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신종철 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15일 “공수처 설치와 검ㆍ경 수사권 조정 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환영한다”면서도 미진한 부분을 지적하며, 남아있는 개혁과제의 지속 추진을 촉구했다.

민변 사법위원회(위원장 김지미 변호사)는 이날 논평을 통해서다.

민변은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과 검ㆍ경 수사권 조정을 담은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모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며 “고위공직자범죄에 대한 수사와 기소 및 공소유지를 담당하게 될 독립적 기구의 신설과 수사ㆍ기소 권한의 분리를 통해 그동안 검찰이 가지고 있던 비대한 권한을 분산하고, 통제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에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는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길에 한 발 더 다가가게 됐다”고 평가했다.

민변은 “그러나 위 법안들의 통과로 검찰개혁이 모두 완성됐다고 할 수는 없다”며 “법률의 시행을 위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대통령령, 훈령 및 예규의 제정ㆍ개정이라는 후속과제가 남아있음은 물론이고, 통과된 법률의 내용 중에도 개혁에 다소 미진한 부분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변은 “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의 경우, 공수처가 담당하게 될 사무에 비해 조직의 크기가 작다는 점, 공수처장의 국회 출석ㆍ보고 및 답변의무가 원칙으로 규정돼 있어 국회와의 관계에 있어 공수처의 독립성ㆍ정치적 중립성이 충분히 보장되기 어렵다는 점,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와 기소권이 부여된 대상 범죄의 범위가 불일치함으로 인해 실무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고 짚었다.

민변은 “공수처가 이름뿐인 ‘개혁의 들러리’로 전락하지 않고, 본래의 취지대로 검찰의 기소독점권에 대한 견제 기구로서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필요한 경우 공수처 설치 이후라도 보완을 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변은 “수사권조정 관련 법안의 경우에도, 그간 검찰이 과도하게 독점해온 권한을 분산하고, 인권친화적 형사절차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보완이 필요한 지점이 있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사의 1차적 수사권의 범위가 여전히 매우 폭넓게 규정돼 있고, 그 범위의 설정을 대통령령으로 위임하고 있어 대통령령의 개정만으로 언제든지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의 확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공판중심주의의 형해화를 방지하고 인권침해적 조사관행의 개선을 위해 조속한 시행이 필요한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관련 개정 조항의 시행일이 최대 4년이나 유예될 수 있다는 점,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관한 통제장치로서의 재정신청제도의 확대에 관한 내용이 결여돼 있는 점은 추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수사권 조정과 함께 확대되는 경찰의 권한에 대한 통제장치와 경찰의 수사권 남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 방지를 위한 조치도 강구돼야 할 것”이라며 “자치경찰제의 도입, 경찰위원회 등을 통한 민주적 통제의 강화, 정보경찰 폐지 등의 경찰개혁과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경찰 수사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형사공공변호인제도의 도입도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변은 “검찰개혁을 위한 두 입법과제의 이행이, 검찰이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중립성을 확보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중심적 국가기관으로서 그 본연의 기능에 충실할 수 있게 되는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무엇보다 이를 통한 형사사법절차의 정상화로 공권력 남용은 최소화되고, 국민의 기본권이 보다 충실히 보호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민변은 “패스트트랙 법안 통과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어렵게 가기 시작한 개혁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지 않도록, 남아있는 개혁과제의 추진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