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신종철 기자] 법원이 생후 7개월 딸을 5일간 집에 혼자 방치해 숨기게 한 어린 부부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A씨(21)와 B(18)양은 작년 5월 26일부터 5일간 거주하는 아파트에 생후 7개월인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하고, 사체를 방치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둘은 심하게 다툰 후 집을 나가 아이를 홀로 방치하며 서로 보호 및 부양의무를 떠넘겼다.

두 사람이 5일 만에 집에 들어왔을 땐 딸은 사망했다. 이들은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사체를 옷과 이불과 함께 종이상자에 넣어 방치했다.

인천지방법원 제12형사부(재판장 송현경 부장판사)는 작년 12월 19일 살인, 사체유기,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ㆍ방임)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B양에게는 장기 징역 15년에 단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피고인들은 피해자를 방치해 사망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사망을 예견하지 못했고, 의도하지 않았으므로 살인의 고의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해자는 사망 당시 불과 생후 7개월의 젖먹이 아기로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이 없었다”며 “피고인들은 피해자의 친권자로서 피해자를 보호하고 양육해야 할 법적 의무를 부담한다”고 짚었다.

이어 “피고인들이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방지하기 위해 취했어야 할 조치는 어린 자식인 피해자를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행위로 부모로서 수고스러울 수는 있을지언정 특별한 능력을 요하는 것이 아니므로, 사망이라는 결과는 쉽게 방지할 수 있었다”며 “피고인들이 자신들의 부모나 지인 등에게 조금씩 도움을 청하기라도 했더라면 피해자는 사망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피해자에게 3일 넘게 물 한 모금 먹이지 않은 행위에 의한 법익침해는 그들 손으로 직접 피해자를 죽이는 행위에 의한 법익침해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가 있다”며 “피고인들의 방치행위는 살인죄의 실행행위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인들에게 피해자의 사망가능성에 대한 확정적인 예견가능성이나 의도적으로 피해자가 죽도록 내버려 두려는 의사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에게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양형과 관련해 재판부는 “3일 넘게 물 한 모금 먹지 못하도록 굶다가 사망에 이르는 고통은 통상의 정도를 넘어서는 극심한 육체적 또는 정신적 고통”이라며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피고인들의 범행수법이 매우 잔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굶주림과 목마름에 시달리며 고통 받을 당시 해수욕장에 놀러가거나 친구들과 새벽까지 술을 마시면서도, 피고인들 사이에 간간이 주고받는 연락을 통해 서로에게 피해자를 보호할 책임을 떠넘겼다”고 말했다.

또 “피고인들은 나아가 피해자가 사망한 사실을 분명히 알고 난 뒤에도 사체를 빈집에 그대로 두고 자신들은 모텔 등에서 생활했으며, 피고인들의 부모가 마련한 피해자를 위한 장례식에도 술을 먹은 후 늦잠을 자느라 참석하지 않았다”며 “피고인들에 대한 비난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부모 품에서 벗어나 힘겹게 피해자를 키우게 되면서부터 피고인들 사이의 갈등이 커지고 서로에게 크게 실망해 결국은 범행에까지 이르렀으나, 서로에 대한 미움과 분노를 힘없고 연약하며 아무런 죄가 없는 피해자에게 돌리고 말았으므로, 피고인들에 대한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