전종원 변호사(법무법인 정률)는 국정농단 사건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선임특별수사관으로 활동했기에 주목받았다.

먼저 이재용 부회장 파기환송심 재판은 서울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에서 진행되고 있다.

전종원 변호사는 “재판부가 파기환송 네 차례가 진행됐는데, 처음 언급하고 갈수록 말이 바뀌고 있다. 첫 공판기일에 재판부는 ‘첫째 이 사건은 삼성그룹 총수와 최고위직 임원들이 계획하고 가담한 횡령 및 뇌물범죄이다. 둘째 이 사건은 대기업집단 재벌 총수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저지른 범죄’라고 규정했다”며 “그러면 이 부분은 양형사유 참조가 돼야 한다. 그런데 지금 재판부에서 그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토론하는 전종원 변호사
토론하는 전종원 변호사

전 변호사는 “재판부는 첫 공판기일에 (이재용) 양형과 무관하다면서, 첫째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기업내부 준법감시제도 미국연방 양형기준 제8장과 그에 따라 시행 중인 실효적인 준법감시제도를 참고하라. 둘째 재벌체제 혁신을 통해 혁신기업의 메카로 탈바꿈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사례를 참고하라. 세 번째는 ‘(이재용) 너 똑바로 하라’고 했다”고 간략하게 정리했다.

‘이재용 너 똑바로 하라’는 얘기가 무엇이냐면, 2019년 10월 25일 파기환송 첫 공판기일에서 정준영 재판장은 “이재용 피고인에게 말씀드립니다. 어떠한 재판 결과에도 책임 통감하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로 심리에 임해주시기 바란다. 심리 중에도 당당히 기업총수로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당시 만51세 이건희 총수는 낡고 썩은 관행을 버리고 사업 질 높이자고 이른바 삼성 신경영 선언하고 위기를 과감한 혁신으로 극복했습니다. 2019년 똑같이 만51세 된 이재용 삼성구릅 총수의 선언은 무엇이고 또 무엇이어야 합니까”라고 주문했다.

전종원 변호사는 또 “2019년 12월 6일 파기환송심 세 번째 공판기일에 재판부는 준법감시제도에 대해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정치권력자로부터 똑같은 요구를 받을 경우 또 그러면 뇌물을 공여할 것인지, 그런 뇌물요구를 받더라도 기업이 응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삼성그룹 차원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런 질문에 대해 답변하라’고 했다. 이에 삼성이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2020년 1월 17일 네 번째 공판기일에 피고인 이재용 변호인들이 새로운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었다고 하면서 변론하고, 재판장은 준법감시위원회가 실효적인지 어떤지 살펴보기 위해서 전문심리위원제도를 활용하겠다고 했다. 그 사이에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국정농단 사건 박영수 특별검사팀 선임특별수사관으로 활동한 전종원 변호사
국정농단 사건 박영수 특별검사팀 선임특별수사관으로 활동한 전종원 변호사

특히 전종원 변호사는 “(재판부는) 애초에 준법감시제도가 양형과 무관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런데 갈수록 양형의 핵심요소라는 것을 대한민국 국민 중에 모르는 사람이 없다”며 “재판부가 오로지 준법감시위원회(준법감시제도) 하나만 가지고 (이재용) 양형을 고려하겠다는 것이 너무나 명백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변호사는 “준법감시제도는 우리나라 양형기준에 전혀 맞지 않는다. (준법감시제도는 회사) 조직범죄와 관련한 것으로 ‘개인’하고 전혀 무관한데, 굳이 따지자면 ‘범죄 후 정황’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양형요소로 고려하려면 다른 가중적 양형요소도 같이 고려해야 한다. 정경유착에 의한 부정부패범죄라는지 지속적으로 행해온 부분 등을 고려해야 하는데, 오로지 딱 하나 준법감시제도만 양형을 고려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봤다.

정한중 교수와 전종원 변호사
정한중 교수와 전종원 변호사

전종원 변호사는 “준법감시제도가 양형요소로 작용하려면 ‘삼성=이재용’이라는 등식이 성립해야 하는데, 이재용은 업무상 횡령죄의 피고인이고, 삼성그룹은 업무상 횡령죄의 피해자이다. 피해자 입장에서 (준법감시제도라는) 좋은 제도를 만든다고 해서 그게 바로 (피고인 이재용의) 양형사유로 참조가 될 수 있는지 상당히 의문스럽다”고 비판했다.

