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신종철 기자]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0일 전관예우 방지를 위해 법조문화를 바꿔야 한다면서, 판사와 검사들을 오싹하게 만들 방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검사ㆍ판사의 직무상 범죄에 대해선 공소시효 자체를 배제하거나 정지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검사나 판사가 범법행위를 저지른 경우,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언제든지 형사책임을 지울 수 있게 한다면, 검찰ㆍ법원 재조(在曹)의 문화가 상당히 바뀔 것”이라는 고강도 대책을 주창했다.

변호사인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변호사인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찬운 교수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도입이 전관예우 풍토를 개선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봤다. 그는 “공수처가 설치되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검사나 판사도 잘못하면 감옥에 간다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법조문화를 바꾸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관예우 방지 대책으로 거론되는 ‘원로법관제도’에 대해서는 “우리처럼 법관ㆍ검사 정년제를 운영하는 나라에서는 원로법관제도를 운영한다는 것은 매우 특권적 발상”이라며 “선전적 효과 밖에 없어 재고가 필요하다”며 반대했다. 원로법관제도가 도입되면, 원로경찰관제, 원로검사제, 원로교수제 등을 만들어줘야 한다면서다.

좌측부터 이승윤 기자, 송인호 검사, 이탄희 변호사, 박찬운 교수, 김종민 국회의원, 이찬희 변협회장, 임희동 변호사, 신면주 변협 부협회장, 김신유 판사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와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이날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전관예우 방지를 위한 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토론자로 나온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법전원) 교수는 “1984년에 제26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16기를 수료했다. 35년 이상의 세월이 지났다. 꽤 오랜 기간 법조에 몸을 담은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토론 발표하는 박찬운 한양대 로스쿨 교수
토론 발표하는 박찬운 한양대 로스쿨 교수

박 교수는 1990년 3월 변호사로 개업해 활동하면서 그해 12월 신문에 기고한 글을 소개했다. 이른바 ‘전관예우’를 경험한 내용은 “지방법원에서 있었다고 하는데, 연수원을 나와 바로 개업한 젊은 변호사가 형사사건을 수임해 보석청구를 했다. 며칠 후 결과는 ‘보석기각’. 그런데 이 사건이 현직에서 갓 나온 소위 힘 있는 변호사에 의해 다시 보석청구 됐다고 한다. 며칠 후 결과는 ‘보석허가’. 이런 사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는 대목이다.

박찬운 교수는 “제가 30년 전에 쓴 글이다. 우리 대한민국의 법조 현실은 어떠냐. 그동안 한국의 법조는 펀더멘탈이 바뀌었다. 사법시험 1000명 합격자 시대를 거쳐서 로스쿨이 도입됐다. 지금 전국에서 2만 5천명의 변호사가 활동 중이다. 제가 1990년 3월 변호사 개업할 때 전국의 변호사가 2000명이 채 안 되던 시절이었다. 30년 전과 비교해 보면 10배 이상의 급증”이라고 말했다.

박찬운 한양대 로스쿨 교수
박찬운 한양대 로스쿨 교수

박 교수는 “그런데 우리는 30년 전의 전관예우의 문화를 아직도 답습하고 있다. 부끄러운 법조문화”라며 “지구상 어디에서도 찾기 힘든 범죄적 법조문화, 그것에서 해방되지 못하고 부질없는 대책 토론회를 또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씁쓸해 했다.

그는 “사실 전관예우 방지를 위해 (그동안) 수도 없는 토론회를 해왔다. 오늘 토론회를 함에 있어서 조금 새로운 각오를 갖고 토론회에 임해야 된다”며 “저는 두 가지 면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고 말했다.

토론 발표하는 박찬운 한양대 로스쿨 교수
토론 발표하는 박찬운 한양대 로스쿨 교수

박찬운 교수는 “하나는 전관예우는 문화하고 관계가 깊다. 아주 뿌리 깊은 고질적인 범죄적 문화다. 이 문화를 어떤 방향으로 고쳐야 될 것인가라는 법조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제도적 개선책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두 번째로는 전관예우라는 정조준 한 그런 제도적 개선책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법조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제도적 개선책을 말씀드리는 것은 우리의 사법권력은 너무 힘이 세기 때문에 전관예우라는 문제가 생긴다”며 “검사만 봐도 수사개시권, 영장청구권, 기소독점권, 기소재량권, 공소유지 및 취소권, 형집행권 등의 권한을 한 손에 쥐고 있다”고 열거했다.

그는 “이 하나하나가 한 개인에게는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이지만 그 행사는 오로지 검사가 판단한다”며 “이 과정에서 공사(公私)를 구별하지 못하는 검사와 그를 이용하는 전관이 모종의 작당을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것이 바로 전관예우다”라고 지목했다.

