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신종철 기자] 대한변호사협회 이찬희 협회장은 2020년 신년사에서 유사직역과의 국회 ‘입법전쟁’을 치룬 다사다난했던 일들로 인한 고충을 털어놓으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이룬 성과를 밝혔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은 “수없이 국회를 방문했다”며 “유사직역의 적극적인 로비로 발의돼 있던 세무사의 조세소송대리권, 법무사의 소액사건소송대리권, 변리사의 특허공동소송대리권, 노무사의 노동관계 사건 고소ㆍ고발 진술대리권 요구 등 수많은 변호사의 직역을 침탈하는 법안들을 전부 막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변호사의 의뢰인 비밀유지권에 관한 입법을 발의하고, 직역확대를 위해 준법지원인 확대 등 다양한 법안들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찬희 변협회장은 “법원, 검찰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상생 발전하는 방안을 모색한 결과 (김명수) 대법원장께서 변협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오랜 숙원이던 형사사건의 전자소송화, 하급심 판결문의 전면 공개에 대해 적극적인 추진을 약속했다”고 성과로 꼽았다.

이 변협회장은 또 “(윤석열) 검찰총장께서 취임하자마자 대한변협을 방문하고 수사과정에 있어서 변론권의 확대강화방안을 계속 발표했다”며 “앞으로도 법조삼륜 간에 적절한 견제와 균형을 통해 상생 발전하는데 대한변협이 중심축이 되도록 하겠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찬희 변협회장은 “새해에는 변호사가 법조계와 사회의 중심이 되도록 하겠다. 종전처럼 유사직역의 공세를 방어하는 것을 넘어서 새로운 직역을 창출하겠다. 변호사회의 목소리에 힘이 실려 우리 사회가 인권과 정의를 위한 바른 길을 찾아가는 데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다음은 대한변호사협회 이찬희 협회장 2020년 신년사 전문>

회원 여러분께 희망을 선물하겠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회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돌이켜보면 지난 2019년은 국가와 법조계 모두 참으로 다사다난한 한 해였습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말하기 어려운 시간이었습니다. 우리 편이 아니면 무조건 적으로 간주하고 공격하면서 편 가르기가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우리 변호사회 내부도 정치성향에 따라 양분되어 변협 집행부가 나설 수가 없었습니다. 부치지 못한 편지처럼 발표하지 못한 성명서가 수북하게 쌓였습니다.

개혁의 시대라고 외치지만 막상 내면을 들여다보면 원칙도, 융통성도 없는 완전 혼돈의 시대였습니다. 하루하루 외줄 타는 곡예사의 심정으로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모든 것이 정치논리에 따라 해석되는 상황에서, 여야 어느 한 쪽을 적으로 돌리게 되는 경우 우리의 직역과 관련된 수많은 법안들의 운명은 그야말로 풍전등화였습니다.

유효투표수의 80%가 넘는 압도적인 지지로 협회장에 당선되었지만 마주친 현실은 암담하였습니다. 유사직역들의 수많은 변호사직역침탈 법안들이 국회에 발의되어 있었습니다. 법원, 검찰과는 소통의 부재와 갈등으로 인하여 제대로 업무협조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협회장으로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회원들의 권익 보호라고 생각했습니다. 감정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큰 틀에서 멀리 보고자 노력했습니다. 다행히 어려운 상황 속에서 중심을 잘 잡고 있다는 많은 회원들의 격려 말씀에 큰 힘을 얻었습니다.

