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신종철 기자] 판사 출신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28일 사법연수원 동기인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최근의 검찰수사 행태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하면서, 특히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관한 일화를 공개했다.

박범계 의원은 이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관련 국회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발언자로 단상에 올라 1시간가량 발언을 통해서다.

박범계 국회의원
박범계 국회의원

공수처 설치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한 박범계 의원은 말미에 “마지막으로 제가 드리는 말씀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얘기”라며 꺼냈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사법연수원 제23기 동기라는 박범계 의원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2013년)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팀장으로서 당시 황교안 법무부장관의 의사와 의지를 뿌리치고 성역 없이 수사를 진행했다”며 “그리고 그는 대구고검으로 좌천됐다. 한 번의 좌천에서 그치지 않고, 대전고검으로 2차 좌천을 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보복성 징계였다”고 평가했다.

박 의원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성격을 너무나 잘 아는 저는 불의 보듯이 뻔하게 (윤석열 검사가) 사표를 낼 것으로 예견이 됐었다”고 말했다.

박범계 의원은 “그때 조국 서울대 법전원(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저에게 전화를 걸어왔다”며 “‘어떠한 경우에도 윤석열과 같은 좋은 검사가 사표를 내게 해서는 안 된다’는 당부와 부탁이었다”고 당시 조국 교수의 당부를 공개했다.

박 의원은 “그래서 (조국 교수에게) 제가 페이스북에 (윤석열 검사의) 사표를 만류하는 글을 쓰고자 한다고 했다”며 “(그러니까) 조국 교수는 ‘이왕 쓰는 김에 정말 자세하게, 단단하게 그리고 호소하듯이 써주면 좋겠다’는 간곡한 부탁을 했다”고 소개했다.

박범계 의원은 “저는 윤석열 검사가 사표를 절대로 내서는 안 된다는 절절한 글을 ‘윤석열 형’으로 시작되는 문장을 만들어서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것을 조국 교수는 다시 리트윗 했다”고 말했다. 조국 교수는 박 의원의 페이스북 글을 공유했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그렇게 지켜진 윤석열 검사였다”고 떠올렸다.

사진=대검찰청 홈페이지
사진=대검찰청 홈페이지

박범계 의원은 “촛불혁명을 거쳤던 제19대 문재인 대통령은 적폐청산의 과업을 윤석열 검사에게 맡겼다. 그리고 지금 윤석열 검찰총장은 ‘윤석열표’ 수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서운하다. 대단히 서운하다. 섭섭하다. 대단히 섭섭하다”면서 “오늘 제가 말씀드린 과잉금지의 원칙, 비례성의 원칙이라는 헌법상의 원칙은 윤석열 검찰총장께서 너무나 자주 얘기하는 헌법상의 원리다”고 환기시켰다.

박범계 의원은 “윤석열 총장은 자신이 ‘헌법주의자’라고 얘기한다. 수사의 칼날은 수사의 칼집과 같이 가야 한다”며 “언제나 빼어들고 있는 수사의 칼. 눈도 귀도 없는 수사의 칼. 그것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신봉하는 헌법상의 원리, 과잉금지의 원칙, 비례성의 원칙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칼이 칼집에서 울리듯이 있을 때, 대한민국에서 부패를 저지르고자 하는 자, 대한민국에서 비리를 저지르고자 하는 자, 대한민국에서 부정을 저지르려는 자들이 두려워할 것”이라며 “그것이 대한민국 검찰조직의 사명이다. 그것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명이다”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박범계 의원은 “그러나 지금 제가 보는 견지에서 여당 국회의원으로서가 아니가, 2003년부터 지금까지 한시도 검찰개혁을, 공수처를 내려놓지 않았던 제가 저보다 나이가 많은 동기 윤석열 검찰총장께 드리는 고언”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금 한 번 되돌아보십시오. 윤 총장께서 신봉하는 헌법상의 원리와 헌법주의가 지금 구가하고 있는 수사가 진정으로 조화하고 있는 것인지, 한 번 가슴에 손을 얹고 되짚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박범계 의원은 “꽤 많은 시간에 제 평소의 생각을 정리해서 있는 그대로 말씀드렸다. 반드시 금년 내에 지난 20년 동안 대한민국 사회, 대한민국 국민이 공론으로 받아들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는 강력한 부름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국민 여러분, 지켜주십시오. 통과시켜주십시오. 통과되도록 힘을 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한편 실제로 박범계 의원은 지난 2013년 11월 10일 페이스북에 ‘윤석열 형!’으로 시작하는 글을 올렸다. 박 의원은 “형을 의로운 검사로 칭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과 검찰의 현실이 너무 슬프다”고 적었다.

