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신종철 기자] 헌법학자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법전원) 교수는 3일 “법관인사권 등 사법행정권을 장악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며 사법농단의 불러온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의 폐해를 진단했다.

한상희 교수는 그러면서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행정자문위원회’라고 하는 옥상옥의 기구를 만들어 대법원장의 권한이 오히려 더 강화되는 틀을 마련하고 있다”며 “국민들의 대표가 참여하는 ‘사법행정위원회’를 만들어 민주적인 사법행정 거버넌스 체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는 공동으로 3일 오후 1시 30분 국회 정론관에서 ‘사법농단 재발 방지 및 대법원장 독점 사법행정권의 실질적 분산 위한 법원조직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박주민 의원은 법원조직법 개정안 대표발의자로서 발언을 했다. 또한 발언자로 나선 성창익 변호사는 개정안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한상희 교수는 개정안 통과의 필요성에 대해서 강조했다.

좌측부터 박주민 의원, 이재근 국장, 김지미 변호사, 한상희 교수, 서희원 변호사, 김수영 변호사, 성창익 변호사, 김태일 간사
좌측부터 박주민 의원, 이재근 국장, 김지미 변호사, 한상희 교수, 서희원 변호사, 김수영 변호사, 성창익 변호사, 김태일 간사

기자회견에는 박주민 의원, 민변에서는 사법위원장인 김지미 변호사, 성창익 변호사, 서희원 변호사, 김수영 변호사가 참여했다. 참여연대에서는 한상희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권력감시국 이재근 국장, 사법감시센터 김태일 간사가 참석했다.

발언자로 나선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법전원, 로스쿨) 교수는 “지난 (박근혜) 정권에서 있었던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건은 법치국가를 선언하고 있는 우리의 국가체제에서 근간을 뒤흔들어 버리는 가장 잘못된, 법을 남용하고 재판권을 남용한 사례였다”고 포문을 열었다.

헌법학자 한상희 교수
헌법학자 한상희 교수

한 교수는 “법원이 제대로 서지 못하고, 법이 제대로 서지 못하고, 그런 과정에서 점진적 쿠데타라고까지 이야기되는 국정농단사건이 가능할 수 있었다”며 “만약에 법원이 바로 사고, 법이 바로 섰다면 그런 불행한 정치적인 사건이 있었을까요”라고 지적했다.

헌법학자인 한상희 교수는 “사실 그동안 우리의 사법체계 특히 법원체계는 대법원장에게 지나친 권력을 부여함으로써, 전 세계 어디에도 비견할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한 사법행정권을 대법원장 한 사람에게 전적으로 귀속시킴으로써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 특히 법관인사권을 남용해서 모든 사법권력을 자기에게 집중시킬 수 있는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를 구축해 놓았다”고 진단했다.

한상희 교수
한상희 교수

한 교수는 “그리고 제왕적 대법원장의 또 다른 손인 법원행정처는 모든 사법행정권을 장악하는 동시에 법관들을 거기에 편입시킴으로써 법관들에게는 승진의 로얄로드(royal road)를 제공하고, 또 대법원장에게는 그런 법관들을 이용해서 모든 법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통제할 수 있는 그런 권력을 부여했다”고 일갈했다.

그는 “그 결과 우리가 알고 있듯이 아직도 청산되지 못한 사법농단의 부끄러운 과거가 있다”고 꼬집었다.

발언하는 한상희 교수
발언하는 한상희 교수

한상희 교수는 “이번 (박주민 의원의) 법원조직법은 그런 잘못된 관행들을 척결할 수 있는 대법원장 1인에게 집중돼 있는 사법행정권을 국민에게 되돌려줌으로써, 민주적인 거버넌스(제반 장치)를 체제를 마련함으로써 사법행정이 보다 민주적이고 합법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사법권의 독립이 보다 확실하게 제대로 보장될 수 있는 틀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실제 이런 방안들은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사법제도발전위원회라든지 그에 소속된 추진단에서 사법행정위원회와 같은 민주적인 거버넌스 체제를 마련하겠다는 약속도 했었고, 그에 상응하는 법률안도 제시됐으나, 이것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지미 변호사, 한상희 교수, 서희원 변호사
김지미 변호사, 한상희 교수, 서희원 변호사

그는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던 것 같긴 하지만,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행정자문위원회라고 하는 옥상옥의 기구를 만들어서 어떻게 보면 대법원장의 자문에 응하는 소극적인 기관, 그리고 분기별로 한 번 정도 개최되는 있으나마나한 기관을 두고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대법원장의 권한이 오히려 더 강화되는 틀을 마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상희 교수는 “이런 것이 아니라, 보다 실질적으로 국민들의 의사가 사법행정과정에 투입될 수 있는 그리고 국민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그런 사법행정위원회를 만들어서 보다 민주적인 사법행정 거버넌스 체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상희 교수
한상희 교수