소리 없이, 그러나 수없이 국회를 방문했습니다. 유사직역의 적극적인 로비로 발의되어 있던 세무사의 조세소송대리권, 법무사의 소액사건소송대리권, 변리사의 특허공동소송대리권, 노무사의 노동관계 사건 고소ㆍ고발 진술대리권 요구 등 수많은 변호사의 직역을 침탈하는 법안들을 전부 막아내고 있습니다. 변호사의 의뢰인 비밀유지권에 관한 입법을 발의하고, 직역확대를 위해 준법지원인 확대 등 다양한 법안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법원과 상고법원을 둘러싼 지나친 반목으로 형사사건 성공보수약정무효판결이 선고되면서 모든 회원들이 그 불이익을 그대로 감수하여야만 했고, 검찰과의 갈등으로 변론권이 위축되어 그 불이익을 국민들이 감내하여만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었습니다. 우리는 법률전문가로 오랜 시간 많은 법률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지만 정작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에 대하여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회원 여러분을 위하여 법원, 검찰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상생 발전하는 방안을 모색하였습니다. 그 결과 대법원장께서 직접 변협과의 간담회에 참석하여 우리의 오랜 숙원이던 형사사건의 전자소송화, 하급심 판결문의 전면 공개에 대하여 적극적인 추진을 약속하였습니다. 검찰총장께서 취임하자마자 대법원에 이어 대한변협을 방문하고 뒤이어 수사과정에 있어서 변론권의 확대강화방안을 계속하여 발표하였습니다. 앞으로도 법조삼륜 간에 적절한 견제와 균형을 통하여 상생 발전하는데 있어 대한변협이 중심축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한편, 탈북민을 지원하는 각종 소송을 지원하고, 북한어민의 강제북송의 문제점을 강하게 지적하였으며, 피의자 자기변호노트를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하는 등 변호사의 사명인 인권옹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국민들로 하여금 변호사에 대한 신뢰를 쌓았습니다.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어려운 국내 문제들을 해결하는 가운데, 2019년 9월 ‘변호사의 올림픽’이라는 세계변호사협회(IBA) 서울총회를 세계가 깜짝 놀랄 만큼 성공적으로 개최하였습니다. 전 세계에서 참가한 6000명이 넘는 각국의 변호사들이 조직적이고 효율적인 대회진행과 한국의 발달된 법률시장을 보고 돌아간 후 수없이 많은 러브콜을 보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하여 한국의 우수한 법률서비스를 전 세계로 홍보하고, 청년변호사들의 국제 법률시장으로의 진출을 적극 지원하도록 하겠습니다.

국내외적으로 다양한 성과를 거두는 가운데 냉정하게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보았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법원과 검찰의 개혁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우리의 개혁은 방치하고 있었습니다. 변호사가 법조계의 중심이 되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의 체질을 개선하고 체력을 키워야합니다.

놀랍게도 변호사회 내부에도 드루킹이 있습니다. 익명게시판인 것처럼 회원들을 기망하고, 언제든지 누가 어떤 내용으로 글을 올렸는지를 검열하면서 댓글을 조작하고 가짜뉴스를 전파하고 있습니다. 이는 동료 변호사들을 철저히 무시하는 태도입니다. 이러한 병폐를 포함하여 변호사 사회의 체질을 개선하고자 집행부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위원들로 구성된 개혁위원회를 출범시켰습니다.

개혁위원회에서는 직역수호와 확대, 전관예우의 근절, 변호사회의 효율적 운영 등 변호사제도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수술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변협 집행부는 2020년을 변호사회 개혁의 원년으로 삼아 겸허한 마음으로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개혁위원회의 권고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실천하겠습니다.

지난 해 12월에 3만 번째 회원등록이 있었습니다. 변호사가 이렇게 많으니 먹고살기 힘들다는 탄식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변호사가 우리 사회 어디에서나 활동하면서 국민의 다정한 이웃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았던 분야에 변호사들이 눈을 돌리면서 유사직역에 의하여 불완전한 법률서비스를 받던 국민들에게 법률전문가인 변호사에 의한 제대로 된 선진국형 법률서비스를 받는 환경을 조성하였습니다.

새해에는 변호사가 법조계와 사회의 중심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종전처럼 유사직역의 공세를 방어하는 것을 넘어서 새로운 직역을 창출하겠습니다. 변호사회의 목소리에 힘이 실려 우리 사회가 인권과 정의를 위한 바른 길을 찾아가는 데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나는 변호사입니다”라는 말에 자긍심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회원 여러분께 희망의 새해를 선물하겠습니다.

대망의 2020년 경자년 새해를 맞이하여 회원 여러분 모두 건강하시고 가정과 일터에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2020. 1. 1.

대한변호사협회장 이찬희 올림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