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아파트 1ㆍ2층 주민에 엘리베이터 교체비용 균등 부과는 부당
법원, 아파트 1ㆍ2층 주민에 엘리베이터 교체비용 균등 부과는 부당
  • 신종철 기자
  • 승인 2020.01.13 1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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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더 신종철 기자] 아파트 지하주차장도 없어 승강기(엘리베이터)를 사용할 일이 거의 없는 1층 주민에게 노후 승강기 교체 비용을 차등 부과하지 않고 다른 층의 주민과 똑같이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 양천구에 1994년 준공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2019년 1월 입주자 298세대에 오래된 승강기 교체와 관련한 안내문과 설문서를 발송했다.

그 중 231세가 설문서를 제출했다. 설문 결과의 주요 의견은 1ㆍ2층 세대 제외 또는 차등부담 등이다.

이후 입주자대표회가 개최한 총회에서 1ㆍ2층 세대에 승강기 교체를 위한 장기수선충당금을 부과할지, 부과한다면 그 비율 등에 관해 토론이 있었으나, 52세대만이 참석해 의결에 이르지는 못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전체 입주자 의견을 묻기로 하고 입주자에게 안내문과 동의서를 배부했다. 279세대가 동의서를 제출했는데, 142세대가 균등 부과를, 120세대가 차등 부과를 선택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2019년 4월 입주자에게 장기수선충당금을 2만원에서 5만원으로 5년간 인상하고 전체 입주자에게 동일하게 부과하겠다고 통보했다. 이후 인상한 관리비통지서를 보냈다.

그런데 이 아파트 1ㆍ2층 입주자 대부분은 장기수선충당금 균등인상에 반대하는 입장이고, 그 중 43세대는 1층 주민 A씨(원고)의 소제기에 동의한다는 취지의 사실 확인서를 작성해줬다.

주민 A씨는 “승강기를 이용하지 않는 1ㆍ2층 입주자에게도 승강기 교체 관련 장기수선충당금을 균등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17단독 이광열 판사는 2019년 12월 17일 아파트 1층 주민 A씨가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 등을 상대로 낸 장기수선충당금 균등부과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이광열 판사는 “피고가 1ㆍ2층 입주자에게도 장기수선충당금을 주택공급면적에 따라 부과하기로 결정하고 원고에게 장기수선충당금을 인상해 부과한 것은 위법하다”며 “따라서 피고가 원고에게 부과한 장기수선충당금 5만원 중 인상분 3만원은,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 판사는 “원고를 포함한 1ㆍ2층 입주자가 ‘승강기를 이용하지 않으므로 승강기 교체를 위한 장기수선충당금을 균등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승강기가 공용부분임을 감안해도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며 “이 아파트는 지하주차장이 없기 때문에 1층 입주자가 승강기를 직ㆍ간접 이용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고, 2층 입주자는 승강기를 이용하더라도 3층 이상 입주자에 비해 낮은 빈도로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따라서 피고는 그와 같은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 승강기 교체를 위한 장기수선충당금 부담 비율을 결정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광열 판사는 “승강기 노후로 인한 교체비용의 부담은 원고를 포함한 1ㆍ2층 입주자와 3층 이상 입주자의 이해관계가 다르다. 한편 보수가 필요한 공용부분마다 입주자의 사용빈도, 편익 등을 고려해 장기수선충당금의 부담 비율을 정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뿐 아니라 바람직하다고 할 수도 없다”며 “공동주택의 공용부분은 입주자 등이 함께 이용하는 부분이고 입주자는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입주한 것이기 때문에, 결국 승강기 노후로 인한 교체비용의 부담 비율 역시 입주자의 다수 의견으로 정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그러나 이 아파트의 1ㆍ2층 입주자는 48세대이고, 3층 이상 입주자는 251세대이므로, 충분한 논의나 설명 없이 입주자의 의견을 물을 경우 다수는 균등 부과에 동의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또한 피고는 장기수선충당금 비율에 관해 입주자들 사이에 심각한 대립이 있음을 알고서도 입주자들에게 적절하지 않은 안내문을 보냈다. 그럼에도 입주자 120세대가 차등 부과를 선택했다”고 짚었다.

이광열 판사는 “이런 점을 모두 고려하면, 피고가 법령과 규약에 따라 장기수선충당금을 균등 부과하기로 결정했더라도 적법하다고 단정할 것이 아니라, 입주자대표들로 구성된 피고가 입주자 등의 권리와 의무, 입주자간 분쟁 등을 충분히 고려했는지도 장기수선충당금 균등 부과 결정의 적법 여부에 고려돼야 하는데, 피고가 그 의무를 충실히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원고가 피고의 균등 부과에 따라 장기수선충당금을 납부한다면 5년간 180만원(인상분 3만원 × 12개월 × 5년)을 납부하게 되고, 그 중 40%만 납부한다면 72만원(인상분 12,000원 × 12개월 × 5년)을 납부하게 된다.

1층 입주자인 원고에 대한 승강기 교체를 위한 장기수선충당금을 면제하거나 다른 입주자의 40%만 부과한다면, 원고는 5년 동안 다른 입주자에 비해 180만원 또는 108만원(180만원 - 72만원)의 장기수선충당금을 덜 내게 된다.

이광열 판사는 “원고 역시 공동주택인 아파트의 입주자일 뿐 아니라 위와 같이 부담할 금액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원고로 하여금 무조건 다수의 의사에 따라야 한다고 할 것은 아니다”며 “다수의사에 따라야 한다고 하려면, 공용부분의 사용빈도 등을 조사해 차등 부과하는 것은 어렵다는 등의 균등부과의 필요성과 원고를 포함한 1ㆍ2층 입주자들이 승강기를 전혀 이용하지 않거나 낮은 빈도로 이용한다는 특별한 사정에 관해 입주자들 사이에 충분한 의견 교환과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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