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신종철 기자] 조현주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삼성 노조파괴 판결을 분석하면서 “삼성이 회사인지 노조파괴 조직깡패 집단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정말 조직적으로 치밀하게 이뤄졌음이 판결문 곳곳에 드러나 있다”며 실소를 금치 못했다.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에서 활동하는 조현주 변호사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에서 활동하는 조현주 변호사

지난 9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는 정의당 심상정ㆍ이정미 국회의원과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이 주최한 ‘삼성 노조파괴 판결의 의미와 향후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법원은 삼성에버랜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노조파괴) 사건에 대해 삼성 임직원들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3형사부(재판장 손동환 부장판사)는 2019년 12월 13일 삼성에버랜드 노조활동 방해 등과 관련해 업무방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강경훈 삼성전자 인사팀 부사장에게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4월을 선고했다.

또한 서울중앙지법 제23형사부(재판장 유영근 부장판사)는 2019년 12월 17일 삼성전자서비스 노조활동 방해를 부당노동행위에 관한 노조법 위반 등으로 삼성 고위임원들을 처벌했다.

삼성전자 이사회 이상훈 의장, 삼성전자 강경훈 부사장에게 각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하며 법정 구속했다. 삼성전자서비스 박상범 전 대표는 징역 1년6월, 삼성전자서비스 최평석 전 전무는 징역 1년2월 등 전현직 임직원들에게도 실형을 선고했다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에서 활동하는 조현주 변호사 발제자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에서 활동하는 조현주 변호사 발제자

토론회 발제자인 조현주 변호사는 두 개의 판결 내용을 짚으면서 “삼성그룹 차원의 조직적 범행이 이 사건의 본질”이라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 삼성전자 등 각 계열사 - 자회사 및 협력업체로 이어지는 노사전략의 실행 및 보고체계가 존재했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은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을 정점으로)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지속적으로 각 계열사 업무를 조정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수행했다”고 지적했다.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에서 활동하는 조현주 변호사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에서 활동하는 조현주 변호사

조현주 변호사는 “삼성은 ‘노조는 경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방해물’이라는 인식 하에 매년 ‘그룹 노사 전략’을 수립한 후, 정기적인 사장단 세미나, 임원 교육, 노사 담당자 교육 등을 통해 전 계열사 등에 순차 지시했다”며 “또 구체적으로 노조설립 움직임이 포착되면 특별한 TF 대응팀을 만들고, 그 대응팀을 통해 지시하고 보고를 받고 노조파괴의 실행에 옮겼다”고 비판했다.

조 변호사는 “판결문에서 미전실은 이건희 회장에게 보고하기 위한 ‘복수노조 시행에 따른 대응방안’ 문건(A보고 문건)이 등장한다. 미전실 최지성 실장(부회장)의 당부 등 기소되지 않은 윗선에 대한 증거들도 판결문에 수차례 언급돼 있다”며 “판결은 2013년 심상정 의원실에서 폭로한 ‘S그룹 문건’하고 일치한다”고 말했다.

조장희 삼성지회 부지회장과 조현주 변호사
조장희 삼성지회 부지회장과 조현주 변호사

조현주 변호사는 “삼성지회(전 삼성노조)에 대한 삼성그룹 노사전략을 보면 에버랜드 인사지원실은 평소 노조 설립의사를 표시해온 조장희(현 삼성지회 부지부장)의 동향에 대해 2009년 이후 지속적으로 미전실에 보고해 오다가, 2011년 구체적 노조설립 시도를 파악한 후 그룹 노사전략에 따라 ‘상황실’ 설치 후 ‘문제인력’에 대한 일일동향 문건 작성, 매일 상황실 회의 및 미전실 보고 등을 실행했다”고 밝혔다.

조 변호사는 “법원은 피고인 강경훈(삼성전자 인사팀 부사장) 등이 ‘비노조경영’의 기조 아래 노조설립 저지 및 조기와해와 삼성노조의 무력화를 위한 대항마 육성 및 투입이라는 전략적 목표를 설정하고 그룹 미전실과 에버랜드 상황실이 상호작용한 일련의 행위 등에 대해 공모 공동정범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이 사건 범행은 미전실 인사지원파트-에버랜드 본사-에버랜드 리조트사업부의 순으로 이어지는 지시 및 보고체계 하에서, 에버랜드 내에 설치된 상황실을 통해 장기간 이루어진 조직적 범죄라고 판단했다.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에서 활동하는 조현주 변호사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에서 활동하는 조현주 변호사

이에 조현주 변호사는 실소를 금치 못하며 “이게 회사인지 노조파괴 조직깡패 집단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정말 조직적으로 치밀하게 이뤄졌음이 판결문 곳곳에 드러나 있다”며 어이없어 했다.

