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신종철 기자] 의뢰인들이 전관효과를 기대하고 부장판사ㆍ부장검사 이상의 고위직 출신 전관변호사들을 선호하기 때문에 일반 변호사들과 총수임료가 3배가량 차이가 났다. 쉽게 말해 고위직 전관변호사들의 몸값이 3배 비싼 것이다.

특히 “판사ㆍ검사들이 ‘전관효과’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려면 전관효과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의뢰인들에게 전관효과에 속지 말라고 홍보라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눈길을 끈다.

이찬희 변협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찬희 변협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와 한국형사정책연구원(원장 한인섭)은 4일 서울 역삼동 대한변협회관 대강당에서 ‘전관예우 실태와 대책방안 마련 심포지엄’을 공동으로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황지태 연구위원이 ‘2019년 전관비리 실태조사 주요 결과 보고’ 발표를 했다.

황지태 연구위원은 “전관예우는 부적절한 용어로 ‘전관비리’로 대체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전관예우(전관비리)는 ‘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공직퇴임 변호사가 수사나 재판의 과정 또는 결과에서 혜택을 받는 현상’으로 정의했다.

이번 조사는 국내 변호사를 선임한 경험이 있는 성인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지난 9월 11일~27일까지 진행했다.

황 연구위원 발표에 따르면 일반인 700명 중 351명(50.1%)이 전관 출신 변호사들을 변호인으로 선택했다. 검사 출신 변호사 196명, 판사 출신 변호사 155명이었다.

특히 의뢰인들이 선임한 전관변호사의 조건을 보면 ‘퇴직 후 선임까지 걸린 시간’은 ‘1년 미만’ 50명(14.2%), ‘1년 이상 2년 미만’ 106명(30.2%), ‘2년 이상 3년 미만’ 65명(18.5%), ‘3년 이상 5년 미만’ 48명(13.7%), ‘5년 이상’ 53명(15.1%) 등으로 나타났다.

공직에서 퇴임하고 변호사 개업해 선임까지 3년 미만을 보면 351명 중 221명인 62.9%를 차지했다. 이렇게 의뢰인들은 검찰, 법원에서 나와 변호사로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는 소위 ‘전관’ 후광효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351명의 전관 출신 변호사들의 퇴직 당시 직위를 보면 부장판사 출신 98명(63.2%), 부장검사 출신 118명(60.2%)로 216명이 부장급으로 가장 많았다. 평판사(25명)와 평검사(43) 출신이 68명(19.4%)이었다. 검사장(16명)과 법원장(14명)은 30명(8.5%)이 있었다. 대법관ㆍ헌법재판관ㆍ검찰총장 출신 변호사를 선임한 경우도 7명 이었다.

‘전관’과 판검사 출신이 아닌 변호사들 간에 수임료에서도 차이가 났다.

형사정책연구원 연구결과에 따르면 판사 출신 변호사들은 평균 935만원, 검사 출신 변호사들은 평균 914만원의 수임료를 받았다. 판사ㆍ검사 출신이 아닌 변호사들은 평균 527만원의 수임료를 받았다.

전관변호사들의 조건에 따른 기본수임료에서는 더욱 차이가 났다. ‘퇴임 1년 이내 검사장ㆍ법원장 이상’의 변호사들은 평균 1409만원을 받았다. ‘퇴임 1년 이내 부장검사ㆍ부장판사 이상’은 평균 1340만원을 받았다. ‘퇴임 3년 이내 부장검사ㆍ부장판사 이상’은 1074만원을 받았다. 판사ㆍ검사 출신 변호사들의 전체 평균은 923만원의 수임료를 받았다. 반면 판검사 출신이 아닌 변호사들은 평균 521만원의 수임료를 받았다.

기본수임료와 추가비용을 합한 전관변호사들의 총수임료(의뢰인 총비용)를 보면 차이가 조금 더 벌어졌다.

‘퇴임 1년 이내 검사장ㆍ법원장 이상’이 1563만원을 받아 가장 많았다. ‘퇴임 1년 이내 부장검사ㆍ부장판사 이상’이 1495만원을 받아 뒤를 이었다. ‘퇴임 3년 이내 부장검사ㆍ부장판사 이상’이 1191만원을 받았고, ‘퇴임 3년 이내 검사장ㆍ법원장 이상’이 1177만원을 받았다. 반면 판검사 출신이 아닌 변호사들의 총수임료 평균은 525만원이었다.

고위직 출신 전관변호사들과 일반 변호사들의 총수임료가 3배가량 차이가 나는 것이다.

황지태 연구위원은 “전관변호사들은 일반 변호사들에 비해 평균적인 수전에서 수임건수가 많고, 기본수임료가 비싸며, 추가수입을 얻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위 세 가지를 결합하면 전관 출신 변호사들과 일반 변호사들 사이의 평균 수입 차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황 연구위원은 “전관효과는 퇴임시 직위 및 퇴임기간과 상관이 있고, 퇴임기간이 길어지면 전관효과가 약화되기는 하나 금방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고 분석했다.

그는 “단, 이번 조사는 최대 수임료를 5000만원으로 제한했기 때문에 조사의 특성상 대기업 등을 변호하는 ‘거물급’ 전관변호사의 누락 소지가 높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이번 조사(2019년 9월 11일~10월 17일)에는 변호사 500명을 대상으로도 설문조사가 실시됐다. 500명의 변호사 중 판사 경험이 25명, 검사 경험이 22명 있었고, 일반 변호사들 453명이 참여했다.

변호사들이 경험한 전관예우 사건의 종류는 형사사건이 72.5%, 민사사건이 25.7%, 행정조세사건이 1.8%로 집계됐다.

