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신종철 기자]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을 진행하는 재판부가 ‘준법감시위원회’를 명분으로 이재용 부회장 구명에 나선다면 또 다른 사법농단과 법경유착의 시작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21일 여야 국회의원 43명,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ㆍ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ㆍ참여연대ㆍ한국YWCA전국연맹은 ‘재판부는 이재용 부회장이 범한 죄의 실체를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을 묻는 판결로 사법정의를 세워야 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1월 17일 서울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는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제4차 공판에서 “특검이 신청한 증거 중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와 증거인멸 등 다른 사건의 증거들은 채택하지 않는다. 우리 재판은 대법원의 유죄 판단에 대해 다투고 있지 않다. 따라서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각각의 현안과 구체적 대가 관계를 특정할 필요가 없으므로 추가 증거조사는 필요하지 않다”며 검찰이 신청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와 증거인멸 등 다른 사건의 증거들을 재판의 증거로 채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 9일 삼성그룹이 준법경영 관리를 위해 외부 인사들로 구성한 ‘준법감시위원회’의 운영을 점검하기 위한 전문심리위원단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국회의원들과 노동단체 및 시민사회단체는 “재벌개혁과 정경유착 근절 그리고 사법정의 실현을 바란다”며 재판부에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재판부는 오직 법과 양심에 따라 형사피고인이 범한 죄에 대해 냉철하게 판단해 판결해야 한다”며 “특검 수사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이 사건의 배경이 이재용 부회장을 위한 후계 작업이었음이 명백히 드러났다. 따라서 파기환송심에서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 임원들이 저지른 범죄의 실체를 철저히 규명하고 그에 합당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비율과 의도적 가치 불리기,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증거인멸 등 연관된 사건들의 증거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재판부가 범죄의 실체를 온전히 규명해 책임을 묻기 위한 증거들을 채택하지 않음으로써 사건을 축소시키고 재판부의 요구에 의해 삼성이 급조해 설치한 준법감시위원회를 명분으로 양형을 검토한다면 사법절차의 공정과 투명성에 대해 심각한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재용 부회장의 범죄에 대한 양형심리에 준법감시위원회가 결코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준영 부장판사는 작년 10월 25일 1차 공판에서 이 사건은 이재용 부회장과 최고위직 임원들이 재벌총수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계획하고 가담한 횡령 및 뇌물 범죄임을 명확히 규정하면서 재발방지를 위해 미국의 기업 내부 준법감시제도와 같은 대책을 요구하고, 이 준법감시위원회는 재판의 진행이나 재판결과와는 무관하다고 했다.

이들은 “재판부의 요구에 따라 삼성은 명망가들로 준법감시위원회를 급히 만들었다. 삼성이 진정한 반성을 통해 책임을 통감하면서 스스로 설치한 위원회가 아니기에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며 “이후 재판부는 올 1월 17일 4차 공판에서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양형심리와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적 운영을 연계하겠다고 입장을 번복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재판부가 삼성에게 준법감시위원회 같은 주문을 상징적으로 훈계 차원에서 할 수는 있겠으나, 형량을 고려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절대로 안 되는 것”이라며 “삼성이 급조한 준법감시위원회가 삼성의 지배구조에 개혁적 결과를 담보할 지 여부는 향후 수년이 지나야 검증될 수 있는 것으로 단기간에 평가하기는 불가능한 것”이라고 봤다.

이들은 “이미 삼성은 2007년 삼성비자금 의혹 사건 과정에서 ‘삼성 경영 쇄신안’을 발표하면서 이건희 회장의 퇴진, 전략기획실의 폐지,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삼지모)을 운영했으나 쇄신은 무명무실화 됐다”고 상기시키며 “10년 뒤 이재용 부회장은 뇌물공여, 횡령, 재산국외도피 등으로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의 주역이 됐던 사실로 볼 때, 이 방법이 재벌체제 개혁과 정경유착의 근절을 위한 근본적 해결 방안이 아니라는 것을 삼성 스스로가 증명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재판부의 역할은 과거 이재용 부회장이 범한 죄를 단죄하는 것이고,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는 미래의 일을 관리하는 것”이라며 “이것을 혼동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들은 “재판부가 이재용 부회장의 범죄의 실체를 철저히 규명할 증거 채택들은 거부하면서 준법감시위원회 설치를 명분으로 재벌총수의 구명에 나선다면 또 다른 사법거래, 사법농단, 법경유착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지난 17일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4차 공판 이후 국민들은 사법부와 삼성과의 관계를 의심하고 있다”며 “국민들은 재판부와 삼성의 아귀가 척척 맞아 돌아가는 재판진행을 목도하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형량 낮추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이후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기업 내부 준법감시제도를 요구하고 삼성은 준범감시위원회의 설치로 화답했다. 이어 재판부는 이재용 부회장이 범한 죄의 양형심리와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을 연계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을 판단하기 위한 전문심리단 구성을 발표하고 위원단 위원장까지 공개했다.

이들은 “국민들은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의 지배력을 강화와 승계를 위해 박근혜전 대통령과 비선실세에게 뇌물을 제공해 국정농단의 주역이 됐고, 대통령은 탄핵을 당했기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사법부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며 “이 사건의 재판부는 이재용 부회장의 범죄의 실체를 철저히 규명할 증거 채택들은 거부하면서 준법감시위원회 설치를 명분으로 재벌총수의 구명에 나서고 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끝으로 “재판부가 공정하고 투명한 재판운영을 통해 재벌체제의 혁신, 정경유착의 근절, 사법 정의를 세우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결코 이 재판의 결과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재판부를 넘어 사법부에 대한 거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것이며, 사법정의 실현을 위한 국민적 저항이 일어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번 성명에 동참한 국회의원

▲강창일, 권미혁, 기동민, 김두관, 김상희, 김성환, 김영진, 김영호, 김철민, 김현권, 노웅래, 박용진, 박정, 서삼석, 송갑석, 신동근, 신창현, 안호영, 어기구, 오영훈, 우원식, 위성곤, 유승희, 윤일규, 이석현, 이재정, 이종걸, 이학영, 이훈, 정성호, 정은혜, 정춘숙, 제윤경, 표창원(더불어민주당 34명)

▲김종대, 심상정, 여영국, 윤소하, 이정미, 추혜선(정의당 6명)

▲채이배(바른미래당 1명)

▲정동영(민주평화당 1명)

▲김종훈(민중당 1명)

▲노동단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참여연대, 한국YMCA전국연맹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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