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킥보드를 타다가 사망한 사건에서 대여업체가 안전수칙을 고지하고 안전모를 제공했다면 업체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A씨(40대)는 2015년 8월 전북 전주시의 한 전동이륜차 대여업체에서 전동킥보드를 빌려 타다가 넘어져 외상성 뇌출혈이 발생해 병원에 후송돼 치료를 받던 중, 며칠 뒤 안타깝게도 뇌연수마비로 사망했다.

이에 유족은 “대여업자는 전동이륜차(킥보드) 이용자(임차인)에게 전동이륜차의 사용방법 등을 충분히 알려주고, 안전교육을 실시하며, 안전모 등 안전장구를 제공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함으로써 망인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대여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대여업체의 과실을 일부 인정해 대여업체와 보험사는 유족에게 85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으나, 대여업체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부산지방법원 제4민사부(재판장 성금석 부장판사)는 최근 전동킥보드를 빌려 타다가 숨진 A씨 유족이 대여업체와 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단을 깨고, 피고 승소 판결을 내린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피고의 직원은 당시 망인 등에게 전동이륜차의 작동방법을 설명하고 안전교육을 실시한 것으로 보이며, 망인 등은 전동이륜차를 시운전하기도 한 점, 피고는 점포의 벽에 전동이륜차의 운행에 대한 안전주의사항(과속금지, 음주운전 금지, 혼자 탈 것, 야간 조명 켤 것 등)을 부착해 놓은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가 사용방법, 출입금지구역, 안전수칙 등의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배척했다.

또 “가사 피고의 직원들이 망인에게 안전모 착용을 적극적으로 권유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는 망인에게 안전모 제공의무를 다 이행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건 당시 점포에는 ‘운행시 필수사항’이라는 제목으로, 운전자가 안전모 등 안전장비를 착용할 의무가 있음을 안내하는 게시문이 부착돼 있었다. 업체는 점포의 벽면에 안전모들을 진열해 놓고, 전동이륜차 이용자들에게 무상으로 대여해 줬는데, 이 사건 당시에도 여러 개의 안전모가 진열대에 진열돼 있었다고 한다.

재판부는 “망인은 당시 점포의 직원과 대화를 나눈 뒤 안전모 진열대에서 직접 안전모를 골라 아들에게 착용하도록 했고, 평소 오토바이를 운전한 경험이 있어 전동이륜차의 조작에 능숙했던 것으로 보이는 바, 망인은 점포에서 안전모가 무상으로 제공된다는 점 및 전동이륜차의 위험성, 안전모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할 것인바,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 한 제1심 판결은 부당하므로 피고들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 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