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신종철 기자]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16년 12월 3일 울산 자신의 집에서 12월 27일 신병교육대에 입영하라는 부산지방병무청장 명의의 현역병 입영통지서를 이메일을 통해 수령했음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로부터 3일이 경과한 날까지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여호와의 증인으로 종교적 신념에 따라 입영을 거부한 것이므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울산지방법원 형사4단독 이준영 판사는 최근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이준영 판사는 “헌법상의 기본권과 헌법상의 국민의 의무 등 헌법적 가치가 상호충돌하고 대립하는 경우에는 어느 하나의 가치만을 선택해 나머지 가치를 희생시켜서는 안 되고, 충돌하는 가치를 모두 최대한 실현시킬 수 있는 규범 조화적 해석원칙을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아가 법률의 적용을 위한 해석에 있어서 헌법을 최고법규로 하는 통일적인 법질서의 형성을 위해 헌법에 합치하도록 해석해야 하고, 위헌적인 결과가 될 해석은 배제하면서 합헌적이고 긍정적인 면을 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판사는 “헌법적 가치인 국방의 의무만을 온전하게 확보하면서 양심의 자유를 일방적으로 희생시키는 법률해석은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국가안보나 사회체제의 유지를 전제로 하여 양심의 자유 역시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헌법에 부합한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양심실현의 자유 중 가장 소극적인 형태인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는 그 보장의 필요성이 더욱 크다”고 밝혔다.

이준영 판사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안보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연간 양심적 병역거부로 징역형을 선고받는 인원이 600명가량으로 전체 입영인원의 0.2%에 불과해 군사력의 저하 등을 논하기는 어렵다”며 “이미 방위산업체나 공익근무 등 대체복무형태의 군복무가 매년 징병검사 인원 중 약 13%에 달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많은 국가들, 특히 대만도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있고, 유엔의 인권위원회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했다”며 “대체복무를 수용하면서 그 기간과 근무여건 등 군복무와의 부담형평성을 고려해 대체복무의 형태를 설계 운영한다면 어렵지 않게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고, 악의적 병역 기피자도 가려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우리 국방부에서도 2007년경 대체복무제도 연구위원회를 설치해 적극적으로 대체복무제도 도입을 검토해 사회복무제도를 신설하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준영 판사는 “따라서 양심의 자유가 국방의 의무보다 앞서는 헌법적 가치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위에서 보았듯이 적어도 국방의무의 본질과 병역법의 입법목적을 훼손하지 않고도 비교적 수월하게 양심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한 그러한 양심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A씨의 경우 집총형식의 병역의무를 거부하고 그 대신 대체복무를 기꺼이 이행할 의사가 있는 점에서, 국가공동체에 대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려는 단순한 병역기피와는 구별된다고 봤다.

이준영 판사는 “피고인은 신앙을 함께하는 주변의 사람들이 피고인과 같은 이유로 징역형의 형사처벌을 받음에도 자신에게 부과된 병역의무를 거부하겠다고 결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데, 이에 따르면 피고인은 자신의 진정한 양심상의 결정에 따라 공소사실과 같은 병역거부에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며 “따라서 피고인의 병역거부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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