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신종철 기자] 결혼 전 남편과의 금연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아내가 계속해서 담배를 피운다면 ‘이혼 사유’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다만 남편도 담배를 피우면서 아내에게만 금연을 요구했다면, 혼인파탄의 책임은 동등하다고 봐 위자료 청구는 인정하지 않았다.

A씨(남)는 B씨(여)의 흡연 사실을 알게 되자 혼인을 전제로 금연을 요구해, B씨가 이를 약속했고 2011년 결혼해 이듬해 아이를 출산했다.

그런데 B씨는 모유 수유를 중단할 무렵부터 다시 흡연을 시작했다. A씨가 아내의 흡연 사실을 알게 돼, B씨는 다시 금연을 약속했다.

B씨는 2017년 11월경 남편에게 다시 둘째를 갖자고 제안하며 출산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B씨는 그 무렵 남편이 업무상 접대를 위해 유흥업소를 출입한 사실을 알게 되자 부정행위를 의심하면서 다투게 됐다. B씨는 남편의 해명을 듣고 이해하려 했으나, 남편에 대한 서운함이 남아 둘째를 갖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흡연을 시작했다.

A씨는 2018년 4월 아내의 흡연사실을 알게 돼 크게 다퉜다.

이에 B씨는 다음날 남편에게 협의이혼 서류를 보여주며 이혼을 제안했고, A씨가 이에 응해 협의이혼을 논의했으나, B씨가 반복된 입장 번복으로 협의에 이르지 못해 결국 이혼소송이 제기됐다.

두 사람은 부산가정법원의 조정조치명령에 따라 15회기에 걸친 부부상담을 받았다. A씨는 2018년 12월 부부상담을 받으면서 B씨와의 재결합에 대해 고민하게 돼 부부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했으나, 화장실에서 B씨의 담배꽁초를 발견하고는 크게 실망했다.

부산가정법원 정일예 판사는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이혼 청구소송에서 “두 사람은 이혼하라”는 판결을 내린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이 판결은 2019년 11월에 있었는데, 법원이 홈페이지에 주요판결로 공개해 보도한다.

정일예 판사는 “원고와 피고는 혼인기간 동안 피고의 흡연으로 인한 갈등이 반복되면서 서로에 대한 신뢰 상실과 불만이 누적돼 오던 중 피고가 2018년 5월 또다시 흡연을 하면서 둘 사이의 갈등이 증폭돼 소송에까지 이르게 된 점, 피고는 소송 계속 중 부부 상담을 받으면서도 원고와의 약속을 어기고 또다시 흡연했고, 이에 원고가 크게 실망해 관계회복을 위한 의지를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판사는 “원고와 피고는 비록 같은 집에 거주하고는 있으나 대화 및 식사를 함께 하지 않는 등 서로를 외면하면서 생활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혼인관계는 이미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됐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따라서 원고의 이혼 청구는 민법 제840조 제6호에서 정한 재판상 이혼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정일예 판사는 다만 혼인파탄의 책임은 A씨와 B씨 모두 동등하게 있다고 봐 위자료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일예 판사는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은, 원고 스스로는 금연을 하지 않으면서 피고에게만 일방적으로 자신의 기준을 강요하고, 피고의 흡연을 비난하기만 했을 뿐 피고를 이해하려는 노력에는 인색했던 원고와, 금연약속을 여러 차례 불이행했고, 부부상담 중에도 원고와의 약속을 불이행해 관계회복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으며, 부부관계가 악화된 주된 원인이 피고의 약속불이행으로 인한 신뢰 상실에 있음에도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직시하지 않은 피고 모두에게 있다고 할 것이고, 그 책임의 정도 또한 대등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정 판사는 “따라서 혼인관계 파탄의 주된 책임이 피고에게 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위자료 청구는 이유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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