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신종철 기자] 대한변호사협회 이찬희 변협회장은 19일 형사사건에서 변호사의 성공보수 약정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돼 무효라고 판단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박종우)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 5층 정의실에서 ‘형사 성공보수의 일률적 무효화에 따른 문제와 바람직한 대한에 관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좌측부터 서울변호사회 이용우 인권이사, 김시목 법제이사, 조태진 변호사, 최두영 변호사, 김득환 서울변회 법제위원장,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박종우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상현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강한 법률신문 기자
좌측부터 서울변호사회 이용우 인권이사, 김시목 법제이사, 조태진 변호사, 최두영 변호사, 김득환 서울변회 법제위원장,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박종우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상현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강한 법률신문 기자

이날 축사를 위해 참석한 이찬희 대한변협회장은 “형사 성공보수 무효 판결에 대한 자세한 것은 심포지엄 자료집 축사로 갈음한다”며 현장에서는 원고에 없는 즉석 발언을 했다.

이에 심포지엄 자료집에 게재한 축사를 살펴봤다. 이찬희 변협회장은 “지난 2015년 7월 23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100여 년의 변호사 역사 동안 이어져온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 약정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돼 무효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축사하는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축사하는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여기서 잠깐.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판결을 짚어본다.

A씨는 57회에 걸쳐 1억 6770만원 상당의 금품을 절취했다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절도) 혐의로 2009년 10월 긴급체포 후 구속됐다. A씨의 아들 B씨는 C변호사를 아버지의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착수금을 1000만원을 지급하며 형사소송선임약정서의 성공사례금 항목에 “석방조건 사례비 지급하되, 추후 약정하기로 함”이라고 기재했다.

C변호사는 A씨에 대한 보석허가신청서를 제출했고, 아들은 변호사가 더 열심히 일해 아버지의 석방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변호사에게 1억원을 지급했다. 법원은 2009년 11월 보석허가결정을 했다.

이렇게 석방된 A씨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다가 대부분의 피해자와 합의 및 피해금 공탁 등이 참작돼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A씨는 항소하면서 A변호사가 아닌 다른 변호사를 선임했다. 또한 A씨의 아들은 C변호사가 아버지 석방을 위한 판사 등에 대한 청탁비용 명목으로 1억원을 받아 편취했다며 고소했다.

나아가 아들은 변호사를 상대로 1억원의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도 제기했다. 아들은 “설령 성공보수금을 지급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사건의 경중, 사건처리의 경과 및 난이도, 너력의 정도 등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과다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다.

C변호사는 “1억원이 석방이 대한 사례금을 먼저 받은 것이고, 부당하게 과도한 것도 아니다”고 맞섰다.

1심인 대구지방법원은 2013년 10월 “C변호사로서는 1억원을 변호사 보수금으로 수령한 것으로 인정될 뿐, 수령에 있어 불법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C변호사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2심)은 성공보수금을 인정하면서도 다만 조금 과다하다고 판단했다. 대구고등법원은 2014년 12월 A씨의 아들이 C변호사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변호사는 A씨에게 4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아버지의 석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1억원을 주라’는 제의를 받고 변호사에게 1억원을 지급한 점, 이후 법원에서 보석허가결정이 내려지고 아버지가 석방된 점, 이후 불구속상태로 재판을 받다가 대부분의 피해자들과 합의 등이 참작돼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점에 비춰 보면, 원고가 변호사에게 지급한 1억원은 변호사보수금(성공보수)으로 지급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과다수임료 반환 주장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원고가 변호사에게 지급한 1억원을 성공보수금으로 보고, 그 중 적어도 4000만원은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반해 부당하게 과다하므로 무효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해 4000만원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변호사 선임계약에서 착수금이 1000만원인데, A씨가 지급한 성공보수 1억원은 10배에 해당하며 A씨가 성공보수를 지급하기 위해 어머니 소유의 토지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야 했던 점에서 성공보수는 과다하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고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다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양승태 대법원장, 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대법관 전원일치로 C변호사의 상고를 기각하며 “변호사는 A씨에게 4000만원을 반환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전원합의체는 “형사사건에 관해 체결된 성공보수약정이 가져오는 여러 가지 사회적 폐단과 부작용 등을 고려하면, 구속영장청구 기각, 보석 석방, 집행유예나 무죄 판결 등과 같이 의뢰인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어내기 위한 변호사의 변론활동이나 직무수행 그 자체는 정당하다 하더라도,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약정은 수사ㆍ재판의 결과를 금전적인 대가와 결부시킴으로써,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하고, 의뢰인과 일반 국민의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떨어뜨릴 위험이 있으므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전원합의체는 “변호사가 사건의 성질과 난이도나 변론활동에 들인 시간ㆍ노력ㆍ비용에 상응해 합당한 보수를 지급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성공보수약정이 따로 없더라도 변호사는 성실하게 의뢰인의 권리를 옹호하고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위임사무를 처리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변호사가 형사절차에서 변호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변론활동을 놓고 특정한 결과와 연계시켜 성공보수를 요구하는 것은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약정은, 의뢰인은 주로 인신구속이나 형벌이라는 매우 급박하고 중대한 불이익을 눈앞에 두고 있는 시기에 약정을 맺는 경우가 많다”며 “법률지식이 부족하고 소송절차에 대한 경험과 정보도 없는 의뢰인은 당장 눈앞의 곤경을 면하기 위해 자신의 처지에 비춰 과다한 성공보수를 약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봤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이에 대해 이찬희 변협회장은 “많은 법조인들은 이 판결이 성공보수의 부정적 측면만 강조하고 변호사의 공익적 지위를 형식적으로 내세워 기존의 판결을 무리하게 뒤집었다고 비판했고, 변호사의 직업수행의 자유, 당사자의 계약체결의 자유와 평등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 비판했다”고 밝혔다.

