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신종철 기자] 채이배 바른미래당 국회의원은 22일 국정농단 뇌물사건 삼성 이재용 부회장 파기환송심 재판장인 정준영 서울고법 부장판사에게 “준법감시위원회가 감형 명분을 쌓기 위한 수단”이라는 눈초리를 보내며 “사법부의 재벌 봐주기, ‘유전무죄’라는 적폐가 우려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채이배 국회의원
채이배 국회의원

채이배 의원은 또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 참여하는 지식인들의 양심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 이재용 봐주기의 들러리로 서고 계신 건 아닌가. 과연 자신들이 평생 쌓아온 명예를 이재용에게 바치는 꼴이 아닌가”라고 쓴소리를 냈다.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 5층 정의실에서 개최된 ‘삼성공화국으로의 회귀: 재판부와 검찰인사는 어떻게 이재용을 구할 것인가’라는 긴급간담회에서다. 간담회는 채이배 의원,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경제개혁연대가 공동 주최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채이배 의원은 간담회를 시작하면서 “최근에 법원의 움직임으로 인해서 어렵게 박영수 특검에서 이루어진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흔들릴 위험에 있다”며 “지난 17일 (이재용) 재판부에서 준법감시위원회를 양형의 고려 요소로 삼겠다고 공식적으로 언급을 한 것에 대해서 각계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채 의원은 “우리나라에서 재벌총수 일가를 처벌한다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며 “아시다시피 국가의 여러 감독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검찰, 금감원, 공정위, 국세청 등이 재벌들에 대한 조사나 수사에 굉장히 부족했었다”고 지적했다.

사회를 진행하는 채이배 국회의원
사회를 진행하는 채이배 국회의원

채이배 의원은 “그런데 이번에 박영수 특검에서 제대로 된 수사를 통해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재판까지 진행되는 과정에 왔는데, 이게 (준법감시위원회를 매개로 한) 사법부에서의 재벌 봐주기, 흔히 얘기하는 ‘유전무죄’라는 또 다른 행태나 적폐가 행해질까 우려스런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채 의원은 “그런 상황에서 절차상의 문제점들을 짚어보기 위해 긴급하게 토론회를 마련하게 됐다”며 “언론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줘, 이런 내용들을 보도해서 국민들이나 사법부, 검찰에서 생각할 기회를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고 언론에 당부하기도 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7명으로 구성됐다. 위원장은 대법관 출신 김지형 변호사가 맡았다. ▲봉욱 변호사(전 대검 차장검사) ▲권태선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ㆍ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이인용 삼성전자 사회공헌업무 총괄고문이다.

채이배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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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자 김종보 변호사의 발표에 이어 채이배 의원은 “한동훈 검사가 말한 ‘피해자가 세콤을 설치한다고 도둑을 풀어주는 격이다’라고 했는데, 최근 검찰에서 삼성물산의 김신 전 대표이사를 불렀는데 그가 (삼성물산) 회사의 변호사를 대동하고 와서 검찰이 돌려보냈다. 즉 (김신) 당신이 회사의 손실을 끼친 사람인데, 왜 피해자 회사(삼성물산)의 변호사를 대동하고 와서 당신을 변호하느냐,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는 국정농단 특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뇜루 혐의 등을 수사했다. 한동훈 차장검사 “도둑맞은 집에서 세콤을 설치하겠다는 것이 어떻게 도둑을 풀어주는 근거가 될 수 있겠느냐”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는데, 이는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삼성의 발표가 이재용 부회장의 감형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채이배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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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이배 의원은 “우리나라 법원, 검찰은 기업과 기업인 즉 법인과 개인을 구별하지 못하는 큰 오류에 빠져 있었는데, 최근에 검찰이 그것에서 벗어난 것 같다. 그래서 범죄행위를 저지른 불법 경영자는 개인이고, 그로 인해서 피해를 본 법인은 피해자이기 때문에 엄격히 분리해서 사고하는 게 검찰 내에서는 통용되는 것 같다”면서 “그런데 법원은 법인과 법인 안에서 경영했던 개인을 구분하지 못하고, 삼성전자가 준법감시인을 설치한들 이재용의 양형사유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발제자 최한수 경북대 교수의 발표에 이어 채이배 의원은 “그나마 사건이 사법부로 넘어왔는데, 기업들의 재벌총수들에 대한 3.5법칙이라고 하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관행적으로 해왔던 것들을 이번에 깰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도 불구하고, 또 다른 어처구니없는 시도가 이뤄지지 않는가라는 의견을 주셨다”며 “(정준영) 판사 한 분으로 이렇게 모든 게 진행된다는 게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번 재판이 참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사회를 진행하는 채이배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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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출신 이창헌 변호사의 토론에 이어 채이배 의원은 “헌법 제103조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 법관은 헌법, 법률, 양심 3가지를 가지고 판결한다. 헌법과 법률은 누구도 손을 댈 수 없는 부분인데, 양심이라는 부분은 개인의 성향이 반영돼 자의적 해석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채 의원은 그러면서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지만, 정말 (이재용 사건 재판장인) 정준영 판사에게 있어서 양심은 무엇일까라는 부분을 정말 물어보고 싶다”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채이배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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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정수 한겨레 논설위원의 토론에 이어 채이배 의원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처음 설치됐을 때, 언론에서 굉장한 일을 하는 것처럼 긍정적인 기사들이 쏟아지고, 막상 그것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는 거의 없었다. 그리고 지난주 (이재용 사건 재판장) 정준영 판사가 감형의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인 언론이 많지 않았다”면서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언론인들이 이 부분에 대해서 다시 평가해 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사회를 진행하는 채이배 국회의원
사회를 진행하는 채이배 국회의원

