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신종철 기자] 유부남이 결혼한 사실을 숨기고 미혼여성과 성관계를 가진 사건에서 법원은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로 여성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여)씨와 B씨는 2018년 10월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주고받다가 일주일 뒤 처음 만난 후 4개월가량 교제하며 성관계를 가졌다. 그런데 B씨가 이별을 통보하자 A씨는 “B씨가 결혼한 기혼자임을 속인 채 만나면서 성관계를 가졌다”며 위자료 3000만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93단독 박창희 판사는 최근 미혼여성 A씨가 유부남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B씨는 A씨에게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박창희 판사는 “성적 자기결정권은 누구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않고 자신의 자유로운 의사로 상대방을 선택하고 성관계를 가질 권리를 의미하고, 나아가 우리 사회의 혼인과 성행위에 대한 인식 등에 비추어 볼 때 상대방이 결혼한 사람인지 여부는 성관계를 맺을 상대방을 선택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사실이므로, 일방이 자신의 혼인사실에 관해 상대방에게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고지하거나, 상대방으로 하여금 착오에 빠지도록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유도하는 행위는 모두 상대방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박 판사는 “피고는 법률상 혼인한 배우자가 있는 사람으로서 미혼여성인 원고에게 혼인사실을 숨기고 적극적인 구애를 해 성관계를 갖게 됐다”며 “피고의 행위는 원고의 성적 자기결정에 관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방해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으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박창희 판사는 “이로 인해 미혼여성인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이 경험칙상 명백하기 때문에 피고는 원고의 정신적 고통에 대해 위자할 의무가 있다”며 위자료 책임을 인정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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