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신종철 기자] 대리운전기사가 주차장 입구에 차를 세워 두고 가버려 부득이하게 음주상태에서 2미터를 운전하다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으나, 법원은 무죄 판결을 내렸다.

검찰의 범죄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 6월 경남 창원시 모 시장 건물 2층 주차장에 자신의 외제승용차를 주차하고 지인들과 술을 마시고 새벽에 대리운전을 요청했다.

그런데 대리운전기사가 운전해 1층 주차장 출구 부근까지 가는 과정에서 운전이 미숙해 불안을 느낀 A씨가 운전을 중단할 것을 요청하자, 대리기사는 차를 주차장 출구에 세워둔 채 가버렸다.

주차장 출구는 차량 1대만 빠져나갈 공간이어서 출구를 막은 자신의 차량 때문에 다른 차량 이동이 어려웠다. 이에 A씨가 자신의 승용차를 2m 정도 운전해 길가에 주차한 다음 다시 대리운전을 요청하고 기다렸다.

가버린 대리기사는 A씨가 운전하는 것을 몰래 지켜보다가 신고했고, A씨는 음주운전 혐의로 적발됐다.

A씨는 음주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대리운전기사가 승용차를 주차장 출입구에 세워두고 가는 바람에 다른 차량의 통행을 방해하게 돼 운전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창원지방법원 형사5단독 김주석 부장판사는 지난 12월 12일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운전한 것은 다른 차량들이 주차장을 나갈 수 있도록 차량을 옮긴 ‘긴급피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형법 제22조(긴급피난) 제1항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주석 부장판사는 “시장 출구는 폭이 차량 1대만 빠져나갈 수 있는 정도여서 피고인의 차량이 막고 서있을 경우 다른 차량이 나가는 것이 불가능한 점, 피고인이 차량을 옮겨 세운 후 주차장을 나가는 다른 차량들의 통행이 실제로 있었다”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이런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의 행위는 대리운전기사의 부적절한 주차로 차량 통행이 불가능하게 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해 상당한 이유가 있는 행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봄이 합리적이고, 이러한 위난이 피고인이 스스로 초래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판사는 그러면서 “공소사실은 형법 제22조 제1항의 긴급피난에 해당해 범죄로 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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