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신종철 기자] 대법원 산하 사법정책연구원 김신유 판사는 “원로판사 제도가 도입되면 재판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숙련된 법관들을 정년퇴임 후에 원로판사로 흡수함으로써 전관변호사의 발생 자체를 막아 전관예우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신유 판사
김신유 판사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지난 10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전관예우 방지를 위한 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이날 주제발제자인 김신유 판사는 ‘원로판사 제도 도입방안에 관한 검토’에 대해 발표했다.

김신유 판사는 서울대 법학 학사, 서울대 행정대학원 수료, 제45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35기를 수료했다. 서울북부지방법원 판사로 현재 사법정책연구원에 있다.

주제발표하는 김신유 판사
주제발표하는 김신유 판사

김신유 판사는 “2007년 법학전문대학원 설치 법률이 제정되고, 2011년 법원조직법이 개정돼 법조일원화 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법조 인력을 양성하고 법관을 임용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게 됐다”며 “이런 법조 환경의 변화를 토대로 전관예우 문제의 해결책으로 시니어판사 즉 원로판사 제도의 도입에 관한 논의가 시작됐다”며 말문을 열었다. 법조일원화는 쉽게 말해 법조경력자 중에서 법관을 임용하는 것이다.

김 판사는 “법원에서는 2015년 1심 강화, 평생법관제 정착을 통한 전관예우 논란 종식 차원에서 원로판사 제도의 도입에 대해 긍정적인 검토를 해오고 있으며, 2018년에는 사법정책연구원에서 원로판사 제도를 주제로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며 “또한 사법발전위원회는 2018년 12월 개최된 회의에서 전관예우 방지책으로 원로판사 제도의 도입을 공식 건의했다”고 설명했다.

좌측부터 이승윤 기자, 송인호 검사, 이탄희 변호사, 박찬운 교수, 김종민 국회의원, 이찬희 변협회장, 임희동 변호사, 신면주 변협 부협회장, 김신유 판사

김 판사는 “일부 대형 법무법인(로펌)에서 65세 정년 제도를 마련한 경우도 있지만 다수의 변호사들은 65세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65세에 정년퇴임한 법관들에게 학계나 공익 관련 업무에만 종사할 것을 기대 내지 강요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법관 퇴직 후) 공무원연금만으로 65세 이후의 삶을 살라고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김신유 판사는 “그래서 원로판사 제도의 도입은 ‘전관변호사’의 발생을 억제해 전관예우 관련 논란을 근본적으로 불식시킬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원로판사’는 현행 ‘원로법관’과 구별되는 개념이다. 원로법관은 법조경력 30년 이상의 판사 중에서 지명돼 1심 법원의 판사와 동일한 처우를 받고, 1심 재판을 담당하면서 정년(65세)까지 근무한다.

김신유 판사와 좌장인 대한변협 신면주 부협회장
김신유 판사와 좌장인 대한변협 신면주 부협회장

김신유 판사는 원로판사 도입 시 예상되는 운영 형태에 대해 설명했다.

몇 가지 방안 중 김 판사는 첫째 법관의 정년퇴임 시점(만 65세)에 현직 법관만을 대상으로 임용하는 경우를 제시했다. 그는 “이는 현직 법관의 경륜을 살릴 수 있고, 실제 퇴직기간을 늦추자는 제도의 취지에도 부합한다”며 “65세에 이른 법관 이외의 법조인이 곧바로 재판업무에 적정하게 수행하기 쉽지 않다고 보는 견해도 이 안을 지지하는 근거가 된다”고 말했다.

김 판사는 두 번째로 “법관 외 법조인을 포함해 임용하는 방안”이라며 “이는 검찰 퇴직자 등에게도 문호를 개방해 법원 외의 다양한 경험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봤다.

원로판사의 임용 절차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신규 임용 판사의 경우와 동일하게 법관인사위원회 심의, 대법관회의 동의, 대법원장 임명의 순서로 진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박찬운 교수와 김신유 판사
박찬운 교수와 김신유 판사

원로판사를 판사 정원에 포함시킬 것인지 여부에 대해 김신유 판사는 “원로판사의 도입 취지인 일반 법관들의 업무를 경감시키기 위해서는 원로판사를 정원 외로 둘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있지만, 이는 원로판사 관련 예산의 편성 및 정원 외 법관의 규모 결정 등 여러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어 가급적 정원 내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원로판사의 퇴임에 대해 김신유 판사는 “원로판사도 판사이기 때문에 헌법상 법관의 임기 10년 규정이 적용되어야 하므로 65세에 임용되는 경우 최소 10년의 임기를 채울 수 있어야 헌법에 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퇴임 시기를 75세로 상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찬희 변협회장과 토론회 전체사회를 맡은 황인영 대한변협 사업이사
경청하는 이찬희 변협회장과 황인영 대한변협 사업이사

