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신종철 기자] 억울한 옥살이를 한 사람들의 진실을 파헤쳐 재심을 통해 무죄를 이끌어내는 재심사건으로 유명한 박준영 변호사가 표창원 국회의원으로부터 ‘재심전문변호사’로 공식 인정 받았다. 박준영 재심전문변호사는 재심을 확대하자는 방안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있을까?

재심전문변호사 박준영
재심전문변호사 박준영

재심을 완화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대표발의로 국회에 제출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일 ‘재심 관련 형사소송법 개정을 위한 토론회’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하면서 박준영 변호사는 발제자로 섭외했다.

박준영 변호사는 제44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35기를 수료 후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2015년 대한변호사협회가 수여하는 제3회 변호사공익대상(개인부문)을 수상했으며, 2016년에는 헌법재판소 모범 국선대리인 표창을 받았다.

4일 열린 재심 토론회
4일 열린 재심 토론회

표창원 의원은 토론회 좌장을 맡아 시작하면서 “재심전문변호사라는 타이틀을 상당히 싫어하시는 박준영 변호사”라고 소개해 토론장에 웃음을 자아냈다.

발제에 나선 박준영 변호사는 멋쩍은 웃음을 보이면서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왜냐하면 제가 스스로 재심전문변호사라고 한 적 없다. 누가 붙여줬다”고 겸손함을 나타내 웃음을 줬다.

쑥스러워 멋쩍은 웃음을 보이는 재심전문변호사 박준영
쑥스러워 멋쩍은 웃음을 보이는 재심전문변호사 박준영

박 변호사는 “오늘 여기 오신 두 분 발제자들이 (재심) 전문가다. 특히 재심사건을 하면서 참고할 수 있는 논문이 없었는데 김도윤 변호사께서는 가장 체계적이고 구체적이고 실무에서 쓸 만한 글을 많이 써주셨다. 김태욱 부장판사님은 재심과 관련된 전원합의체 결정을 아주 상세하게 분석한 논문을 쓰신 분이다”라고 소개했다.

좌측부터 주제발표 김도윤 변호사, 김태업 부장판사, 박준영 변호사
좌측부터 주제발표 김도윤 변호사, 김태업 부장판사, 박준영 변호사

먼저 표창원 의원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법관 제척사유 추가 ▲재심사유 중 증거의 신규성 완화 ▲재심청구권자 범위 확대 ▲재심개시결정시 형 집행정지결정 의무화 ▲법원의 재심개시결정에 대한 검사의 즉시항고권 제한 ▲법원의 신속한 판단으로 재심개시결정 확정 소요시간 단축 등의 내용이 담겼다. 쉽게 말해 재심청구자들에게 도움이 될 장치들을 만드는 것이다.

표창원 국회의원
표창원 국회의원

박준영 변호사는 표창원 의원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발표했다. 그는 먼저 “법관 제척제도에 대해서는 이견이 전혀 없다”며 표창원 의원의 개정안에 동의했다.

증거의 신규성에 대해 박준영 변호사는 “새롭고 명백한 무죄 증거가 발견됐을 때 재심사유가 인정되는데, 이 ‘새롭다’라는 의미에 당사자의 고의ㆍ과실을 요할 것인가가 굉장히 큰 쟁점인데, 저는 기본적으로 당사자의 고의ㆍ과실과 관계없이 귀책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재심사유가 인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재심전문변호사 박준영
재심전문변호사 박준영

박 변호사는 “왜냐하면 국가보안법 위반사건 탈북민 간첩사건을 변론을 한 적이 있는데, (탈북민 피고인이) 1심ㆍ2심에서 자백을 했다는 이유로 (대법원) 상고심에서 재심사유가 인정되지 않았다. 만약에 표창원 의원안대로 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저는 그 사건은 무조건 재심이 되는 사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준영 변호사는 “이게 정의롭다고 생각한다. 다만 김태업 부장판사도 (발제문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재심사유는 항소와 상고이유다. 특히나 (대법원) 상고심 부담이 크고 사건이 많이 적체돼 있는데, 재심사유가 넓어지면 상고심의 부담이 더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재심전문변호사 박준영
재심전문변호사 박준영

