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신종철 기자] 결혼이주여성이 자신을 가사도우미로 취급하는 남편에 불만이 커져 집을 나가 이혼소송을 낸 사건에서 법원은 남편에게 혼인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베트남 국적인 A(여)씨는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연상인 B(남)씨와 2006년 혼인신고를 한 부부로 미성년자인 두 자녀를 두고 있으며 2010년 귀화했다.

A씨는 남편이 혼인기간 중 자주 술을 마시고 들어와 힘들게 할뿐더러 생활비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으며 가사와 양육책임을 자신에게만 미룬다고 생각해 불만을 가졌다.

A씨는 부족한 생활비를 벌기 위해 출산기간을 제외하고 공장에 나가는 등 이제껏 성실히 생활했음에도 저축한 돈도 없이 단칸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에 회의감이 들었다.

A씨는 국제결혼으로 사회적ㆍ문화적 풍습 차이로 인한 여러 어려운 상황에서 나이 어린 자신을 배려하고 대화를 통해 차이를 좁히려는 노력 없이 일방적으로 남편의 말과 시댁의 풍습을 따르길 강요하고, 부부관계마저 거부하는 남편의 모습에 자신을 가사도우미나 그림자 취급을 한다고 여기고 불만이 커졌다.

A씨는 자녀들을 생각해 남편의 변화를 요구하며 참고 지냈으나, 변하지 않는 남편의 모습에 실망해 2018년 10월 집을 나와 거주지 인근에 방을 구해놓고 수시로 자녀들을 돌보고 있다.

결국 A씨는 남편 B씨를 상대로 이혼 청구소송을 냈고, 부산가정법원 이미정 판사는 최근 “A와 B는 이혼하라”고 판결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이미정 판사는 “원고와 피고가 2018년 10월경부터 별거하고 있고, 원고의 이혼 의사가 매우 확고한 점, 피고는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나, 법원에서 가사조사와 변론기일을 진행했음에도 쌍방 입장 차만 확인했을 뿐 관계 회복을 위한 어떠한 실마리도 찾지 못한 점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보면, 혼인관계는 더 이상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됐다”고 판단했다.

이 판사는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은 남편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정 판사는 “혼인기간 중 발생한 갈등과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 없이 일방적으로 집을 나가 피고와 만남을 회피하는 등 관계를 회복하거나 가정을 지키려는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은 원고에게도 부부의 혼인관계 파탄에 일부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그러나 좀 더 근본적으로는 혼인 초부터 원고의 희생이나 노력은 당연시 여긴 채 잦은 음주를 하고, 생활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으며, 저축 등을 통해 좀 더 나은 환경으로 변화를 바라는 원고의 요구를 무시하고 부부관계마저 피하는 등 혼인생활 전반에서 원고를 동등한 배우자로 대우하지 않았던 피고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미정 판사는 “피고는 어린 나이에 낯선 곳에서 혼인을 시작한 원고에게 한 일방적인 언행들과 그로 인해 원고가 느꼈을 외로움과 고통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며, 또 그럴만한 사정도 있었다고 합리화 하지만, 누적된 피고의 행동들이 원고와의 관계를 소원하게 하고 그 결과 부부의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된 결정적 원인이 됐다”며 “따라서 원고와 피고는 이혼한다”고 판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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