변호사들이 경험한 사건 유형에 따른 전관예우 혜택 단계를 보면 형사사건 검찰 수사단계가 51.9%, 1ㆍ2심 재판 30.4%, 구속 관련 재판 10.1%, 경찰 수사단계 3.8%, 대법원 재판 3.8%로 나타났다.

전관 출신이 아닌 변호사들의 21명은 ‘선임계 미제출’ 사례를 경험했고, 22명은 ‘전화변론’ 사례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에서 수임제한 기간 연장에 대한 변호사들의 의견도 물었다. ‘현행 변호사법의 특정 전관변호사 수임제한 1년 규정 연장 필요성에 대한 의견’에서 연장 필요 찬성이 70.8%인 반면 연장 불필요 반대가 29.2%로 집계됐다.

적정한 수임제한 기간에 대해 3년이 46%로 가장 많았고, 2년이 25.7%로 뒤를 이었다.

변호사들에게 여러 가지 전관예우 규제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도 물었다.

변호사들은 ▲선임계 미제출 변론, 전화변론 등 편법 강력 규제 ▲법조계 이외 영역의 고위공직자 대형로펌 취업 규제 ▲수임제한 의무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 과징금 부과 ▲수임제한 사건의 범위와 수임제한 기간의 확대 ▲퇴직 전 근무장소와 관련된 개업지의 장소적(개업지) 제한 ▲퇴직 전 판검사의 고위직 여부에 따른 차등적 규제 ▲전관 변호사 수임내역(수임료 등) 확대 ▲재판부와 소송대리인 연고 관계 진술 의무 도입 등을 제시했다.

황지태 연구위원은 “변호사 시장에서 시간이 경과할수록 그 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여성 변호사, 젊은 변호사, 비(非) 전관 출신 변호사들의 전관예우 관행에 대한 불만이 훨씬 크기 때문에, 향후에도 전관예우 관행에 대한 변호사들의 불만은 쉽게 누그러들지 않고 오히려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황 연구위원은 또 “의뢰인 조사와 변호사 조사를 비교했을 때, 의뢰인들은 판사ㆍ검사 출신 변호사를 더 많이 선임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 같은 판사ㆍ검사 출신 변호사들 중에서도 퇴임기간이 얼마 되지 않은 전관변호사를 실제 비율보다 월등히 높은 비율로 선임하고 있다는 근거가 포착된다”고 말했다.

황지태 연구위원은 “변호사 조사에 따르면, 형사사건에서의 전관예우 관행과 검사 출신 전관변호사의 질적 양적 비중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며 “하지만 지금까지 전관예우에 대한 논의는 법원과 관련된 것이 훨씬 더 많았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황 연구위원은 “현직 변호사들은 전관변호사들의 선임계 미제출과 전화변론 등 편법 변론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가장 크게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의뢰인들의 전관 선호 현상 증명, 전관변호사의 수임건수 및 수임료 과다 증명, 실제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특혜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증명 절차가 어느 정도 윤곽을 갖추게 된다”고 정리했다.

또 “의뢰인들이 전관변호사를 선호하는 현상은 뚜렷하다. 그런 선호로 인해 전관변호사(특히 퇴임 3년 이내의 전관변호사)의 수임건수가 평균보다 많고 수임료도 평균보다 높으며, 기타 부수입까지 고려하면 전관변호사의 수입은 기타 변호사들보다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며 “이런 수입의 차이는 수사나 재판단계에서의 실제 전관효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할만하다”고 봤다.

보고서는 다만 “변호사들과 비교한 의뢰인들의 인식 경향 등을 볼 때, 어떤 소송에서는 실제 전관효과가 없는 경우에라도 전관변호사를 선호하고 그들에게 더 많은 비용을 지급할 개연성도 작지 않다”며 “결국 전관변호사와 기타 변호사들 간의 수입 차이는 실제 전관효과와 이 같은 후광효과의 결합에 의해 나타난다”고 판단했다.

황지태 연구위원은 조사결과에 따른 정책 제언도 내놓았다.

그는 “전관예우가 좀 더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거나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이 좀 더 높은 영역은 형사소송 영역 및 검사들의 활동 영역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전관비리 근절대책은 주로 대법원이나 대한변호사협회 중심으로 전개되는 양상을 보여 왔는데, 이에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보다 적극적인 제도 개선 노력이 요청되는 상황이라 할만하다”고 제시했다.

황지태 연구위원은 또 “적지 않은 판사ㆍ검사들이 주장하듯 전관효과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려면 전관효과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의뢰인들에게 전관효과에 속지 말라고 홍보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법원 양형위원회나 대검찰청 기획조정부 등 통계부서에서는 변호사 관련 변수만 추가하면, 전관효과에 대한 전수조사 검증도 가능한데,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며 “전관효과를 수치로 보여주고, 또한 주기적 점검을 통해 수치로 그 감소를 확인하는 과정이 병행되어야 전관비리 방지 대책이 제대로 작동할 것”이라고 봤다.

황 연구위원은 특히 “선임계 미제출이나 전화변론 등은 다수의 변호사들이 그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처벌을 요구하는 사안이나, 실제로 이를 실효성 있게 단속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하지만 실제 단속이 어렵더라도 가령 다른 불법 사건 수사과정에서 여죄로 발견될 경우 엄하게 처벌할 수 있는 근거라도 마련해 일반적 예방효과를 높일 필요는 있다”고 제시했다.

이번 심포지엄의 좌장은 서보학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진행했다. 주제발표는 황지태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발했다. 토론자는 이태엽 변호사(대한변협 회원이사), 김혜경 교수(계명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최유경 부연구위원(한국법제연구원)이 참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