박 변호사는 “상고사건이 심리불속행이나 상고 기각 결정이 너무 형식적이고, 당사자가 원하는 만큼 심리가 없이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닌가라는 비판이 많은 상황에서, 재심사유의 개정 문제는 상고심의 부담 문제와 연결시켜 볼 문제가 있다”고 봤다.

재심사건을 많이 맡아 무죄 판결을 이끌어내며 재심전문변호사라는 별칭을 얻은 박준영 변호사. 이에 박 변호사는 당연히 재심사유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낼 것처럼 보였으나, 의외로 법원의 입장을 견지하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물론 의뢰인의 입장이 밑바탕에 깔려있긴 하다.

박 변호사는 표창원 의원이 대표발의로 국회에 제출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발표했다.
재심전문변호사 박준영

재심청구권자와 관련해 박준영 변호사는 “개정 법률안이 재심청구권자의 범위를 확대한 취지를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재심이 비상구제절차라는 점에서 안정적인 운용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특히나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가 사망하거나 심신장애가 없음에도 본인 외의 다른 사람이 재심을 청구할 수 있게끔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재심청구권자의 공백의 문제는 검사의 직권재심이 활성화되면 이런 문제점이 보완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발제자 나온 김태업 부장판사와 박준영 변호사
발제자 나온 김태업 부장판사와 박준영 변호사

박준영 변호사에 따르면 형사소송법 제434조는 재심청구에 대해 ‘이유 없다’는 기각결정이 내려지면 누구든지 동일한 이유로써 다시 재심을 청구하지 못한다. 박 변호사는 ‘신중한 청구가 필요한 이유인데, 재심청구권자의 확대가 개정 취지와 달리 유죄 선고를 받은 사람에게 불리하게 운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형집행정지와 관련해서도 박준영 변호사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재심전문변호사 박준영
재심전문변호사 박준영

박 변호사는 “예전에는 의무적 집행정지였는데 개정되면서 재량이 됐다. ‘재심이 개시되면 판결에 문제가 있다는 거 아니냐’, 그런데 판결이 무죄로 곧바로 결론이 나는 게 아니다”며 “그래서 형집행정지는 인정된 재심사유가 뭔지가 중요하다. 그런데 형집행정지를 의무적으로 하는 게 맞는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예를 들어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돼 징역 20년이 확정된 존 패더슨이 최근 공범 에드워드 리를 위증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고소 이유가 ‘에드워드 리가 현장검증 때는 한국말을 알아듣고 욕설과 협박을 했는데, 법정에서는 한국어를 못 한다고 위증했다’는 것이다. 이게 위증이 될 수 있다”며 “이게 위증으로 유죄 판결이 확정됐을 때, 에드워드 리의 증언이 유죄 판결의 증거가 돼서 판단을 받았던 패터슨이 재심사유로 주장한다는 것이 모순이 아닌가 싶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런 부분이 형집행정지를 함에 있어 고려돼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토론회
토론회

검사의 즉시항고권 제한에 대해 박준영 변호사는 “법령상 즉시항고권 제한 규정을 두면 검사가 조금 고민하고 신중하게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는 있다”고 봤다.