법원은 2011년 7월 13일 삼성노조 설립신고 이후, 미전실이 핵심 주동자들에 대한 징계해고를 지시하고, 감사팀이 수집한 추가 징계사유 등을 바탕으로 조장희에 대한 징계해고를 하는 등 노조를 와해시킬 목적으로 주축 조합원들을 징계해 삼성노조의 조직 및 운영 등에 관한 업무를 방해했다고 인정했다.

조현주 변호사는 “이는 징계를 업무방해에서의 위력에 해당하고, 삼성노조원들에 대핸 징계행위를 피해자 삼성노조에 대한 위력행사와 동일시된다고 보고 삼성노조에 대한 업무방해죄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그리고 노조파괴 전략에 따라 대항노조를 설립했는데, 그룹 노사전략에 따라 삼성노조 설립 직전에 신고필증을 받고, 또 ‘언론 인터뷰 Q&A’, ‘어용노조, 알박기 노조 비난 대응 교육’ 등을 포함해 대항노조 설립과 운영으로 대항노조 운영에 지배한 부당노동행위를 (법원이) 인정했다”며 “대항노조 1기ㆍ2기 위원장도 부당노동행위 공모 공동정범을 인정했다”고 판결을 짚었다.

발제하는 조현주 변호사
발제하는 조현주 변호사

조현주 변호사는 “에버랜드 문제인력의 개인정보를 매일 수집했다”며 “정말 이것을 보면서 너무 괴로웠을 것 같다. 미행을 들키지 않으려고 ‘차에서 내리지 말 것. 패트롤’ 이런 지침까지 했다”고 밝혔다.

이어 “차량을 통해 미행 및 감시, 주변 인물 동향 파악을 위해 소속 부서장 및 대항사원(문제인력의 지근거리에서 근무하는 직원), 퇴로관리자(에버랜드 문제인력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직원), 전담관리자, 전담관찰자 등을 지정해 행동, 대화내용 등을 수집, 이를 일일동향 문건으로 작성해 차량번호, 주소, 심지어는 에버랜드에 가족들과 갔던 내용까지 사찰했던 것이 나온 상황이다. 가족과의 휴일 활동내역, 가족건강 정보까지 파악해 미전실까지 보고해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처벌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현주 변호사는 “재판장이 판결을 선고하면서 피고인들의 19세기적 인식에 대해 비판했다. ‘이 사건은 21세기를 사는 피고인들이 풍자 대상이 되는 소솔 속 인물과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나 의심을 들게 할 정도’로 만행이었다고 판결문에 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판결문(106~107면)에서 “피고인 강경훈 등은 회사 지침, 상사의 명령을 성실히 수행했을 뿐이라고 강변하지만 우리 사회가 기초로 삼은 약속보다 더 무거울 수 없는 위 사정만으로 이들의 행위가 모두 이해받을 수는 없다. 이들은 자신들로 인하여 고통 받는 동료가 있음을 알면서 그들이 모난 성격에 고집스럽고 이기적인 사람들이라는 이유로 그들이 받는 대접이 당연하다 여겼다. 더구나 에버랜드 소속 다른 근로자들이 노조활동을 하는데 두려움을 가지는 결과를 낳고 에버랜드 내 노사관계의 건강한 발전을 막은 것은 물론 에버랜드가 우리 사회의 건강한 기업으로 올바로 자리 매김하지 못하게 하였다”라고 설시했다.

류하경 변호사, 조장희 삼성지회 부지회장, 조현주 변호사
류하경 변호사, 조장희 삼성지회 부지회장, 조현주 변호사

조현주 변호사는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 대한 삼성그룹 노사전략 실행도 짚었다.

조 변호사는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설립 움직임을 보이자, 삼성전자서비스 전무를 실장으로 해서 삼성전자서비스 내 종합상황실을 구성하고 안정화 마스터 플랜을 만들었다. 그리고 삼성그룹 미전실 노사파트에서 수립한 ‘그룹노사 전략’에 따른 임원들의 순차 지시에 따라서 삼성전자서비스 지점 SV(Supervisor, 협력업체 관리자), 협력업체 임직원들에게 지시하고 보고받는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조현주 변호사는 “삼성전자서비스 지사, 협력업체 대표들을 통해 지회 조합원들의 출신학교, 결혼유무, 이혼여부 및 사유, 채무 등 재산상태, 성향평가 등 각종 개인정보들이 포함돼 있다. 너무 심각한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누가 노조활동에서 간부를 맡았는데 그에 따라 경제적으로 어려워지게 되니 집을 팔고 채무를 이행했고, 부모님댁으로 들어가 살게 됐다’는 내용까지 문건에 있다. 정말 심각한 행위다. 이에 법원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처벌했다”고 밝혔다.

