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신종철 기자] 업무상재해로 인정된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병원에 다녀오다가 사고로 사망했다면, 이 역시 업무상재해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과 판결문에 따르면 회사에 다니던 A씨는 업무 중 얻은 이황화탄소 중독증, 난청 등 질병이 1992년 업무상재해로 인정받은 후 지속해서 치료를 받아왔다.

그런데 A씨는 2018년 12월 주거지 근처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병원에 다녀오던 도중 넘어지면서 땅에 머리를 부딪치는 사고로 사망했다. 당시 A씨는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아 근처 약국에서 약을 타서 집으로 가던 중이었다. 병원과 약국은 A씨의 집에서 500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다.

이에 A씨의 유족은 2019년 1월 “망인은 평소 이황화탄소 중독증 등으로 평형감각이 좋지 않았으므로 사망 사고 역시 업무상재해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망인은 교통사고로 사망했으므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법) 시행령에서 말하는 요양 중의 사고라고 보기 어렵고, 산재로 승인된 이황화탄소 중독증과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장낙원 부장판사)는 최근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법원이 A씨의 사고를 업무상재해로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망인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 이황화탄소 중독증 등을 치료하기 위해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병원에 다녀오던 중 발생한 사고로 사망한 것으로서,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이와 다른 전제에서 내려진 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업무상 재해의 요건인 인과관계를 판단할 때 고려할 근로관계에 수반되는 위험은 반드시 업무수행 자체에 수반되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고, 일단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 업무상 재해를 치료하는 과정에 수반되는 위험까지도 포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망인은 이황화탄소 중독증 등으로 업무상재해를 인정받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귀가하다가 사고가 발생했는데, 진료와 사고가 사이의 시간적 간격이 30분 정도에 지나지 않고, 사고가 일어난 장소도 주거지에서 병원을 오가는 통상적인 경로 위에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고는 망인이 업무상재해를 치료받고자 요양 중인 산재보험 의료기관을 오가는 과정에 수반되는 위험이 현실화된 것으로서 업무기인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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