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 개정안’이 국회의원들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아 의결정족수가 턱없이 부족해 투표함을 열어보지도 못하고 무산됐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과의 메시지를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사진=청와대)

먼저 국회는 5월 24일 본회의를 열어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에 대한 표결을 시도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의원 111명과 정세균 국회의장, 김종훈 민중당 의원, 손금주 무소속 의원 등 총 114명만이 참여했다. 결국 개헌안의 의결정족수인 재적의원 3분의 2인 의결정족수(192명)에서 78표나 모자랐다.

투표 후 정세균 국회의장은 “우리 국회는 헌법 제130조 1항에 따라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째가 되는 오늘 본회의를 열어 의결절차를 진행했다. 하지만 명패수 확인 결과 투표 참여 의원들의 숫자가 개헌안의 의결정족수인 재적의원 3분의 2에 미치지 못했다”며 “법적으로 투표 불성립의 상황”이라고 확인했다.

정 의장은 “30여 년 만에 추진된 이번 개헌이 투표 불성립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 점 대단히 아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그러나 개헌 추진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여전히 우리 국민 대다수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기초가 될 새 헌법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고 계시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세균 의장은 “비록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은 사실상의 부결로 매듭지어졌지만, 국회발 개헌은 아직 진행 중이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우리 국회가 여야 합의로 개정안을 내놓고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할 것”이라며 “당장 한 달 뒤인 6월 말이면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위의 활동시한이 종료된다”고 압박했다.

정 의장은 “우리 20대 국회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개헌특위를 구성하고 지난 1년 반 가까이 헌법 개정을 위해 머리를 맞대왔다”며 “그러나 아직까지 구체적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국회의장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개헌안 무산과 관련해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 입장 메시지
문재인 대통령 입장 메시지

그는 “촛불 민심을 헌법에 담기 위한 개헌이 끝내 무산됐다”며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매우 송구스럽고 안타깝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국회는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의 가부를 헌법이 정한 기간 안에 의결하지 않고 투표불성립으로 무산시켰다”라면서 “국회는 헌법을 위반했고, 국민은 찬반을 선택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됐다. 국회가 개헌안을 따로 발의하지도 않았다”고 국회를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많은 정치인이 개헌을 말하고 약속했지만, 진심으로 의지를 가지고 노력한 분은 적었다”며 “이번 국회에서 개헌이 가능하리라고 믿었던 기대를 내려놓는다”면서 “언젠가 국민들께서 개헌의 동력을 다시 모아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진심이 없는 정치의 모습에 실망하셨을 국민들께 다시 한 번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리다”고 사과했다.

24일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이 오늘 국회에서 ‘투표 불성립’ 되고 말았다. 매우 안타깝다. 유감이다”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야당 의원들이 위헌상태의 국민투표법을 논의조차 하지 않은 데 이어, 개헌안 표결이라는 헌법적 절차마저 참여하지 않은 것은, 헌법이 부과한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며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직무유기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국회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개헌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앞으로 새로운 개헌의 동력을 만들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그래도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의 취지가 국정운영에 반영되도록 힘쓰겠다. 법과 제도, 예산으로서 개헌의 정신을 살려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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