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신종철 기자] 류하경 변호사는 삼성 노조파괴 토론회에서 고용노동부, 검찰 그리고 법원을 싸잡아 비판했다. 류 변호사는 특히 “검찰이 삼성 노조파괴 고소사건을 서랍에 박아놔, (최종범, 염호석) 두 분 돌아가시고, 표적감사 당하는 등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검찰은 아무것도 안 했다”고 질타했다.

민변 노동위원회 류하경 변호사
민변 노동위원회 류하경 변호사

지난 9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는 정의당 심상정ㆍ이정미 국회의원과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이 주최한 ‘삼성 노조파괴 판결의 의미와 향후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에서 활동하는 류하경 변호사는 토론자로 나와 ‘노조파괴 범죄에 대한 수사 및 재판 실태와 비판 -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법원ㆍ검찰ㆍ노동부 태도 및 관행의 문제점’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밝혔다.

민변 노동위원회 류하경 변호사가 토론하고 있다.
민변 노동위원회 류하경 변호사가 토론하고 있다.

류하경 변호사는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삼성에버랜드 사건이, 2018년도에 시작된 수사결과로 많은 것들을 얻은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여기서 잠시 사건을 간략하게 정리했다. 2013년 10월 14일 심상정 의원이 공개한 삼성의 노조파괴 전략을 담은 ‘S그룹 노사 전략’ 문건으로 삼성그룹 차원의 조직적 노조 탄압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2013년 10월 22일 금속노조 삼성서비스지회ㆍ민변ㆍ참여연대 등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을 부당노동행위ㆍ불법 미행 등의 혐의로 고소ㆍ고발했다.

서울행정법원은 2014년 1월 23일 ‘2012년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이 삼성그룹에서 작성된 사실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그럼에도 서울중앙지검은 2015년 1월 노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문건의 출처를 확인할 수 없다”며 무혐의 처리로 수사를 종결했다.

이에 노조가 2015년 2월 검찰에 항고했으나 기각됐다. 이에 2015년 6월 법원에 재정신청을 냈으나 이것도 기각됐다.

그런데 2018년 4월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소송비 대납’ 혐의로 삼성전자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삼성의 노조와해 전략이 담긴 6천여 건의 문건을 발견하면서 재수사가 시작됐고, 이를 통해 노조파괴 사건의 실체가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9년 12월 삼성 에버랜드노조(삼성지회)와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관련 노조파괴 범죄 관련자들에 대해 실형을 선고하는 등 유죄 판결을 내렸다. 강경훈 삼성전자 인사팀 부사장은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았다.

민변 노동위원회 류하경 변호사
민변 노동위원회 류하경 변호사

류하경 변호사는 “지난 80년 삼성 무노조경영 동안 얼마나 많은 적폐들과 범죄 사실들이 쌓여 있었겠느냐. 이런 것들을 한 번에 털어내려면 수사기관과 법원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을 모두가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류 변호사는 “굉장히 아쉬운 점은 (2013년 검찰에 고소한 이후 2018년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되기까지) 6년 동안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최종범, 염호석) 돌아가신 분도 있다. 소송을 진행하는 변호사들도 그동안 열과 성을 다해 많은 힘을 투자했다”고 덧붙였다.

류하경 변호사는 “그런데 불필요한 에너지가 사회적으로 소모됐다. 1삼성이라는 거대한 글로벌의 국제적인 규모의 큰기업의 조직범죄에 대해서도 1년이면 충분히 수사할 수 있다”며 “(삼성전자 이사회) 이상훈 의장부터 전무급, 미전실(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 몸담았던, (에버랜드) 상황실에 있었던 주요간부들 다 구속시키는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민변 노동위원회 류하경 변호사
민변 노동위원회 류하경 변호사

