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신종철 기자] 휴대전화로 몰래 사실혼 관계 여성과 지인의 대화를 녹음하다 들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검찰의 범죄사실에 따르면 회사원 A씨는 지난 4월 경주에 있는 한 펜션에서 자신의 휴대전화 녹음기능을 활성화시킨 후 몰래 문 앞에 놓아두는 방법으로 자신과 사실혼 관계에 있었던 B(여)씨와 지인 사이의 공개되지 않은 대화를 녹음한 혐의로 기소됐다.

누구든지 통신비밀보호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않고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

A씨와 변호인은 “타인들이 나를 살해하고 보험금을 받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생명의 위협을 방어하고 범죄를 예방하고자 불가피하게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것이므로, 이는 형법 제20조에 따른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 재판은 A씨의 희망에 따라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7명이 참여한 배심원들은 만장일치 유죄 평결을 내렸다.

또 양형의견에서 배심원 2명은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 배심원 2명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자격정지 1년, 배심원 1명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과 자격정지 1년, 배심원 2명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과 자격정지 1년 의견을 제시했다.

서울동부지방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손주철 부장판사)는 지난 11월 25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들의 평결과 양형의견을 존중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녹음행위는 그 목적이 정당하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행위를 하지 않으면 방지할 수 없는 급박한 손해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당시의 상황과 피고인이 행한 녹음행위의 방법과 태양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녹음행위는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긴급성,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되므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은 휴대전화의 녹음기능을 이용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것으로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녹음한 대화 내용에 ‘방화’와 관련된 단어가 포함되는 점에 비추어 피고인의 범행 경위 및 동기에 다소 참작할 사정이 있는 점, 피고인이 녹음한 대화 내용을 수사절차에서 증거로 제출한 것 외에 다른 곳에 누설하거나 유포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등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고, 공판과정에 나타난 여러 양형 조건들과 배심원들의 양형에 관한 의견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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