박찬운 한양대 로스쿨 교수
박찬운 한양대 로스쿨 교수

박찬운 교수는 “판사를 보면, 법관은 검사와 또 다른 세계의 권력을 행사한다”며 “우리사회에서 문제가 되면 결국에 문제의 최종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곳이 법원이다. 이 판단을 전적으로 감당하는 것은 판사의 몫이다. 그 판사는 어떠한 비판에서도 사실상 자유롭다”고 짚었다.

박 교수는 “모든 것은 판결로 말하며 그것을 뒤집을 수 있는 것은 상급심뿐이다. (상급심 법원에서) 뒤집어 진다고 해서 원심 법관에서 무슨 큰 불이익이 오는 것도 아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전관 출신의 변호사들이 힘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직시했다.

토론 발표하는 박찬운 한양대 로스쿨 교수
토론 발표하는 박찬운 한양대 로스쿨 교수

그러면서 “저 판사의 막강한 권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어제까지 같이 근무한 전관인 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독버섯처럼 피어오르고, 여기에 사건브로커가 개입돼 인생의 갈림길에 선 사람들의 호주머니를 터는 게 바로 전관예우의 리얼한 실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찬운 교수는 “결국 법조계의 전관예우 풍토는 사법부와 검찰이 독점적이면서도 폐쇄적인 사법권력 그 자체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며 “따라서 이 권력을 나누고, 투명하게 하지 않으면 전관예우라는 고질적 병폐는 결코 사라질 수 없다. 전관예우의 토대가 되는 이 권력을 본질적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이런 차원에서 최근 논의되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라가 있는 검경 수사권 조정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전관예우 풍토를 개선하는데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며 “수사권 조정은 결국 검찰이 수사 독점권을 경찰과 나누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토론 발표하는 박찬운 한양대 로스쿨 교수
토론 발표하는 박찬운 한양대 로스쿨 교수

박찬운 교수는 “공수처 설치도 도움이 될 것이다. 검찰의 수사권 및 기소권 독점을 막는 주요한 방법이라는 차원에서 중요하다”며 “공수처가 설치되면 검사나 판사도 잘못하면 감옥에 간다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공수처 문제는 우리 법조의 문화를 바꾸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더 나아가 시민사회에 사법권력을 돌려주는 사법에서의 시민참여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그래서 검사의 기소권을 시민들이 감시하고 함께 행사할 수 있는 미국의 대배심 유사의 제도나, 일본의 검찰심사회 제도 이런 것들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 발표하는 박찬운 한양대 로스쿨 교수
토론 발표하는 박찬운 한양대 로스쿨 교수

특히 박찬운 교수는 “뿐만 아니라 검사나 판사의 직무상 범죄에 대해선 공소시효 자체를 배제하거나 정지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검사나 판사가 공사를 구별하지 못하고 범법행위를 저지른 경우엔,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언제든지 형사책임을 지울 수 있게 한다면, 검찰ㆍ법원 재조(在曹)의 문화가 상당히 바뀌어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관예우 방지조항의 제도적 개선과 관련해 박찬운 교수는 “전관예우를 방지하기 위해서 변호사법이 정조준한 제도가 있는데, 그 제도를 몇 가지 손을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토론 발표하는 박찬운 한양대 로스쿨 교수
토론 발표하는 박찬운 한양대 로스쿨 교수

그는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변호사법 제31조의 수임제한 규정이다. 특히 공직퇴임 변호사이 수임제한을 규정한 3항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 조항은 공직퇴직 변호사는 퇴직 전 1년 전부터 퇴직한 때까지 근무한 법원, 검찰청 등 국가기관이 처리하는 사건을 퇴직한 날로부터 1년 동안 수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박 교수는 “이것이 바로 국회가 변호사법을 통해서 전관예우를 정면에서 막으려고 한 제도다. 사실 이 조항 때문에 그래도 대법관 출신들이 바로 변호사 개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법관들이 학교에 석좌교수로 간다든가, 혹은 공익 법무법인에 들어가 공익적인 활동을 한다든가 하는 것이 이 변호사법 조항의 위력이다”면서 “따라서 이 조항을 조금 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찬운 한양대 로스쿨 교수
박찬운 한양대 로스쿨 교수

박 교수는 “전관예우를 방지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다면 수임금지기간을 1년이 아니라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다. 사건수임제한 기간을 최하 3년, 최고 5년 정도로 상향 조종한다면, 현재 상황에선 보다 확실한 전관예우 방지책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찬운 교수는 “위헌이라는 얘기가 나올 수 있는데, 수임제한기간 1년이 위헌이면 3년도 위헌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1년 수임제한을 한다고 위헌 얘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며 “전관예우를 방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공익적 차원에서 필요성을 인정받느냐. 때문에 헌재에서도 위헌법률심사를 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위헌이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 (수임제한기간을) 3년, 5년 정도로 상향조정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좌측부터 이탄희 변호사, 박찬운 교수, 김신유 판사

그리고 “이 규정을 위반할 경우 벌칙도 강화해야 한다. 현재 벌칙을 상향 조정하면 3년 이하의 징역과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올릴 수 있다”며 “따라서 이런 정도를 해놓으면 상당한 정도의 위력적인 효과가 있다”고 봤다.