재심결정기간 제한에 대해 박준영 변호사는 “재심결정기간을 제한한다고 해서 과연 여러 문제가 풀릴 것인가, 그것은 법원의 업무부담과 연결시켜야 될 문제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그리고 재심결정기간을 제한하다 보면 법원이 심리를 함에 있어 굉장히 뭔가 서두를 수도 있고, 때로는 재심사유 수집을 사실관계에 대한 조사를 법원에서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고, 그것은 심문기일을 진행하면서 가능한데, 이것도 결국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라며 “결정제한기간이 과연 당사자를 위한 일인가라는 생각도 든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재심전문변호사 박준영
재심전문변호사 박준영

박준영 변호사에 따르면 재심청구 이후 법원이 심문기일을 지정해 증거조사를 하는 사건이 있다. 증인신문, 사실조회, 문서송부 등을 통해 재심사유의 입증자료가 수집된다. 재심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의 업무 부담을 고려치 않고 재심청구사건의 결정기간을 제한하는 것이 재심청구인에게 불리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한편으로 (재심결정기간 제한은) 법원 입장에서는 이런 사건의 심리를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는 촉구하는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발제자 김태업 부장판사와 박준영 변호사
발제자 김태업 부장판사와 박준영 변호사

아울러 국선변호인의 재심사건도 언급했다.

박준영 변호사는 “재심사건에서 국선변호인의 조력 얘기가 나오고 있다, 현실적으로 재심이 필요한 사건에서 누군가의 조력이 필요할 때, 국선변호인의 도움이 절실할 경우도 있다”며 “하지만 국선변호인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또 국선변호인 중에서 제대로 일을 하지 않는 분들이 있는 것도 분명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재심청구라는 것이 재심이 한 번 기각되면 동일한 사유로 다시 청구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 그러면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국선변호인)이 도움을 줬는데, 그게 재심청구 기각으로 이어지고 다음에 정말 의미 있는 증거를 갖춰 재심청구를 못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며 “이 점이 국선변호인 조력을 명문화할 때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라고 제시했다.

재심전문변호사 박준영
재심전문변호사 박준영

한편, 박준영 변호사는 “불이익 재심 문제에 대해 간단히 말씀드리면 개인적으로 우리의 사법불신이라는 것이 유전무죄 무전유죄 아니냐”며 “억울한 사람이 유죄를 받아서 무죄를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정말 벌을 받아야 할 사람이 벌을 받지 않고 무죄를 선고받는 경우, 이런 경우도 바로 잡는 게 사법정의를 위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하지만 이것은 또 불이익 재심을 활용했을 때, 진술번복을 유도하기 위한 여러 가지 행태들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도 현실”이라며 “그런 부분들도 감안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영 변호사는 “불이익 재심 도입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현재 우리 법제도에 비상상고라는 제도가 있는데 확정된 판결이 법령 위반이 있을 경우 검찰총장이 비상상고를 청구해서 대법원에서 심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형제복지원 사건이 그런 사례다. 이런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이런 잘못된 판결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제도로서 기능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2018년 11월 2ㅐ일 군사정권 시절 대표적인 인권유린 사례로 꼽히는 형제복지원 사건을 대법원에 비상상고했다. 형제복지원 원장에 대한 확정 판결 이후 29년 만에 이뤄진 조치다. 무죄 판결에 대한 재판단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토론회를 진행하는 표창원 국회의원
토론회를 진행하는 표창원 국회의원

이렇게 박준영 변호사의 발표가 끝나자, 표창원 의원은 “겸양과 겸손으로 본인이 재심전문변호사라는 사실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영화로도 공개됐던 약촌오거리 사건, 수원역 피살사건 등 실무에서 재심 무죄 결정을 가장 많이 이끌어낸 변호사”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논문을 많이 쓰진 않았지만, 재심 관련해서 박준영 변호사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면서 재심전문변호사로 인증했다.

박준영 변호사에 이어 김태업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는 ‘형사소송법상 재심제도의 운영 현황과 재심 관련 규정의 개정에 관한 간단한 검토의견’에 대해 발표했다. 김도윤 변호사는 ‘오판원으로 본 형사재심절차의 역할 및 개선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토론자로는 백광균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판사, 이세경 국회사무처 법제실 법제관, 박혜림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문상현 일요신문 기자가 참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