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신종철 기자] 자치구의회 의원선거의 예비후보자는 후원회를 둘 수 없도록 금지한 정치자금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관 5명은 위헌 의견을 냈고, 4명은 합헌 의견을 냈다. 결국 위헌 정족수 6인에 이르지 못해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번 헌법소원 청구인들은 2018년 6월 13일 실시된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광역시장 후보, 지방의회 의원 후보 등으로 출마하기 위한 예비후보자들이었다.

정치자금법 제6조는 광역단체장 선거의 예비후보자와 자치구의 지역구의회 의원선거의 예비후보자를 후원회지정권자로 하고 있지 않고 있다.

이에 예비후보자들을 위한 후원회를 구성할 수 없게 되자, 청구인들은 위 법률조항이 자신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18년 4월 24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합헌 의견 4명, 위헌 의견 5명으로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헌법재판소장인 유남석 재판관과 이선애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이미선 재판관 등 4명은 기각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들은 “자치구의회 의원은 대통령, 국회의원과는 지위나 성격, 활동범위, 정치적 역할 등에서 본질적으로 다르다”며 “자치구의회 의원의 활동범위는 해당 자치구의 지역 사무에 국한되고, 수행하는 정치활동의 질과 양에서 국회의원과 자치구의회 의원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으며, 그에 수반해 정치자금을 필요로 하는 정도나 소요자금의 양에서도 현격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이러한 차이를 후원회를 둘 수 있는 자의 범위와 관련해 입법에 어느 정도 반영할 것인가 하는 문제 및 그에 관한 규제의 정도와 내용은 입법자가 결정할 국가의 입법정책에 관한 사항으로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는 영역”이라고 덧붙였다.

재판관들은 “자치구의회 의원선거의 예비후보자는 선거비용 이외에 정치자금의 필요성이 크지 않고, 선거비용 측면에서도 자치구의회 의원선거의 경우 예비후보자로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기간 역시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선거에 비해 비교적 단기여서 상대적으로 선거비용이 적게 든다”고 봤다.

이들은 “자치구의회 의원선거의 예비후보자는 선거비용 이외에 정치자금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며 “선거비용 측면을 보더라도, 자치구의회 의원선거의 경우 예비후보자로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기간은 90일 이내로, 대통령선거 240일과 국회의원선거 120일에 비해 비교적 단기여서 상대적으로 선거비용이 적게 든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6년 4월 13일 치러진 제20대 국회의원선거의 전체 지역구 후보자의 평균 선거비용제한액은 1억 7800만원이고, 평균 선거비용지출액은 1억 1988만원이다. 반면 2018년 6월 13일 치러진 제7회 동시지방선거의 시ㆍ군ㆍ자치구의회의원 후보자의 평균 선거비용제한액은 4100만원이고, 평균 선거비용지출액은 3100만원으로 국회의원선거 지역구 후보자와 차이가 상당하다.

재판관들은 “또한 자치구의회 의원선거의 예비후보자의 경우 국회의원선거뿐만 아니라 광역단체장선거의 예비후보자와 달리 상대적으로 매우 좁은 선거구로 인해 주민과 훨씬 빈번히 접촉하고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지역 주민들과 접촉하며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 자치구의회 의원의 지위에 비추어보면 선거과정에서부터 미리 예비후보자나 후보자에 대한 대가성 후원을 통해 당선 이후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사람들의 접근 등으로 인한 부작용이 예상되므로 후원회를 통한 정치자금 모금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 볼 때, 후원회를 통한 정치자금의 조달을 허용하는 대통령선거 예비후보자나 국회의원선거 예비후보자와 달리 자치구의회 의원선거 예비후보자에게 이를 불허하는 것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이를 두고 입법재량을 현저히 남용하거나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관들은 “따라서 이 조항 중 자치구의회 의원선거의 예비후보자에 관한 부분은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이석태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영진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등 5명은 인용의견을 제시했으나, 위헌 정족수 6인에 이르지 못했다.

이들 재판관들은 “자치구의회 의원선거의 경우에도 선거를 위해 선거사무소 설치, 기탁금 납부, 향후 선거 홍보비용 지출 등을 위한 선거자금이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라며 “그런데 자치구의회 의원선거의 경우 중앙당으로부터 지원받는 선거지원금 규모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더욱이 예비후보자의 선거비용은 보전대상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자치구의회 의원선거의 후보자에 대해 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밝혔다.

또 “군소정당이나 신생정당, 무소속 예비후보자의 경우에는 후원회 제도를 활용해 선거자금을 마련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고, 이들이 후원회 제도를 활용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은 다양한 신진 정치세력의 진입을 막고 자유로운 경쟁을 통한 정치 발전을 가로막을 우려가 있음은 자치구의회 의원선거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재판관들은 “자치구의회 의원은 주민의 개별적ㆍ이질적 그리고 다양한 의사와 이해관계를 통합하고 자치구의 의사를 형성하는 역할을 하므로, 선거에 있어 후보자에게 후원회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후원회제도의 입법목적 및 철학적 기초에 부합할 것”이라고 봤다.

또한 “자치구의회 의원의 직무 수행과 관련한 염결성의 확보는 후원회제도가 정치적 영향력을 부당하게 행사하는 통로로 악용될 소지를 차단하기 위한 정치자금법의 관련규정 등으로 보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 재판관들은 “이와 같은 사정을 종합해 볼 때, 그동안 정치자금법이 여러 차례 개정돼 후원회지정권자의 범위가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선거 예비후보자에게 후원금을 기부하고자 하는 자와 자치구의회 의원선거 예비후보자에게 후원금을 기부하고자 하는 자를 계속 달리 취급하는 것은, 불합리한 차별에 해당하고 입법재량을 현저히 남용하거나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관들은 “따라서 이 조항 중 자치구의회 의원선거의 예비후보자에 관한 부분은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위헌 의견을 제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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