또한 김신유 판사는 “처우는 연금이 가장 문제가 된다”며 “원로판사도 별정직 공무원으로서 공무원연금법의 적용 대상이고, 법관으로 정년퇴임 후 원로판사로 임명된 경우 공무원연금법에 따라서 원로판사의 보수액에 관계없이 퇴직연금 전액의 지급이 정지된다. 그래서 원로판사의 급여가 감소된다면 추후 퇴직연금에 감액되는 영향이 생길 수 있는데, 원로판사의 급여 수준이 일정액 이상으로 보장된다면 원로판사 신청을 주저하는 부정적인 효과는 적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원로판사의 보수를 조정하는 가장 간명한 방법으로 일반법관의 호봉에 따란 봉급액을 일정 비율로 감액해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며 “급여 외 수당 및 경비도 지급될 수 있다. 원로판사의 신분보장도 판사와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발표하는 김신유 판사
발표하는 김신유 판사

원로판사의 직무 및 업무량과 관련, 김신유 판사는 “원로판사의 경륜과 능력을 충분히 활용할 기회를 부여하고 이를 통해 만성적인 법관 부족 현상을 보완하면서도, 원로판사로 하여금 과도한 업무를 담당하게 하거나 경륜과 능력에 걸맞지 않은 사무분담을 담당하게 해 직에 대한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원로판사를 1심 법원에 한정해 배치할 것인지 아니면 항소심 법원도 포함해 배치할 것인지, 운로판사가 담당할 사무분담의 범위와 종류를 시군법원, 민사소액, 민사조정, 가사, 소년 사건 등으로 한정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추후 구체적인 논의를 거쳐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업무량의 정도를 어느 정도 경감할 것인지에 대해 세부적인 논의가 필요하나, 큰 틀에서 볼 때 감액되는 급여 수준에 따라 업무량도 연동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보수가 일반 법관의 90%인 경우 65%의 업무량, 80%인 경우 55%의 업무량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김신유 판사는 “2024년까지는 정년퇴임이 예정된 법관의수가 많지 않아서 그들 전원이 원로판사로 임용된다 하더라도 추가 예산 부담이나 문제점은 상대적으로 적어서 지금이 (원로판사 도입에) 좋은 시기”라고 봤다.

정년퇴임 예정 법관 수를 보면 2010년 2명, 2021년 3명, 2022년 2명, 2023년 3명, 2024년 18명이다.

박찬운 교수, 김신유 판사, 신면주 부협회장
박찬운 교수, 김신유 판사, 신면주 부협회장

김신유 판사는 “전관예우가 발생하지 않으면 사법신뢰가 제고되는 기대효과가 거둘 수 있다”며 “원로판사 도입으로 75세까지 근무가 가능하다면, 현실적으로 75세 이후에 새롭게 변호사로 개업해서 변호사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전관변호사 자체가 방지돼 전관예우 관련 논란이 종식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봤다.

그는 “법조일원화가 완성되는데 있어서 원로판사제도가 큰 효과가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김 판사는 “사실 법원조직법을 개정해 법조일원화를 도입한 이유는 뛰어난 실무능력과 훌륭한 인품을 겸비하고 법관으로서의 소명의식까지 갖춘 풍부한 경력의 검증된 법조인 중에서 법관을 임용함으로써 더 좋은 재판과 더 나은 사법서비스를 통해서 국민들에게 봉사하고자 함이었는데, 사실 법조일원화가 도입된 이후에 법관 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법조일원화에 따른 최소 법조경력 요건이 적용되기 시작한 2013년 이후 신규로 임용된 법관 수는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며 “법조일원화 도입 이후 일반 법조경력자(5년 이상)의 법관 임용현황에서도 10년 이상 경력자의 비율이 높지 않게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발표하는 김신유 판사
발표하는 김신유 판사

김신유 판사는 “이런 상황에서 원로판사 제도를 도입한다면 실력과 인품이 검증된 65세 이상의 풍부한 경륜을 갖춘 법관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게 되고, 이것은 법관 임용을 고려하는 잠재적 지원자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충분한 수의 훌륭한 법조인들을 법관으로 선발할 수 있게 돼, 궁극적으로 법조일원화 제도의 완성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판사는 “최근 사법정책연구원은 대한변협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법조일원화 시대에 걸맞은 바람직한 법관 임용방안’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분석결과 ‘고령이 되어도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는 기대’를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동시에 법조경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법관 임용 지원을 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 “‘높은 수준의 공무원연금을 통한 노후보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동시에 법조경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법관 임용 지원을 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따라서 만약 원로판사제도가 도입되면, 법조경력이 풍부한 경륜의 변호사들이 더 많이 법관 임용을 지원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봤다.

여기에다 재판에 대한 국민의 만족도도 높아질 것으로 봤다. 김신유 판사는 “경륜 있는 법관(지방법원 부장판사)들로만 구성된 경력대등재판부의 상소율이 일반 합의재판부의 상소율보다 낮게 나타난 점을 고려할 때, 원로판사가 많아진다면 비슷한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원로판사 도입과 관련해 제기될 수 있는 문제도 짚었다.