이상훈 변호사의 토론에 이어 채이배 의원은 “준법감시위원회가 과연 법적 실체가 있는 존재인가, 이사회 내에 감사위원회라는 법적인 근거가 있는 위원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준법감시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한다는 것, 그리고 준법감시위원회가 가질 수 있는 권한, 정보접근권이라는 것이 얼마나 되겠나. (준법감시위원회는) 권한이 없기 때문에 책임도 없을 것이다. 준법감시위원회가 아무 것도 안 해도 누구도 말을 할 수가 없다. 이런 위원회를 뭔가 법적 근거나 명분을 갖춰 만든다면 이사회 승인을 받는 절차도 필요한데 그런 것들도 전혀 진행되지 않아 준법감시위원회 자체에 대한 실효성이 없다”고 조목조목 지적했다.

채 의원은 “법원이 이 부분을 판단하기 위해 2월말까지 보겠다는 것인데, 준법감시위원회가 한 달 만에 뭔가 실효적인 성과를 내고 기업 경영의 감시체계를 만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이런 부분들이 준법감시위원회가 양형에 고려하기 위한 어떤 명분을 쌓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정한중 한국외국어대 로스쿨 교수의 토론에 이어 채이배 의원은 “정준영 재판장이 삼성에 세 가지를 주문했다.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하고, 재벌총수는 재벌체제의 폐해를 시정하고 혁신경제로 나아가야하는데 기여해야 한다면서 이스라엘의 최근 경험을 참고해 보라고 하면서 그룹에 재벌체제에 대한 개혁을 요구했다. 세 번째로 이건희 회장처럼 삼성에 대한 ‘이재용 선언’ 같은 게 있어야 되지 않겠느냐 이렇게 주문했다”며 “그런데 주문 중에 첫 번째 것만 했는데, 재판부가 양형을 고려해주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채 의원은 “두 번째 재벌총수가 재벌체제의 폐해를 시정하라고 했는데, 이사회를 완전히 무시하고 기존 감사위원회도 무시하는 지금 재벌 폐해를 전혀 시정하지 않고 그대로 다시 자행하고 있다”며 “3가지 조건 중에 하나는 (재판부의 말을) 들었을지 모르지만, 두 번째 것은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 (재판장) 정준영 판사님이 자신의 한 말에 책임을 진다면 이 부분도 고려해야 된다”고 꼬집었다.

박영수 특검팀에서 선임특별수사관을 역임한 전종원 변호사의 토론에 이어 채이배 의원은 “준법감시위원회 자체에 대한 문제, 법원이 지금 진행하는 전문심리위원회에 대한 제도 자체도 적절하지 않다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짚었다.

사회를 진행하는 채이배 국회의원
사회를 진행하는 채이배 국회의원

특히 채이배 의원은 토론회를 마무리하면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 참여하는 지식인들의 양심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 이재용 봐주기의 들러리로 서고 계신 건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그분들이 오랜 기간 동안 법관으로서, 또는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했던 분들로서 과연 자신들이 평생 쌓아온 명예를 이재용에게 바치는 꼴이 아닌가”라고 쓴소리를 냈다.

채 의원은 “경제개혁연대에서 그분들에게 ‘준법감시위원회 참여를 재고한다’라는 논평을 냈었고, 어제 기사를 보니 ‘참여해서 잘하겠다’는 식으로 언급했다”며 “그분들이 소속된 기관에서 과연 승인을 받았는지 묻고 싶다. 그분들의 소속기관과 삼성과의 관계에 있어서 준법감시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이 이해상충은 되지 않는지 스스로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발제는 민변 민생경제위원회에서 활동하는 김종보 변호사가 ‘이재용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문제점’에 대해, 또 최한수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가 ‘이재용 재판부의 기업범죄에 대한 무지와 편견’에 대해 발표했다.

토론자로는 이상훈 변호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이창헌 변호사(법무법인 지헌), 전종원 변호사(법무법인 정률, 전 박영수 특검팀 선임특별조사관),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곽정수 한겨레 논설위원이 참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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