한 교수는 “실제 이런 제도는 전 세계적으로 상당히 많이 도입되고 있다. 특히 유럽 같은 경우는 대부분의 국가가 국민들의 대표가 참여하는 또는 각 직능단체의 대표들이 참여하는 그런 사법행정위원회를 둠으로써 사법행정이 어떤 특정한 개인의 전유물이 되거나, 또는 특정한 권력의 통로가 되는 현상을 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사법행정위원회와 같은 경우는 그 자체가 사법권의 독립, 재판의 독립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로서 도입되기도 한다”며 “국민들과 더불어서 사법행정을 수행함으로써 국민들의 감시와 견제 속에서 어떤 정치권력이라든지 잘못된 권력이 재판에 개입하는 것, 법관의 양심에 따른 재판에 영향을 주는 것을 차단하는 장치들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미 변호사, 한상희 교수
김지미 변호사, 한상희 교수

한상희 교수는 “그리고 더 나아가서 사법행정이라든지 또는 사법이 이뤄지는 과정이라든지 이런 것들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책임을 지는 어카운트빌리티(Accountability)를 확립하는 그런 장치들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 사법행정위원회다”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사법행정위원회는 우리도 도입하자. 그래서 사법행정 과정에 법관의 대표와 더불어서 국민의 대표가 들어가서 민주적으로 운영하자는 것이 이번 (박주민) 법원조직법 개정안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좌측부터 박주민 의원, 이재근 국장, 김지미 변호사, 한상희 교수, 서희원 변호사, 김수영 변호사, 성창익 변호사, 김태일 간사
좌측부터 박주민 의원, 이재근 국장, 김지미 변호사, 한상희 교수, 서희원 변호사, 김수영 변호사, 성창익 변호사, 김태일 간사

한상희 교수는 “실제 우리가 그동안 뼈아프게 경험했던 사법농단이라는 잘못된 과거사, 또는 그 배경에 있었던 대법원장 한 사람에게 집중됐던, 그래서 언제든지 남용ㆍ오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던 사법행정권, 이런 것들을 제대로 고쳐내고 보다 민주적이고 보다 법관 양심에 충실한 그런 사법권을 만들어 내기 위한 노력을 지금 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우리는 민주화의 과정을 통해 사법권의 독립을 위해서 싸워왔다. 그리고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수준의 사법권의 독립 보장 장치들이 이뤄졌다”며 “이제는 국민들이 그렇게 독립된 사법권이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잘못 오용되는 것을 막고, 국민들을 위해서 국민에 의해서 국민의 사법권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상희 교수
한상희 교수

한상희 교수는 “사법의 민주화라는 요청은 바로 이 때문에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사법의 민주화 요청을 제대로 담고 있는 것이 이번 (박주민) 법원조직법 개정이라고 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 교수는 끝으로 “(언론인) 여러분께서 관심을 가져 주시고, 이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제대로 통과될 수 있도록 그래서 민주적인 사법이 보장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박주민 의원이 대표발의로 국회에 제출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대법원장을 중심으로 한 과도한 사법행정권한의 집중화를 막고자 법원행정처와 법관인사위원회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하는 모습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하는 모습

개정안은 사법행정 권한을 새로운 합의제 기구인 사법행정위원회로 도입하며, 그 구성에는 법관과 비법관이 함께 포함되도록 하고, 특히 그 중 비법관위원은 국회에서 선출되도록 해 사법행정의 운영과정에 민주성과 정당성을 확보하도록 했다.

또한 개정안은 사법행정의 과정에 고위법관 뿐만 아니라 일선 모든 법관의 목소리가 넓게 반영될 수 있게 하는 전국법관대표회의의 근거규정을 마련해 전국법관대표회의의 법적 근거와 대표성을 명확히 했다.

아울러 현재까지 운영에 많은 문제가 제기돼 온 ‘고등법원 부장판사’ 제도를 폐지하고 지방법원 부장판사 제도를 유연화 했다. 차관급 예우를 받는 고등법원 부장판사(고등부장)는 법원 승진인사의 꽃으로 여겨져 왔다. 다른 측면에서 대법원장 인사에 ‘줄서기’ 비판이 있었다.

이번 법원조직법 개정안 발의에는 설훈, 신창현, 기동민, 김병기, 김종민, 권칠승, 윤일규, 정재호, 김상희, 권미혁, 박정, 노웅래 의원(무순) 등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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