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신종철 기자] 헌법재판소는 27일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와 달리 광역단체장선거 예비후보자에게는 ‘후원회’를 허용하지 않는 정치자금법 조항에 대해 평등권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면서도 입법자인 국회에 개정시한을 제시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작년 6월 경기도지사 예비후보였을 때 낸 헌법소원 사건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018년 6월 13일 실시된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하기 위해 예비후보자로 등록했다. 그런데 정치자금법 제6조에서 광역단체장선거의 예비후보자를 후원회지정권자로 하고 있지 않아 이재명 예비후보는 후원회를 구성할 수 없게 되자 “정치자금법 제6조는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18년 3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재명 예비후보는 “대통령선거 및 국회의원선거 예비후보자는 후원회를 둘 수 있는 것과는 달리 정치자금법 조항은 광역단체장선거 예비후보자에게는 후원회를 둘 수 없도록 해 광역단체장선거의 예비후보자를 대통령선거 및 국회의원선거 예비후보자와 불합리하게 차별하고 있다”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광역단체장선거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청구인의 평등권 및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는 “정치자금법 제6조 제6호 중 ‘특별시장ㆍ광역시장ㆍ특별자치시장ㆍ도지사ㆍ특별자치도지사 선거의 예비후보자’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며 “위 법률조항은 2021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광역단체장선거의 경우 국회의원선거보다 지출하는 선거비용의 규모가 크고, 후원회를 통해 선거자금을 마련할 필요성 역시 매우 크다”며 “그럼에도 대통령선거의 예비후보자와 국회의원선거의 예비후보자는 후보자로 등록하기 이전이라도 후원회를 구성해 후원금을 모금함으로써 향후 선거에 대비하는 것이 가능한 반면에, 광역단체장선거의 경우 후보자가 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는 기간이 불과 20일 미만으로 제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헌재에 따르면 2016년 4월 13일 치러진 제20대 국회의원선거의 전체 지역구 후보자의 평균 선거비용제한액은 1억 7800만원이고, 평균 선거비용지출액은 1억 1988만원이다. 반면 2018년 6월 13일 치러진 제7회 동시지방선거의 광역자치단체장 후보자의 평균 선거비용제한액은 14억 1700만원이고, 평균 선거비용지출액은 7억 6400만원이다.

후원회 모금한도를 보더라도 국회의원, 국회의원선거 후보자 및 예비후보자는 각각 1억 5000만원인 반면, 제7회 동시지방선거 선거비용제한액을 고려해 볼 때, 광역단체장 선거 후보자의 후원회가 모금해 기부할 수 있는 금액은 평균 7억 850만원이다.

헌재는 “군소정당이나 신생정당, 무소속 예비후보자의 경우에는 선거비용의 보전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 현실을 고려할 때 후원회 제도를 활용해 선거자금을 마련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고, 이들이 후원회 제도를 활용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은 다양한 신진 정치세력의 진입을 막고 자유로운 경쟁을 통한 정치 발전을 가로막을 우려가 있다”고 봤다.

헌재는 “그동안 정치자금법이 여러 차례 개정돼 후원회지정권자의 범위가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선거의 예비후보자에게 후원금을 기부하고자 하는 자와 광역단체장선거의 예비후보자에게 후원금을 기부하고자 하는 자를 계속해 달리 취급하는 것은, 불합리한 차별에 해당하고 입법재량을 현저히 남용하거나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헌재는 “그렇다면 이 조항 중 광역단체장선거의 예비후보자에 관한 부분은 평등권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되지만, 단순위헌결정을 해 당장 효력을 상실시킬 경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의 후보자 역시 후원회를 지정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 없어지게 돼 법적 공백상태가 발생하는 점 등에 비추어 2021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이를 계속 적용하기로 하는 헌법불합치결정을 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이선애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이선애 재판관은 “광역단체장은 대통령, 국회의원과는 지위나 성격, 활동범위, 정치적 역할 등에서 본질적으로 다르므로, 후원회를 통해 정치자금을 지원해 줄 필요성 역시 각 선거별 예비후보자마다 다를 수 있다”고 봤다.

또 “광역단체장은 지역 주민들과 잦은 접촉을 하며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 지위에 비추어 보면 선거과정에서부터 미리 예비후보자에 대한 대가성 후원을 통해 당선 이후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접근이 예상되므로 후원회를 통한 정치자금 모금을 어느 정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선애 재판관은 “광역단체장선거 예비후보자는 광역단체장의 후보자로 등록한 이후에는 후원회 구성이 가능하고, 그에게 후원금을 기부하고자 하는 사람은 후원금을 기부할 수 있으므로, 후원의 시기가 달라질 뿐 후원금 모금 및 기부가 전면적으로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고 짚었다.

이 재판관은 “이러한 사정을 고려해 볼 때, 후원회를 통한 정치자금의 조달을 허용하는 대통령선거 예비후보자나 국회의원선거 예비후보자와 달리 광역단체장선거 예비후보자에게 이를 불허하는 것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이를 두고 입법재량을 현저히 남용하거나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합헌 의견을 제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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