류 변호사는 “이런 생각이 든다. 2013년 10월 우리가 처음으로 고소ㆍ고발을 했을 때, 2013년 7월에 우리가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하고 언론에 호소하고 했을 때, 그때 노동부가 제대로 조사했다면, 검찰이 이를 받아서 강제수사를 열심히 했다면, 그리고 법원이 재판을 충실하게 진행했더라면 1년 만에 끝날 수 있었다. 2014년 여름에는 (삼성 노조파괴) 이 사건이 이미 종결됐을 사건이라고 생각한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류하경 변호사는 “검찰이나 법원 입장에서는 (삼성의) 마스터플랜 등 새로운 증거들이 많이 발견됐다고 하나, 판결문에 첨부된 증거들과 내용들을 들여다보면 중요한 것들은 2013년에 노동자들이 모아서 냈던 것들”이라며 “이에 대해서 ‘왜 그때 제대로 안 봤던가’라는 서운한 감정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때 수사하고 처벌했더라면 안타까운 열사들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 변호사는 “노조에서도 여러 가지 생활고나, 이루 말할 수 없다. 돌아가신 분들에는 비할 바가 아니나, 양상 자체는 전부 고통이었다. 결을 달리하는 생활상의 고통들이다. 이런 것들을 6년 동안 겪었는데, (검찰이 강제수사에 들어가니) 1년 만에 해결됐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민변 노동위원회 류하경 변호사가 토론하고 있다.
민변 노동위원회 류하경 변호사가 토론하고 있다.

또한 류하경 변호사는 “구체적으로 노동부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를 너무 안 한다. 20%가 채 안 된다”고 고용노동부를 지적했다.

류 변호사는 “노동자들이 노동부에 신고하는 것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가 노조 가입률이 10%도 안 된다. 노동부에 신고를 하는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들이 대부분이다. 노조도 없고 어디 의지할 곳도 없는 영세사업장이나 힘든 공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정말 용기를 내서 신고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고하는 게 무섭기에 10건 중 1~2건 밖에 신고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노동부에 신고하면 사용자가 알게 된다. 그러면 회사를 다니기가 굉장히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괴롭힘이 심하고 불법적인 상황이 중대했으면 용기를 내서 신고했을까 변호사로서 생각이 된다”며 “그 중에서 노동부가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5건 중 1건 밖에 송치를 안 한다. 더 심각한 것은 검찰은 이 중에서도 16% 정도 밖에 기소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류하경 변호사에 따르면 노동부는 2013년부터 2018년까지 2173건의 부당노동행위 혐의 고소ㆍ고발 사건을 처리했다. 이 중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것은 19.9%인 433건에 불과했다. 또 2018년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전체 부당노동행위 사건 993건 중 고작 2.9%만이 기소됐다고 한다.

발표하는 류하경 변호사
발표하는 류하경 변호사

류 변호사는 “노동조합 사건을 ‘별 것 아닌 것’으로 취급하는 것”이라며 “수사기관들의 이런 의식이 먼저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류하경 변호사는 “삼성 사건의 경우 2013년 10월에 고소ㆍ고발을 했다. 그런데 수사기관에서 질질 끌다가 1년 반이 넘어서 2015년 1월에서야 ‘혐의 없음’ 처분을 최초로 내렸다. 이 사이에 엄청나게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검찰이 서랍에 사건을 박아놔, (최종범, 염호석) 두 분 돌아가시고, 표적감사 당하는 등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검찰은 아무것도 안 했다”며 “검찰이 무혐의 처분이라도 빨리 했으면, 항고라도 하고 기각되면 재정신청이라도 했을 것이다. 속도가 너무 늦다. 민사재판도 이렇게 늦지 않다”고 질타했다.

특히 류 변호사는 “2015년 2월에 항고했더니 3개월 후에 기각결정 나왔다. 2016년 6월에 법원에 재정신청을 했는데 기각결정이 내려졌다. 재정신청은 고등검찰에 항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또 무혐의 처분이 나왔을 때 ‘판사님, 검사에게 기소를 하라고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법원에 호소하는 것이다. 검찰의 무혐의 처분이 나오고, 법원의 재정신청 기각 결정이 나오는 동안에 (2014년 1월) 서울행정법원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S문건’이 삼성이 만든 게 맞다. 삼성이 조직적으로 노조파괴를 하기 위해 이런 문건을 만들었다고 행정법원이 판결했다”고 짚었다.