박찬운 교수는 “나아가 공직퇴임 변호사들의 전관예우 비위를 막기 위해선 이들 변호사들의 비위를 집중적으로 감시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법조윤리협의회의 기능을 조금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찬운 한양대 로스쿨 교수
박찬운 한양대 로스쿨 교수

그는 “현재 협의회는 전관들이 법조비리 혐의를 발견하는 경우 징계신청이나 수사의뢰를 할 수 있지만, 이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거의 없다. 인적 자원도 없고 예산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에 “피혐의자를 환문해 조사할 수 있는 권한, 장부 등을 제출받을 수 있는 권한(거부시 과태료 부과 권한), 관련기관에 사실조회를 할 수 있는 권한, 이런 권한을 수행하기 위한 조사관제도를 법조윤리협의회에 권한을 줘야 거기서 일종의 포청천 역할을 하면서 전관예우 방지를 위한 여러 가지 분위기를 잡을 수 있다”고 밝혔다.

박찬운 교수의 발표를 김신유 판사가 경청하고 있다.
박찬운 교수의 발표를 김신유 판사가 경청하고 있다.

이날 김유신 판사가 주제발표한 ‘원로판사제도’ 도입에 대해 박찬운 교수는 “저는 사실 매우 회의적이고, 이 제도가 필요한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박 교수는 “사실 이런 제도를 만들면 발제자도 특권을 말씀했지만, 경찰관들 중에서도 굉장히 전문적인 경찰관들 많다. 원로경찰관 만들어줘야 하고, 검사들도 원로검사, 교수들도 원로교수제 만들어줘야 한다. 이런 제도가 필요할까요”고 반문했다.

박찬운 교수는 “미국 같은 종신법관제도 하에서 원로법관제도가 필요한 것이다. 죽을 때까지 법관을 하니 사람을 뽑을 수가 없다. 그러니까 원로법관제도를 통해서 숨통을 트이는 것”이라며 “(법관) 정원 외로 돌려서 신규 법관을 뽑는 이런 제도로서는 그들 나라에서는 필요하지만, 우리처럼 정년제를 운영하는 나라에서는 원로법관제도를 운영한다는 것은 매우 특권적 발상”이라고 봤다.

박 교수는 “만약 원로법관제도를 도입한다면 전관예우와 직결되는 제도라고 볼 수 없다”며 “정년제도와 관련해 법관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차원에서 논의는 할 수 있지만, 이것을 전관예우 방지를 위한 방지책의 하나로써 논의하는 것은 큰 효과 없이 선전적 효과 밖에 없기 때문에 재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토론 발표하는 박찬운 한양대 로스쿨 교수
토론 발표하는 박찬운 한양대 로스쿨 교수

박 교수는 “법관들의 과도한 업무량을 고려할 때 상당한 정도의 예우를 받게 되는 원로법관을 채용하기 보다는 신규 법관을 더 많이 채용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했다.

환영사하는 김종민 의원
환영사하는 김종민 의원

한편, 이번 토론회에서 주최자인 김종민 의원은 환영사를 했고, 이찬희 변협회장이 인사말을 했다.

인사말하는 이찬희 변협회장
인사말하는 이찬희 변협회장

토론회 전체사회는 황인영 대한변협 사업이사가 맡았고, 좌장은 신면주 대한변협 부협회장이 진행했다.

주제발표자 김신유 판사와 좌장 신면주 변협 부협회장
주제발표자 김신유 판사와 좌장 신면주 변협 부협회장

주제발제는 김신유 판사(법원행정처 사법정책연구원)가 ‘원로판사 제도 도입방안에 관한 검토’에 대해 발표했다.

토론자는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송인호 검사(검찰개혁추진지원단), 판사 출신 임희동 변호사(공익법인 온율 생활법률지원센터 센터장), 판사 출신 이탄희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이승윤 기자(법률신문)가 참여했다.

토론 발표하는 박찬운 한양대 로스쿨 교수

한편, 판사 출신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이 토론회 중간에 잠시 들러 관심을 나타냈다.

토론회 참석했다가 발언기회를 얻은 차상안 판사가 발언하고 있다.
토론회 참석했다가 발언기회를 얻은 차상안 판사가 발언하고 있다.

특히 차성안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판사)이 방청객으로 참관하다가 토론회 말미 플로어토론에 발언기회가 주어지자 전관예우와 관련한 진행 중인 연구에 관심을 가져 줄 것을 당부해 눈길을 끌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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