이 변협회장은 “(대법원) 판결 이전에도 형사 성공보수 약정의 취급에 대해 여러 논의가 있어온 것이 사실이나, 대법원은 여러 반론을 검증하고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고, 전관예우 문제 등 법원의 일부 고위직 출신 변호사가 받아온 과도한 성공보수로 인해 국민의 사법불신을 야기한다는 사실을 전혀 인정하지 않으면서 변호사에게 사법불신의 문제를 전부 전가했으며, 무엇보다 형식논리적 해석을 통해 새로운 법률을 만든 것과 같은 판결을 통해 입법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그는 “변호사가 위임사무 처리에 대한 보수를 착수금으로 일괄해서 받을 것인지, 착수금과 성공보수로 나누어서 받을 것인지는 변호사와 의뢰인 간의 자유로운 합의에 의해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협회장은 “또한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민이 변호사에게 처음부터 많은 착수금을 주고 사건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일을 끝까지 열심히 하라고 독려하는 계약이 우리사회의 선량한 풍속에 반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제기했다.

축사하는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축사하는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은 “이러한 의문을 차치하고서라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대법관 전원이 만장일치로 무효라고 판결할 정도로 성공보수 약정의 무효가 명백한 법리였다면 사건의 1심과 2심 재판부는 선량한 풍속에 대한 기본적인 고민도 없이 판결했다는 것인데, 법률가로서 살펴봐도 대법원 판결의 법리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 변협회장은 “이는 그 어느 기관에서보다 법과 원칙에 입각해 판결을 내려야 할 대법원이 정책적으로 판단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특히 이찬희 변협회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변호사 단체를 압박하기 위해 ‘대한변협 압박 방안 검토’라는 충격적인 제목의 문건으로 형사사건 성공보수약정 무효화 방안을 기획해, 해당 판결의 결론을 무효로 정해놓고 판단했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지목했다.

이 변협회장은 “법치국가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충격적이고 부끄러운 일이 일어난 것”이라며 “모든 국민은 대법원이 정치조직화, 이익조직화 되는 현실을 목도했다”고 규탄했다.

이찬희 변협회장은 “무너진 사법의 정의와 공평은 우리 법률가들이 다시 바로잡아야 한다”며 “판결 자체의 위헌적인 요소도 문제이나, 판결로 인해 계약 단계에서부터 변호사 보수가 높아져 국민의 결정권이 침해되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이 변협회장은 “그러나 지극히 정책적이면서 동시에 위헌적인 요소가 있는 판결임에도, 현행 제도상 이를 바로잡기는 쉽지 않다”며 “헌법재판소는 ‘해당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은 법원의 재판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부적법하다’고 판시했고, 근래 법원은 형사 수임료 분할약정마저도 성공보수 약정으로 인정해 무효로 보는 판결을 잇따라 선고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실제로 대법원 판결에 대해 변호사업계는 극렬한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2015년 7월 헌법재판소에 “성공보수에 대한 금지법규가 없는 상태에서 대법원이 판결로 모든 형사성공보수약정을 무효라고 선언한 것은 새로운 법률을 만든 것과 다름이 없으므로 입법권을 침해하고, 계약체결의 자유 및 평등권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판결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했었다.

축사하는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축사하는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은 “이에 형사 성공보수를 일률적으로 무효화한 대법원 판결의 의미와 찬반론을 되짚어 보고, 현재 나타나는 문제점을 진단하여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하는 오늘의 심포지엄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변협회장은 “오늘의 심포지엄을 통해 대법원 판결과 판결 선고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바람직한 대안이 나오기를 기대하겠다”고 밝혔다.

좌장인 김득환 변호사가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좌장인 김득환 변호사가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심포지엄 진행 사회는 서울지방변호사회 법제이사 김시목(사법연수원 33기) 변호사가 맡았고, 좌장은 서울변호사회 법제위원회 위원장인 김득환(사법연수원 15기) 변호사가 진행했다.

주제발제는 변호사 출신인 정형근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형사사건 성공보수약정의 무효화에 따른 문제점과 그 대안의 모색’에 대해 발표했다.

발제자 정형근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발제자 정형근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토론자로는 정상현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검사 출신 최두영(사법연수원 30기) 변호사, 조태진(연수원 39기) 변호사, 강한 법률신문 기자가 참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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