박찬운 교수와 김신유 판사
박찬운 교수와 김신유 판사

김신유 판사는 “가장 첫 번째로 ‘단순히 정년을 늘리는 게 아니냐’, ‘왜 법관에게만 특혜를 주느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김 판사는 “하지만 법조일원화에 따라 2026년부터는 10년 이상의 법조경력자만 판사로 임용될 수 있게 됐고, (현재는 5년 이상 법조경력 요구) 그로 인해 최초 법관 임용 시기가 (사법연수원 수료 후) 즉시임용제도 하에서보다 10년 이상 늦춰지게 됐으며, (그로 인해 판사) 재직 기간도 10년 이상 감소하게 됐다”며 “타 직역의 경우 법관과 같이 장기간의 법조경력 요건을 갖출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 판사는 “그래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10년 이상 경력자들만 법관이 될 수 있어 원로판사제도를 도입한다고 해서 단순한 정년 연장으로만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김신유 판사는 “특히 평생법관제 도입 이후 법관들의 중도 퇴직이 감소하고 있는데, 그에 따라 향후 65세 정년퇴임자의 증가가 예상되는데, 원로판사제도가 도입되면 대부분 변호사로 개업할 것이 예측되는 정년퇴임 법관들을 원로판사로 흡수함으로써 전관예우 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로판사 임용 기준과 관련해 김신유 판사는 “선발기준을 너무 높게 유지할 경우 과도한 경쟁이 유발되고, 임용에서 탈락한 65세 퇴임 법관의 수가 늘어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반대로 선발기준을 너무 낮게 유지할 경우 사실상 정년 연장과 동일한 결과가 되기 때문에, 법관 연임 심사 시의 평가기준 및 수준을 준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제발표하는 김신유 판사
주제발표하는 김신유 판사

인사 적체 심화와 관련해 김신유 판사는 “계속 연세 많은 분들이 위에서 있으니까 젊은 판사들 인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라고 우려할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원로판사는 일반 법관들과는 다른 차원의 경력으로 제도를 운영할 것이므로 일반법관의 인사 적체와는 무관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판사는 “오히려 원로판사들을 지방권 법원에 적절히 배치한다면 지방권 근무 법관 부족 문제를 일정부분 해소하는데 일조할 수 있다”며 오히려 인사 적체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고 봤다.

김신유 판사는 “전관예우 방지를 위해 전관 변호사의 개업이나 소송대리를 제한하는 입법 등 규제형 대책이 논의될 수 있는데, 규제형 대책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헌법상 기본권인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위헌성 논란이 있다”며 “만약 (처우개선형 대책인) 원로판사제도가 도입된다면 그런 위헌성 논란이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판사는 “규제형 대책과 관련해 여러 복잡한 문제가 있을 것 같다. 가령 ‘법관 연임(재임용)에 탈락했거나, 원로판사 임용을 희망했으나 탈락한 법관들의 경우에도 변호사개업을 원천봉쇄할 것이냐’ 하는 부분은 추가적으로 신중하고 적극적인 토론이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김신유 판사는 “원로판사 제도의 도입 여부는 법원의 입장보다는 국민들이 지금보다 더 좋은 재판을 받는데 도움이 되는지를 중심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

김신유 판사
김신유 판사

김 판사는 “불과 몇 년 후인 2026년부터는 10년 이상 경력의 법조인들만이 신규 법관으로 임용될 수 있는데, 반면 정년퇴임을 한 원숙한 법관들은 오히려 변호사로 개업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원로판사제도를 도입한다면 재판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숙련된 법관들을 정년퇴임 후에도 활용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전관 변호사의 발생을 막아 전관예우 관련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판사는 “원로판사제도는 여러 측면에서 국민들에게 도움일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것을 도입할지 여부 및 어떻게 도입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향후 활발한 논의가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신유 판사는 토론집에 “원로판사는 법조일원화 제도의 완성, 재판에 대한 국민의 만족도 제고, 법원 및 법관의 독립성 강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더구나 원로판사로 임용된 정년퇴임 법관들에게는 공무원연금 지급이 정지된다는 점에서 예산상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종민 의원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김종민 의원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종민 의원은 공동주최자로서 환영사를 했고, 이찬희 변협회장은 인사말을 했다.

인사말하는 이찬희 변협회장
인사말하는 이찬희 변협회장

토론회 전체사회는 황인영 대한변협 사업이사가 맡았고, 좌장은 신면주 대한변협 부협회장이 진행했다.

토론하는 임희동 변호사
토론하는 임희동 변호사

토론자는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송인호 검사(검찰개혁추진지원단), 시군법원 판사 출신 임희동 변호사(공익법인 온율 생활법률지원센터 센터장), 판사 출신 이탄희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이승윤 기자(법률신문)가 참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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