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신종철 기자] 조태진 변호사는 19일 “대법원이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 무효 판결로 변호사단체를 비윤리적이다 못해 불법적인 집단이라고 낙인찍어버렸다”며 “변호사 입장에서는 자괴감을 불러일으키는 대법원 판결”이라고 혹평했다.

조태진 변호사
조태진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박종우)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 5층 정의실에서 ‘형사 성공보수의 일률적 무효화에 따른 문제와 바람직한 대한에 관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좌측부터 서울변호사회 이용우 인권이사, 김시목 법제이사, 조태진 변호사, 최두영 변호사, 김득환 서울변회 법제위원장,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박종우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상현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강한 법률신문 기자
좌측부터 서울변호사회 이용우 인권이사, 김시목 법제이사, 조태진 변호사, 최두영 변호사, 김득환 서울변회 법제위원장,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박종우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상현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강한 법률신문 기자

먼저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5년 7월 23일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약정은 수사ㆍ재판의 결과를 금전적인 대가와 결부시킴으로써,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의 실현을 그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하고, 의뢰인과 일반 국민의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떨어뜨릴 위험이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무효”임을 판시한 바 있다.(2015다200111)

토론자로 발표하는 조태진 변호사
토론자로 발표하는 조태진 변호사

토론자로 나온 조태진 변호사(법무법인 서로)는 “제가 토론문 제목을 ‘형사사건 성공보수악정 무효 판결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고 주제를 달았는데, 사실 판결이라는 것이 법리적으로도 정당성을 가져야 하겠지만 효용 없는 판결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만약 어떤 판결을 내렸는데, 그것이 우리사회의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 판결은 정당성 여부를 떠나서 존재 가치가 없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그런 관점에서 형사사건 성공보수약정 무효 판결이 과연 국민들, 국가 전체적인 이익에 비춰 도움이 되는지 살펴보겠다”며 이어갔다.

변호사 송무시장 일선에서 대법원의 대상판결은 변호사들은 물론 법률소비자인 국민들에게도 적잖은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바, 이에 대한 보완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는 게 조태진 변호사의 진단이다.

토론자로 발표하는 조태진 변호사와 최두영 변호사
토론자로 발표하는 조태진 변호사와 최두영 변호사

조태진 변호사는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 무효’ 판결은 모두를 ‘패자(敗者)’로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조 변호사는 “법률소비자 입장에서 대법원 대상판결이 선고됐을 때 쌍수 들어 환영한 쪽은 법률소비자인 국민들이었다. 당시 포털언론에 소개된 댓글만 보더라도 ‘돈만 밝히는 변호사들 쌤통이다’, ‘이제 형사사건은 저렴한 비용으로 변호사를 수임할 수 있겠다’는 식의 판결을 옹호하는 내용이 많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고 한다. 우선 제한된 시간과 노동력으로 최대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변호사 입장에서는 대상판결로 인해 성공보수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 형사사건은 가급적 맡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다는 것이다.

조 변호사는 특히 형사사건은 수사단계에서는 수사참여, 접견 등의 이유로 소위 ‘노가다’를 해야 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공판단계에서는 1달 단위로 기일이 지정되는 민사소송 등 다른 사건들과 달리 대체로 2주 단위로 기일이 지정돼 변호사로서는 더 많은 공력을 쏟을 수밖에 없는데 성공보수가 사라져 그 노력에 대한 대가를 지급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는 더 이상 형사사건을 수임할 동기도 없는 것이라고 했다.

조태진 변호사
조태진 변호사

조태진 변호사는 “형사사건은 민사사건, 가사사건에 비춰 절대로 업무량이 적지 않다”며 “수사단계에서는 하루 종일 (의뢰인이 조사를 받는) 검찰청 같은 수사기관에 앉아 있어야 하고, 피의자가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구속되면 심적인 부담이 상당하다. (법원) 공판절차에 들어가서도 2주 단위로 (재판이) 잡히는 경우가 많고, 그 결과에 따라서 변호인이 책임을 다 져야하는 것과 같은 부담감에 시달린다”고 형사변호인으로서의 부담을 토로했다.

조 변호사는 “그렇다 보니 국민들이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소액의 착수금을 가지고 사건을 의뢰했을 때 대부분 형사사건을 전문으로 하지 않는 변호사들은 그 사건을 맡으려 하지 않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조태진 변호사는 “그렇다고 송무시장에서 유능한 형사변호인에 대한 수요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유능한 형사변호인에 대한 공급이 늘어난 것도 아니다”며 “결국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서 형사사건에 대한 변호사 보수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지만, 단지 돈을 지급하는 방식에 있어서 착수금만 인정되므로 인해서 결과적으로 변호사 보수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서 착수금을 일시에 거액을 지급해야 되는 상황이 돼 버렸다”고 밝혔다.