전 변호사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과연 실효성 있게 운영될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상법상의 준법감시인은 당연히 있을 테고, 준법감시위원회라는 조직의 성격이 무엇인지 상당히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은 삼성이라는 거대그룹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인 김지형 전 대법관이 훌륭한 분이시겠지만, 각론이 좋다 해도 위원회 존립 자체가 삼성그룹에 달려있는데, 여차하면 조직 자체를 없애는 방법이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실효성 있게 갈 수 있는 조직인지 상당히 의심스럽다”는 시선을 보냈다.

국정농단 사건 박영수 특별검사팀 선임특별수사관으로 활동한 전종원 변호사
국정농단 사건 박영수 특별검사팀 선임특별수사관으로 활동한 전종원 변호사

특히 전종원 변호사는 “김지형 전 대법관의 준법감시위원장으로 기자회견을 봤는데, ‘처음에는 고사를 많이 하다가 이재용 부회장의 진정성을 느꼈고, 정말 실효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기 때문에 위원장을 수락했다’고 했는데, 그 발언 자체가 일종의 변호인 역할을 하는 발언”이라며 “어떻게 보면 전 대법관 출신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한 효과와 똑같다”고 혹평했다.

전 변호사는 “재판부가 전문심리위원제도를 활용하겠다고 했는데, 이 제도는 (이재용) 이런 사안에 적용되는 게 아니라 건축, 의료, 지적재산권 등 일반 판사들이 그 분야를 잘 모르기 때문에 전문심리위원을 재판에 참여시켜서 전문적인 영역을 보조받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토론하는 전종원 변호사
토론하는 전종원 변호사

전종원 변호사는 “지금 재판부는 세 명으로 구성해 전문심리위원제도를 활용해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제대로 실효적으로 활동하는지를 평가해 보겠다는 것인데, 그러면서 법원에서 추천한 분이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이다.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도 판사이고, 재판부도 판사인데 무슨 차이가 있다고 전문성이 필요한지, 또 준법감시 관련 재판에서 전문심리위원을 활용한 예가 있는지 상당히 의심스럽다”며 “결국은 일종의 양형조건을 강화시키기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고 비판했다.

전 변호사는 “그리고 김지형 전 대법관이 준법감시위원장으로서 언론에 기자회견까지 해서 상당한 의지를 보이면서 제대로 해보겠다는 마당에,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이 들어가서 김지형 전 대법관 말이 거짓말이다. 못 믿겠다고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열심히 하는 의지를 느꼈고, 나름 실효적일 것’이라는 멘트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래서 공판에서도 법원이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을 추천하고, 이재용 변호인과 박영수 특검에 전문심리위원을 한명씩 추천하라고 요구했는데, 변호인 측에서 추천할 것으로 보이고, 특검에서는 추천할 의사가 없다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토론하는 전종원 변호사
토론하는 전종원 변호사

전종원 변호사는 “결론적으로 말하면 여러 가지 양형요소 중에 그것도 우리나라 양형기준도 아닌 준범감시제도를 계속 강조하고, 그것에 힘을 싣기 위해 전문심리위원제도를 활용한다고 하는데, 전문심리위원제도도 이런 사건에 적용할 것도 아닌데, 재판부가 계속 명분 쌓기를 하는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

전 변호사는 끝으로 “그래서 재판부에 바라는 것은 법관의 독립도 보장돼야겠지만, 우리나라 양형기준에 맞게 거기에 근거해서 소신껏 양심껏 재판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간담회는 채이배 의원이 사회를 맡아 진행했다.

간담회 사회를 맡아 진행하는 채이배 국회의원

발제는 민변 민생경제위원회에서 활동하는 김종보 변호사가 ‘이재용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문제점’에 대해, 또 최한수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가 ‘이재용 재판부의 기업범죄에 대한 무지와 편견’에 대해 발표했다.

토론자로는 이상훈 변호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이창헌 변호사(법무법인 지헌), 전종원 변호사(법무법인 정률, 전 박영수 특검팀 선임특별조사관),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곽정수 한겨레 논설위원이 참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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