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배드파더스 무죄 판결 이끌어 낸 ‘배드파더스 변호인단과 양육비해결총연합회’는 16일 “양육비 채무 불이행은 자녀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위임을 명확히 확인한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국가가 나서 입법으로 양육비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촉구했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들의 신상을 공개한 배드파더스 사이트 관계자에 대한 명예훼손(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사건이 수원지방법원에서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렸고, 배심원단 전원의 무죄평결과 함께 수원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이창열 부장판사)는 15일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배드파더스를 통한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공개는 다수의 부모 및 자녀들이 양육비 미지급으로 고통 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아가 양육비 지급을 촉구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으므로 이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고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양소영 변호사(법무법인 숭인) 등 12명의 배드파더스 변호인단은 “이번 판결의 결과를 매우 환영하며, 특히 재판부가 양육비 문제를 공적 문제로 보고, 양육비 채무의 불이행이 결국 자녀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위로 단순한 금전채무 불이행과는 다른 특수성이 있음을 명확히 확인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둔다”고 밝혔다.

배드파더스 변호인단 명단(참여순): 법무법인 숭인 양소영ㆍ이은영 변호사, 재단법인 동천 송시현ㆍ정순문ㆍ정제형, 사단법인 오픈넷 손지원 변호사, 법무법인 제이앤씨 홍지혜 변호사, 법무법인 정률 최희정 변호사, 사단법인 두루 이상현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박성철ㆍ박봉규ㆍ유원상 변호사

배드파더스 변호인단은 이번 재판이 아동 인권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판단, 모두 무료 변론으로 약 7개월 동안 전체회의만 10회 이상 진행하며 국민참여재판을 집중적으로 준비했다.

법무법인 숭인과 재단법인 동천이 이 사건의 첫 변호를 맡았고, 이후 양육비 문제에 깊이 공감하고,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존폐를 고민하는 변호사들이 뜻을 보태면서 변호인단이 12명에 이르렀다.

배드파더스 변호인단은 이 사건에서 3가지 주장을 했다.

첫째 검찰의 공소권 남용이다. 변호인단은 “동일한 사안에 대해 수사 및 소추할 이익이 극히 적다고 판단해 검찰에서도 이미 불기소처분을 한 선례가 있으므로 이 사건 공소제기 자체가 공소권 남용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둘째 구성요건해당성 부정이다. 변호인단은 “인터넷을 통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이라고 하더라도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때에는 비방의 목적이 부인돼 무죄”라고 주장했다.

셋째 정당행위다. 변호인단은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서 무죄”라는 주장을 했다.

재판부는 두 번째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변호인단은 “이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게 된 것은, 양육비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어서는 안 되고 사회 일반이 알아야 하고 결국 국가가 해결해야 할 문제임을 여론에 환기시키기 위한 목적이 있었고, 또한 일반 국민들의 관심이 재판부에 전달되기를 바라는 의도에서였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재판 결과 국민인 배심원들의 판단도 변호인단의 판단과 다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특히 뜻 깊었다”고 전했다.

이 사건 피고인은 양육비해결총연합회의 회원으로, 양육비해결총연합회는 배드파더스 사이트를 근간으로 만들어진 시민단체로 2018년 9월 시작돼 현재 5900여명의 회원이 속해있다.

양육비해결총합연합회는 이 사건 해결을 위해 변호인단과 처음부터 함께 국민참여재판을 준비했다. 그 과정에서 양육비 미지급의 실태의 심각성에 대한 자료와 배드파더스 사이트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운영됐음을 증명하는 단체 활동자료들을 제출하고, 재판에도 증인으로 나섰다.

양육비해결총연합회는 그 동안 양육비 문제에 대해 보다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 힘썼고, 양육비는 아동의 생존권이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사회에 전달하며 국가가 개입해야 할 문제라는 것을 알려온 시민단체이다.

연합회는 직접 정부기관과 국회의원을 찾아가 입법 필요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양육비 문제에 관한 언론보도가 이어졌고, 관련 법안도 10건이 발의돼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번 재판에서도 양육비해결총연합회의 입법 촉구 활동과 사회변화 운동의 노력이 배드파더스가 공익성을 인정받은 중요한 배경이 됐다.

이날 공동성명을 발표한 배드파더스 변호인단과 양육비해결총연합회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다음과 같은 5가지 내용을 담아 개정되기를 촉구했다.

1. 정당한 사유 없이 양육비를 미지급하는 자에 대한 명단공개

2. 정당한 사유 없이 양육비를 미지급하는 자에 대한 운전면허 정지

3. 정당한 사유 없이 양육비를 미지급하는 자에 대한 출국금지

4. 정당한 사유 없이 양육비를 미지급하는 자에 대한 형사처벌

5. 국가가 먼저 양육비를 지급하고 그 비용을 회수하는 양육비 대지급제 확대

배드파더스 변호인단과 양육비해결총연합회는 “양육비는 부모의 의무이자 아동 생존권의 핵심내용”이라며 “이제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 양육비 문제를 입법으로 해결해줄 것을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