조 변호사는 “대상판결 선고 이전에는 의뢰인과 변호인의 협의에 따라 착수금과 성공보수의 비율을 자율적으로 정하는 수임의 묘(妙)를 발휘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대상판결이 변호사 보수 지급 형태를 ‘착수금’만으로 고정시켜 버린 탓에 오히려 법률소비자인 국민들의 부담만 크게 늘어나게 된 것”이라고 심포지엄 자료집에 적었다.

토론자로 발표하는 조태진 변호사
토론자로 발표하는 조태진 변호사

조태진 변호사는 “특히 법률소비자 입장에서는 어차피 성공보수라는 제도를 통해서 변호사가 형사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어떤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럴 바에는 차라리 전관 출신 변호사와 같이 뭔가 연줄이 있을 것 같은 변호사에게 거액을 지급하더라고 형사사건을 맡겨야 되겠다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조태진 변호사는 “변호사 입장에서는 대법원 판결이 어떤 측면에서는 자괴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판결”이라고 봤다.

대법원이 대상판결을 선고하면서 내세운 근거는 형사사건과 관해 체결된 변호사 성공보수 약정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어 민법 제103조에 따라 무효라는 점이다.

특히 조 변호사는 “비록 대법원은 ‘무효’의 효력은 장래에 미치지만, 해방 이후 70년 이상 관행적으로 존재해 온 형사변호사 보수가 ‘불법행위’였음을 선언함에 따라 변호사단체를 비윤리적이다 못해 불법적인 집단이라고 낙인찍어버린 그런 효과를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발표하는 조태진 변호사
토론자로 발표하는 조태진 변호사

조태진 변호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호사, 특히 형사사건 수임ㆍ수행을 전문적으로 하는 변호사로에서는 지금 당장 거액의 착수금을 지급할 능력은 없지만, 차후 재판 결과에 따라서 성공보수를 지급할 수 있는 사건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이 의뢰인과 ‘성공보수 약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대상판결 이전이었다면 하등의 문제가 될 것이 없는 평범한 보수약정이었으나, 대상판결로 인해 사회질서 유지를 사명으로 삼아야 할 변호사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사회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를 저지르게 된다”며 “그 과정에서 변호사는 불법행위를 스스로 자행하는 것에 대한 자괴감에 빠지고, 법률소비자인 국민은 변호사 집단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된다”고 진단했다.

조태진 변호사는 “이런 부분은 (형사사건에서 의뢰인에게 유리하게) 성공을 했을 때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의뢰인이 약속한 성공보수를 지급하면 다행이지만, 화장실 다녀오기 전과 후의 마음이 달라지면 부득이하게 변호사는 의뢰인과 성공보수약정을 둘러싼 소송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사실 변호사와 의뢰인은 사건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변호사와 의뢰인의 관계는 단순한 위임 관계 이상의 인간관계로 맺어져 있어서 소송이 끝난 이후에도 의뢰인은 좋은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바이럴 마케터(viral marketer)가 되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발표하는 조태진 변호사
토론자로 발표하는 조태진 변호사

조태진 변호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호사 입장에서는 원래 수임한 소송에서 이기고도 의뢰인과 모든 관계가 깨지는 아이러니를 겪게 된다”며 “물론 어떠한 이유로든 변호사와 법적분쟁을 벌이게 된 의뢰인은 변호사집단 전체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질 리 없다. 결국 이런 결과로 변호사들에 대한 사회적 감정 역시 더욱 나빠지게 된다”고 짚었다.

조 변호사는 “국가 전체적 이익의 관점에서 보도라도 당사자주의를 취하는 우리 형사소송 구조에서 피의자ㆍ피고인을 조력하는 변호인은 피의자ㆍ피고인을 위해 법관이나 검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법리를 개발해 형사실무이론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역할을 담당한다”고 밝혔다.