류하경 변호사는 “그런데 (삼성 노조파괴 사건에서 무혐의 처분으로 서울행정법원 판단과) 반대로 갔던 검찰은 당연히 문제고, 재정신청을 기각 처리한 법원도 문제다. 같은 법원 내에서도 모순된 결정을 내렸다”고 검찰과 법원을 지적했다.

민변 노동위원회 류하경 변호사
민변 노동위원회 류하경 변호사

류 변호사는 “법원은 노동사건에서 실형 비율이 너무 낮다. 2010년~2014년 5년 통계를 보면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으로 실형은 단 1명밖에 안 나왔고, 또 2016년에 한 건 나왔다. 그러니까 이번 삼성 노조파괴 사건이 있기 전까지, 최근 10년 간 두 건 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류하경 변호사는 “그런데 일반사건의 경우 실형이 16.4%나 되고 집행유예가 24%다. 실형의 경우만 비교하면 일반사건의 비해 1/40 밖에 안 된다. 법원도 역시 노동사건에 대해 너무 별거 아닌 것으로 치부하고 있다. 재정신청 인용 비율도 상당히 낮다”고 성토했다.

류 변호사는 “대안에 대해 말씀드리면 검찰 등 수사기관은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다. 수사기관에서 노동사건 대부분을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다. 노동자들은 사용자와 정보 격차가 크게 때문에 노동자들은 증거를 수집하기 너무 힘들다. 그래서 수사기관이 강제수사를 하지 않는 이상은 노동사건은 증거를 수집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그래서 이번 삼성 사건처럼 다른 사건들도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류하경 변호사는 “법원은 수사기관이 놓치는,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리는 것에 대해 재정신청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재정신청전담부’를 만들 필요가 있다. 노동사건 뿐만 아니라 일반 형사사건에서도 필요한 사안이다”고 제안했다.

한편, 류하경 변호사가 토론회 자료집에 게재한 글이 눈길을 끈다.

류 변호사는 “삼성 부노 사건에 있어서 법원은 검찰의 영장청구 9건 중 7건을 기각했다. 88%에 달하는 기각률이다.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일반사건 영장기각률은 21%다. 법원의 노동사건 처리 실태 통계까지 보태어 보면, 노동사건에 있어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사법농단’이 있어왔다고 하면 과언인지 모르겠다”라고 적었다.

류하경 변호사는 “노동조합은, 국민 대다수가 노동자인 사회에서 실질적인 국민복리후생을 담당하는 큰 축이다. 더 이상 과거의 레드컴플렉스 이데올로기적인 사고로 노조를 혐오하는 풍토는 사라져야 한다. 노동계의 기대는, 노동자의 편을 들어달라는 것이 아니라 수사기관, 법원이 다른 일반사건과 마찬가지로 노동사건을 불편부당하게 다루라는 요구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임상훈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장이 진행하고 있다.

한편, 이날 토론회 사회는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인 임상훈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장이 맡아 진행했다.

주제발제자로는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에서 활동하는 조현주 변호사가 ‘삼선 노조파괴 판결의 의미와 향후 과제’에 대해 발표했고, 이어 김상은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가 ‘노조파괴 범죄의 재발방지를 위한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발제하는 조현주 변호사
발제하는 조현주 변호사

정의당 노동인권안전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권영국 변호사는 토론자로 나와 ‘노조할 권리 보장을 위한 법제도 개선방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조장희 금속노조 삼성지회 부지회장이 ‘삼성의 과거 및 현재 무노조경영 행태 비판’에 대해, 류한승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기획팀장(전 고용노동행정개혁위 조사관)이 ‘노조파괴범죄의 재발방지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대해, 정희섭 통합사무장(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이 ‘직접고용 이후 지속되는 삼성의 노조파괴전략’에 대해 토론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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