박범계 의원은 “검사는 범죄혐의를 발견하면 수사를 개시해야 한다는 형소법을 따르고,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정한 검사가 될 것을 (검사) 선서로 다짐한 것을 지켰을 뿐인 형인데”라며 “그런 형에게 조직의 배반자, 절차불이행자로 낙인찍는 검찰의 조직문화가 아직도 상하로 여전하다면 대한민국은 여전히 ‘이게 도대체 정상적인 나라야?’라는 비난과 자조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당시 윤석열 검사에 대한 징계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박범계 의원은 “형! 그래도 저는 기대와 희망을 가지려합니다. 아직도 정의로운 검사들이 이 땅에는 여전하고, 그들은 조용하지만 이 사태를 비분강개할 것이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어떠한 경우에도 사표를 내서는 안 됩니다. 범계 아우가 드리는 호소입니다”라고 당부했었다.

박범계 국회의원이 2013년 11월 1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박범계 국회의원이 2013년 11월 1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2013년 검찰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대검찰청의 채동욱 검찰총장은 ‘국정원 정치관여 및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할 특별수사팀을 서울중앙지검에 설치했다. 팀장으로는 특수통 윤석열 여주지청장을 임명했다.

그런데 국정원 댓글 수사팀의 수사가 진행될수록 법무부(장관 황교안) 등과 마찰이 있었다. 결국 채동욱 검찰총장은 혼외자 문제로 2013년 9월 검찰을 떠났다. 이후 국정원 댓글수사 특별수사팀의 동력이 급격해 떨어졌다.

급기야 유석열 수사팀장도 수사팀에서 배제됐다. 그러다 2013년 10월 21일 서울중앙지검에 대한 국정감사장에서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은 검찰 지휘부와 법무장관을 향해 ‘수사에 외압이 있다’는 양심선언이 담긴 폭탄발언을 쏟아내 검찰 지휘부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당시 윤석열 전 팀장은 자신을 특별수사팀에서 직무배제명령을 내렸던 조용곤 서울중앙지검장과는 진실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항명’이라며 눈물까지 보인 조용곤 지검장은 ‘감찰’을 요청했다.

감찰에 착수한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2013년 11월 8일 감찰위원회를 열고 국정원 댓글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 활동했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에게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결정하고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감찰위원회는 ‘국정원 트위터 사건’ 직원들의 압수수색과 체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보고누락 등 검찰내규를 어겼다고 결론 내렸다. 반면 국정감사장에서 윤석열 전 팀장이 외압 의혹의 당사였던 검찰지휘부들은 징계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박범계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검사에게 검복을 벗지 말라’는 호소를 한 것이다.

박 의원은 “형에게 검찰이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내린다는 소식은 참으로 가소롭기 그지없는 일이다. 보고 및 결재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조직의 질서를 문란케 한 사범으로 저들은 포장하겠지요. 그러나 그들이 차마 말 못할 사정은, (2013년) 6월부터 국정원 대선개입수사를 못하게 하는 외압이 있어왔고 (국정원) 압수물도 돌려주고 체포한 요원들도 돌려보내라는 그래서 결국은 트위터 수사도 공소장 변경도 하지 말라는 상관의 직권남용의 벽에 직면한 현실이겠지요”라고 적었었다.

국정원 댓글사건 특별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은 수사팀에서 배제되고 박근혜 정부에서 2014년 1월 대구고검 검사로 인사 발령이 났고, 2년을 꽉 채운 2016년 1월에는 대전고검 검사로 이동했다. 고등검찰청(고검)은 검찰에서 소위 한직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윤석열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해 화려하게 컴백했고, 지난 7월에는 대검찰청 검찰총장에 임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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