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신종철 기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 후 다섯 번의 변호사시험에 불합격해 응시제한에 걸린 ‘오탈자’가 다른 로스쿨에 입학해도 다시 변시 응시기회를 얻을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오탈자들은 변호사 등 법조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A씨는 로스쿨 졸업 후 다섯 번의 변호사시험(변시)에 응시했으나 불합격해 이른바 ‘오탈자’ 규정에 걸려 더는 응시할 수 없게 됐다. 이에 A씨는 로스쿨 석사학위를 재취득하기 위해 타 법학전문대학원에 다시 입학했다.

이후 향후 취득하게 될 새로운 로스쿨 석사학위로 변호사시험에 다시 응시할 수 있는지를 묻는 소송을 냈다.

변호사시험법 제7조(응시기간 및 응시횟수의 제한) 1항은 로스쿨의 석사학위를 취득한 달의 말일부터 5년 내에 5회만 응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석사학위취득 예정자의 경우 예정기간 내 시행된 시험일부터 5년 내에 5회만 응시할 수 있다. 이른바 ‘오탈자’ 규정이다.

서울행정법원
서울행정법원

서울행정법원 제5부(재판장 박양준 부장판사)는 지난 12월 19일 로스쿨 학생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변호사시험 응시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먼저 “변호사시험법은, 변호사시험에서 5년 내에 5회 모두 불합격한 후 다른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다시 취득한 사람의 변호사시험 응시기회제한에 대하여는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응시기회제한조항은 최초의 법학전문대학원 석사학위 취득(예정) 시점으로부터 제한된 응시기회 내에 합격하지 못한 사람에 대해 설령 그 사람이 법학전문대학원의 석사학위를 다시 취득한다 하더라도 변호사시험의 재응시를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법조인 선발과 관련해 역사 속으로 사라진 사법시험과 현행 법학전문대학원의 설립에 이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재판부는 “종래 사법시험 제도는 응시횟수에 아무런 제한이 없고, 법학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사법시험에만 합격하면 법조인이 될 수 있으므로, 법조인이 되기를 원하는 우수한 인력들이 대학에서의 법학교육을 도외시하고 고시학원으로 몰리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한 “과다한 응시생이 장기간 사법시험에 빠져 있는 폐해가 나타났고, 법학 이외의 인문사회계열이나 심지어 이공계열의 우수한 인재까지도 전공학과 공부보다는 사법시험에 매달리게 돼 법학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대학교육에까지 파행적인 결과를 초래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처럼 법조인 선발ㆍ양성과정에서 수많은 인재들이 탈락하고 사회 다른 분야로의 진출도 사실상 불가능하게 돼 국가인력의 극심한 낭비 및 비효율성이 발생했다”며 “이에 교육을 통해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전문법조인을 양성하고, 법학교육을 정상화하며, 과다한 응시생이 장기간 사법시험에 빠져 있음으로 인한 국가인력의 극심한 낭비와 비효율성을 막기 위한 취지에서 법학전문대학원 제도가 도입됐고, 변호사시험과의 연계를 통해 응시기회제한조항을 두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일 법학전문대학원 석사학위를 다시 취득했다고 변호사시험의 재응시를 허용한다면, 장기간 변호사시험을 준비하는 응시자들이 증가할 것이어서 변호사시험에 무제한 응시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국가인력의 극심한 낭비를 방지한다는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없음은 물론, 향후 법학전문대학원이 교육을 통해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전문법조인을 양성한다는 본래 취지와 달리 단순히 변호사시험의 응시기회를 추가로 얻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 로스쿨제도의 근간 자체가 흔들리게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어떠한 직업분야에 관해 자격제도를 만들면서 자격 요건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는 국가에게 폭넓은 입법재량권이 부여돼 있으므로 유연하고 탄력적인 심사를 할 수 있다”며 “변호사시험에 무제한 응시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인력의 낭비 등을 방지하려는 응시기회제한조항의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적절한 수단에 해당하며,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고,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법학전문대학원의 석사학위를 다시 취득한 사람에 대해 변호사시험의 재응시를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응시기회제한조항을 해석하더라도, 이를 두고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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