그는 “실제로 대법원은 형사사건의 성공보수 약정을 무효화해야 하는 이유와 관련해 형사사건에서는 법관이나 검사와 마찬가지로 변호사 역시 형사절차를 통한 정의 실현이라는 공적 이익을 위해 협력하고 노력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조태진 변호사는 “그러나 성공보수 약정 무효화로 더 이상 피의자와 피고인을 위해 노력해야 할 동기가 상실한 상황에서는 변호사에게 각고의 법리연구 노력을 통해 정의 실현의 공적 이익을 위해 협력하고 노력할 것을 강요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그러면서 “결국 이런 관점에서 법률소비자인 국민들은 재판부와 검찰청 사이에서 유일하게 조력을 받을 수 있는 변호인의 조력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문제를 겪게 된다”고 진단했다.

조 변호사는 바람직한 대안에 대해 살폈다.

대상판결 이후 서울지방변호사회는 형사사건 표준수임계약서의 예시안을 마련했다. 예시안을 살펴보면 ①순수시간제 보수약정유형 ②항목 합산제 보수약정유형 ③항목별 가산제 보수약정유형 ④보수분할약정유형이었는데, 이 중 ④보수분할약정유형과 관련해서는 1심 법원 및 항소심 법원이 대상판결과 같은 이유로 무효 판단을 내려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토론자로 발표하는 조태진 변호사와 최두영 변호사
토론자로 발표하는 조태진 변호사와 최두영 변호사

조태진 변호사는 “서울지방변호사회 등 변호사단체는 회원인 변호사들에게 자율적으로 표준수임계약서를 쓰라고 할 것이 아니라, 강제적이라도 표준수임계약서 활용을 적극적으로 독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결국 (성공보수와 관련한 의뢰인과 변호사 간의 분쟁에서) 여러 가지 하급심 판례가 나오고 그 중에 1~2건이라도 변호사쪽에서 승소하는 판결이 나오고, 그런 노력이 계속된다면 대법원 판례도 바꿀 수 있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조태진 변호사는 “사법부가 결지해지 차원에서 형사 성공보수가 다시 유효하다는 내용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이런 표준수임계약서를 적극 활용하고 많은 분쟁 건이 발생하다보면 결국 대법원도 입장을 변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조 변호사는 “만약 이런 노력이 어렵다면 결과적으로는 최종적인 법률 제정ㆍ개정을 통해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며 “사실 대상판결은 우리 법체계상 대법원 판결을 통해서 사실상 입법을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법률 제ㆍ개정을 통해서 이 같은 혼란을 해소한다는 충분한 당위성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태진 변호사는 “실제로 대한변협은 2017년도에 변호사법에 형사사건 성공보수를 포함한 변호사 보수규정을 포함하는 내용의 입법을 하자는 제안을 했다. 앞으로 변협을 비롯한 변호사단체는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토론자로 발표하는 조태진 변호사
토론자로 발표하는 조태진 변호사

조 변호사는 “그러나 결국은 부딪히고 극복해야 할 것은 국민들의 법감정”이라며 “국민들은 형사보수를 지급해야 된다는 사실로부터 ‘변호사들은 탐욕스럽다’는 잠정적인 결론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결국 이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는 한 대법원은 물론 국회도 결국 형사 성공보수 약정이 유효라는 판단을 내리고 그와 관련된 입법을 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은 변호사단체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태진 변호사는 “대상판결로 인해 대다수의 국민들은 형사성공보수 약정을 불법적인 행위로 여기며 변호사를 탐욕적인 존재로 인식하게 됐는데, 이에 서울지방변호사회 등 변호사단체는 실증적인 연구를 통해 형사성공보수 약정은 비단 변호사뿐만 아니라 법률소비자인 국민들, 국가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임을 입증하고 이를 토대로 설득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자료집에 적었다.

박종우 서울지방변호사회장
박종우 서울지방변호사회장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서 박종우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이 인사말을 했고, 이찬희 변협회장이 축사를 했다.

축사하는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축사하는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심포지엄 진행 사회는 서울지방변호사회 법제이사 김시목(사법연수원 33기) 변호사가 맡았고, 좌장은 서울변호사회 법제위원회 위원장인 김득환(사법연수원 15기) 변호사가 진행했다.

좌장인 김득환 변호사가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좌장인 김득환 변호사가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주제발제는 변호사 출신인 정형근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형사사건 성공보수약정의 무효화에 따른 문제점과 그 대안의 모색’에 대해 발표했다.

좌측부터 최두영 변호사,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좌장 김득환 변호사
좌측부터 최두영 변호사,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좌장 김득환 변호사

토론자로는 정상현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검사 출신 최두영(사법연수원 30기) 변호사, 조태진(연수원 39기) 변호사, 강한 법률신문 기자가 참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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