특히 조현주 변호사는 삼성전자서비스와 협력업체와의 관계에 대해 “법원이 지위명령의 해석 등에서 상당히 유의미한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협력업체가 실질적으로 폐업조차 스스로 결정할 수 없을 정도로 종속적인 지위에 있었다는 것을 인정했다. 이 사건에서 협력업체가 폐업한 것과 관련해서는 협력업체 사장들에게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되지 않아 무죄가 선고됐다. 그 이유는 협력업체 사장들이 삼성전자서비스가 폐업하라고 하면 어쩔 수 없이 폐업해야 되는 상황이었지, 본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봤기 때문”이라며 “그런 점에서도 (삼성전자서비스와 협력업체는) 상당한 종속적인 관계에 있었다는 것을 법원이 인정했다”고 밝혔다.

조현주 변호사
조현주 변호사

이와 함께 조현주 변호사는 “피고인들에 대한 공통된 양형사유로 반(反) 헌법적인 태도의 일관성과 적나라함, 조직적인 대규모 부당노동행위이며 그 규모와 파급력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움, 향후 이와 같은 반 헌법적인 행위 재발 방지 필요성,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조항의 취지 등을 고려했다고 설시했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이 사건이 진행되면서 (삼성은) 계속 언론플레이를 하면서 지금도 그러고 있는 것들이 ‘무노조경영이라는 것이 노조에 대해서 적대적인 것이 아니라 노조가 필요 없을 만큼의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을 계속 했다”며 “하지만 법원은 양형이유에서 그것을 지적하면서 ‘그것이 실제 문건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그런 식의 변명을 하는 것도 굉장히 부정적인 양형 요소를 봤다”고 지적했다.

조현주 변호사는 “그리고 (삼성과 피고인들은)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우리나라의 역사적 경험과 특유의 현실에 비추어 형사처벌 없이 노동위원회의 사후적 구제명령만으로는 헌법상 근로자의 단결권 등을 제대로 보장하기 어렵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도입된 것’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밝히면서 법정형 내에서는 중형을 선고한 것에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발제하는 조현주 변호사
발제하는 조현주 변호사

아울러 조 변호사는 “유죄 판단은 되지 않았지만 문건을 보면 다른 계열사에 대해서도 삼성그룹의 노사전략이 실행돼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삼성은 노동조합이 조직되지 않은 ‘평상시’에도 노동조합 설립에 대비해 전체 계열사 문제인력을 지정하고 해당 문제인력 전담자를 지정해 면밀한 동향파악 실시해 왔고, 반 삼성 인물과 단체에 대한 동향 파악도 실시해 왔다는 것을 2011년 그룹노사전략 문건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2011년 삼성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보면 반 삼성인물과 단체에 대한 동향 파악이 나와 있다. 구체적으로 누구를 실시했는지는 판결문에 나오지 않지만, 여기 계신 분들은 대부분 들어가 있겠죠”라고 웃으며 “(삼성을 상대로) 고발이나 고소를 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조현주 변호사는 또 “환경운동연합, 민우회, 민족문제연구소, 국제민주연대, 향린교회 등 외부 시민단체/종교기관을 ‘불온단체’로 칭하며 각 계열사 직원들의 불온단체 기부내역을 파악했다는 사실들이 삼성에버랜드 판결의 별지에 들어가 있다”고 밝혔다.

조현주 변호사는 “이 판결은 조직적 노조파괴 전략의 확인과 처벌, 법리적으로 유미미한 판단을 했다는 것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향후 과제는 사과와 피해회복이다. 이 사건 판결 후 (삼성은)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피해자에 대해서는 어떠한 사과도 하지 않았다. 그에 대해 명확하게 책임을 묻고 사과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에서 활동하는 조현주 변호사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에서 활동하는 조현주 변호사

실제로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은 2019년 12월 18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과문에는 “과거 회사 내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이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받아들인다. 미래지향적이고 건강한 노사 문화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이었다.

조 변호사는 “하지만 삼성은 정작 이 사건의 피해자인 노조와 조합원들에게 사과를 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조현주 변호사는 또한 “추가 수사와 처벌이 필요하다. 기소되지 않은 윗선도 있다. 그리고 사외 반 삼성 인물과 단체에 대한 동향 파악, 삼성 다른 계열사 문제인력 정보 취합과 관련해서는 명명백백하게 밝혀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확인이 필요하다.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강제수사와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임상훈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장이 사회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이날 토론회 사회는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인 임상훈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장이 맡아 진행했다.

조현주 변호사에 이어 김상은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가 ‘노조파괴 범죄의 재발방지를 위한 방안’에 대해 주제발표했다.

정의당 노동인권안전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권영국 변호사는 토론자로 나와 ‘노조할 권리 보장을 위한 법제도 개선방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조장희 금속노조 삼성지회 부지회장이 ‘삼성의 과거 및 현재 무노조경영 행태 비판’에 대해, 민변 노동위원회 류하경 변호사는 ‘노조파괴범죄에 대한 수사 및 재판 실태와 비판’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또 류한승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기획팀장(전 고용노동행정개혁위 조사관)이 ‘노조파괴범죄의 재발방지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대해, 정희섭 통합사무장(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이 ‘직접고용 이후 지속되는 삼성의 노조파괴전략’에 대해 토론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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