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신종철 기자]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 원장들은 11일 “법학전문대학원의 도입 취지를 무시하고 사법개혁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며, 국가의 발전보다 당의 이익만 우선시하는 자유한국당의 변호사시험법 개정안 발의를 강력 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성명은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 원장들로 구성된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김순석 이사장 외 전국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일동 명의다.

먼저 자유한국당 당 대표 산하 특별기구인 ‘저스티스 리그’는 지난 10일 변호사예비시험제도를 도입해 합격한 사람에게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하는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한 변호사예비시험 응시자격은 20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으로 하고, 법학전문대학원 재학생과 졸업생은 응시자격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한국당 정용기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56명의 의원이 동참했다.

전통의 법조인 선발방식이었던 사법시험이 폐지됨에 따라, 현재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법번원)을 졸업하고 변호사시험(변시)에 합격해야 법조인의 길을 걸을 수 있다.

지난 4월 로스쿨협의회가 개최한 변호사시험법 개선방안 토론회 모습. 좌측에서 다섯번째가 이찬희 변협회장, 박상기 법무부장관, 김순석 로스쿨협의회 이사장 

이에 법학전문대학원 원장들은 성명을 통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첫째 “‘교육을 통해 법조인을 양성’하기로 제도의 전환을 했는데, 이와 병행해 사법시험과 유사한 ‘시험을 통한 선발제도’를 또 다시 도입한다면 교육을 통한 양성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로스쿨 원장들은 “사법시험 제도를 폐지하고 법학전문대학원과 변호사시험 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입법부와 사법부 및 행정부는 물론 법조계와 법학계 및 시민단체 등 거의 모든 이해관계인이 참여해 10년 이상의 오랜 논의를 거쳐 도출해 낸 사법개혁의 결과물”이라며 “로스쿨제도와 변호사시험 제도를 도입한 이상 사법시험 제도와 유사한 ‘예비시험 제도’를 병행하는 것은 사법개혁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원장들은 “예비시험제도는 법조인이 되기 위해 굳이 법학전문대학원 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으므로, 법조인력 양성의 기본 틀을 사법시험에서 법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한 사법개혁의 근본취지를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예비시험 제도는 사법시험과 마찬가지로 대학에서의 법학교육과 제도적으로 충분히 연계돼 있지 않아, 이를 도입할 경우 법학교육을 정상화하고 전문성과 국제 경쟁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해 국가인력을 효율적으로 배치한다는 입법목적 달성이 어려워진다”고 봤다.

로스쿨 원장들은 둘째, “법학전문대학원은 경제적 약자와 지역 인재들의 선발을 법으로 보장하고 있으며, 입학의 공정성 측면에서도 투명하고 공정한 입학전형이 이루어지고 있어 의지와 능력만 있으면 법조인이 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뒀다”고 밝혔다.

이어 “로스쿨은 ‘법학전문대학원 설치ㆍ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재정 확보와 장학금제도 등 학생에 대한 경제적 지원방안을 마련해 뒀고, 특히 각 대학별로 등록금 총액 대비 30% 이상을 장학금으로 지급하도록 규정했고, 그 중 취약계층 장학금을 70% 이상으로 지원하도록 의무화했다”고 설명했다.

또 “학생선발에 있어서도 사회적ㆍ경제적 취약계층을 위한 특별전형절차를 둬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도록 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교육부장관의 시정명령, 정원감축 조치 및 인가취소, 벌칙 등의 제재를 가하도록 하고 있다”며 “또한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에 의해 지방소재 로스쿨은 해당 지역 대학교 출신을 일정비율 이상 선발하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25개 법학전문대학원은 투명하고 공정한 입학전형을 위해 ‘블라인드 면접 의무화’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입학서류 내 부모ㆍ친인척의 신상 기재를 금지했으며, 기재할 경우 실격 조치하는 등 입학전형의 공정성을 제고했다고 했다.

로스쿨 원장들은 셋째, “예비시험의 도입은 이미 일본에서 시도된 바 있으며, 일본 로스쿨이 실패하게 된 주요 원인을 제공한 제도”라고 주장했다.

원장들은 “일본의 예비시험 제도는 극소수 인원만이 합격할 수 있는, 구 사법시험보다 더 어려운 시험으로 사법시험이 가지고 있던 폐해를 재생산하고 있다”며 “또한 예비시험을 통해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의 실무 훈련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큰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로스쿨 원장들은 넷째, “예비시험은 정규코스가 아닌 ‘우회로’인 만큼 합격인원은 소수로 제한될 수밖에 없어 신림동 사교육이 다시 부활할 가능성이 높으며, 합격률이 2∼3%밖에 되지 않는 사법시험처럼 합격 기약이 없는 예비시험에 젊은 인재들이 뛰어들어 예비시험 낭인을 양산하게 돼 ‘고시망국론’이 재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장들은 “예비시험 도입 시 시험기술에 능한 상위 대학 재학생들이 로스쿨을 우회하는 수단, 즉 법조인 진출 단기코스(bypass)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며 “더군다나 우수 인재들이 예비시험으로 쏠릴 경우 예비시험 낭인을 양산할 것으로, 이는 진정한 경제적인 약자에게는 사법시험의 폐해를 더욱 심각한 형태로 답습하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로스쿨 원장들은 “법학전문대학원 제도는 오랜 논의를 거쳐 어렵게 도입된 제도인 만큼, 지금은 이 제도가 그 도입 취지에 맞게 제대로 운영되고 정착될 수 있도록 모두 힘을 모으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예비시험 제도의 도입은 약자들에게는 ‘희망고문’이며, 법학전문대학원의 안정적 정착에 심대한 위해를 끼칠 퇴행적인 방향”이라며 “교육을 통하지 않고서 법률가가 될 수 있는 우회로를 만드는 것을 의미하는 ‘예비시험’제도는 ‘교육을 통한 법률가 양성’이라는 법학전문대학원 제도의 도입 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반대했다.

원장들은 “현재 변호사시험이 완전히 자격시험화 되지 못한 채 합격자 수에 대한 통제가 끊임없이 기도되고 있는 상황에서 예비시험 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예비시험 제도를 통한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만큼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자의 합격률을 끌어내리게 될 것이며, 로스쿨의 존립 자체가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로스쿨 원장들은 “자유한국당 당 대표 산하 특별기구인 ‘저스티스 리그’는 사법시험의 폐해를 답습하는 ‘예비시험 제도’를 정치적인 도구로 활용해서 국민들을 기만할 것이 아니라, 법학전문대학원 교육이 정상화 될 수 있도록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응시자 대비 60% 이상으로 보장하고,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시 로스쿨제도 도입 취지 및 자격시험으로서의 성격이 고려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