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신종철 기자]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9일 변호사시험 응시제한을 규정한 변호사시험법 조항에 대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합헌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에 돌직구를 던지며 강하게 비판했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 교수는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후 5년 이내에만 변호사시험에 응시하도록 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응시제한 제도가 신속히 폐지돼야 하지만, 응시기간 제한이라도 헐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가 이날 오후 3시 서울 역삼동 대한변협회관 대강당에서 개최한 ‘변호사시험 응시제한(오탈)제도 필요한가’ 토론회에 주제발표자로 참여해서다.

주제발표하는 정형근 교수
주제발표하는 정형근 교수

먼저 변호사시험(변시)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법전원)을 졸업해 석사학위를 취득했거나, 취득할 예정인 자는 5년 이내에만 응시할 수 있다. 변호사시험법 제7조는 ‘응시기간 및 응시횟수의 제한’에 관한 규정을 둬 로스쿨 졸업 후 5년 내에 5회만 응시하도록 하는 제한을 두고 있다.

로스쿨 졸업 후 5년 내에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법조인이 될 수 없어 물거품이 된다. 졸업 후 5년이 경과하면 불의의 사고 등과 같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한 번도 응시하지 않았더라도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이 소멸된다. 응시제한제도인 이른바 ‘오탈자’ 제도다.

좌측부터 정재욱 변호사, 류하경 변호사, 채윤경 기자, 정형근 교수, 이찬희 변협회장, 조희문 교수, 이석원님, 허윤 변협 수석대변인
좌측부터 정재욱 변호사, 류하경 변호사, 채윤경 기자, 정형근 교수, 이찬희 변협회장, 조희문 교수, 이석원님, 허윤 변협 수석대변인

발제자로 나선 정형근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제34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24기를 수료하고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2009년 로스쿨이 도입되면서 경희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정 교수는 특히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을 역임했다.

발제에 나선 정형근 교수는 먼저 “‘우리가 사법시험 악몽에서 벗어나자, 깨어나자’ 이것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문을 열며 “(응시제한) ‘이 제도를 없애면 고시낭인, 변시낭인을 양산하자는 것이냐’라는 말이 나온다. (로스쿨이라는) 새로운 법조인 양성제도를 취함에 있어서 과거의 (사법시험) 낭인제도 때문에 (응시제한) 이것을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포문을 열었다.

정 교수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법시험에 아홉 번 만에 붙었다고 한다. (오탈자 응시제한) 이 제도 하에서는 법조인 자체가 될 수가 없다”며 “변호사시험이 과거처럼 낭인이 발생할 수 있는 시험인가? 시험 빨리 붙고, 늦게 붙고에 따라서 훌륭한 법률가냐 아니냐의 차이가 난다고 할 수가 없다”고 짚었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그는 “과거 사법시험의 낭인은 이른바 장기수험생이 발생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 (오랜 수험생활 끝에라도) 사법시험에만 붙으면 사법연수원에 가서 잘하면 판사ㆍ검사가 될 수가 있었기 때문에 인생을 투자해서 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변호사시험은 그야말로 변호사라는 라이센스 자격증 하나 얻기 위함이다. 수많은 시험 중에 하나다. 공직에 진출할 수 있는 검사는 이미 로스쿨 3학년 2학기 때 결정이 났다. 그래서 과거처럼 낭인이 돼 가면서까지 변호사시험에 매달릴 수험생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정형근 교수는 “그래서 기성 법조인들 특별히 헌법재판관들이 사법시험의 악몽에서 벗어나서 정말로 새로운 시각에서 지금 계류돼 있는 헌법소원심판청구에 대해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 교수는 토론회 자료집에서 보다 더 쉽게 설명했다. 그는 “변호사시험은 자격증 취득에 불과해 인생을 걸고서 장기간 시험준비만 하고 있을 매력이 없다”며 “변시 커트라인에서 훨씬 못 미쳐 도저히 합격가능성이 없음에도 계속 응시하는 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사법시험 세대인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낭인 문제에 사로잡혀 낭인방지를 위해 응시제한제도가 합헌이라고 한다”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사법시험 시절의 부작용 때문에 새롭게 도입된 제도를 이용하는 젊은 세대에게 더 이상의 고통을 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형근 교수는 발표에서 “로스쿨 졸업 후 5년 이내에만 변호사시험에 응시하도록 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5년 안에 다섯 번 시험을 보는 것은 부수적인 것이다. 로스쿨 졸업 후 5년만 지나면, 단 1회도 응시하지 않았더라도 응시자격이 박탈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교수는 “로스쿨 제도가 미국에서 왔듯이 미국의 로스쿨 제도를 보면 절반 정도의 주에서는 응시자격 제한이 아예 없다. 근데 절반 정도의 주에서는 응시자격 제한이 있는데, 2회 내지 6회까지 응시횟수 제한만 두고 있을 뿐이지 응시기간의 제한은 두고 있지 않다”고 짚었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그는 “우리나라의 로스쿨 제도는, 일본에서 로스쿨을 2004년에 도입하면서 만든 것이다. 일본이 5년에 5회 응시로 바꾸니까, 한국도 바꾼 것”이라며 “사실은 ‘일본에 안 가고, 안 사겠다’는 불매운동을 할 것이 아니라, 이런 시스템과 법률문화로부터 한국의 독립이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형근 교수는 “로스쿨을 졸업하고 5년 안에만 변호사가 될 수 있는데, 변호사라는 직업선택의 시기를 (로스쿨 졸업 후 5년 이내로만) 극도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것은 직업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해서 위헌을 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정 교수는 “또 변호사 자격 취득에 사실상 연령제한을 두고 있다. 로스쿨을 졸업한 때로부터 5년 동안만 응시기회를 부여하고 있다”며 “그런데 대한민국 모든 시험은 2008년부터 연령제한이 모두 풀어져 있다. 변호사는 공무원도 아니고 전문자격사에 불과해 연령제한과 같은 규제는 필요 없다”고 말했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형근 교수는 “변호사시험 경쟁률이 높으면 높을수록 변호인 조력을 향유하는데 매우 좋다고 생각한다”며 “예를 들어 금년 변시에 3000명이 응시해 1600명을 선발했다. (실제로는 3330명 응시해 1691명 합격) 그런데 4000명이 응시해, 5000명이 응시해서 1600명 합격자가 나오는 것과 비교하면, 국민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응시자가 많으면) 훨씬 실력 있는 변호사가 나온다고 추정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로스쿨 제도를 도입했으니까 (변호사시험이) 과거 사법시험처럼 합격률이 낮아지는 것을 막아야 되기 때문에 (응시제한) 이 제도가 매우 무리한 제도라는 것을 알면서도 오탈을 유지하자는 것이 기존의 방침이었다”고 지적했다.

정형근 교수가 주제발표하고 있다. 좌측은 조희문 좌장, 우측은 류하경 변호사
정형근 교수가 주제발표하고 있다. 좌측은 조희문 좌장, 우측은 류하경 변호사

정 교수는 “로스쿨은 당연히 학력제한을 두고 있다.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약사 이런 직업도 학력제한을 두고 있다. 그런데 의사 등에게는 응시기회제한이 없다. 오로지 변호사 응시자에게만 응시기회제한을 두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해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형근 교수는 “또한 변호사시험 응시자들만을 유일하게 대한민국의 인력관리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잘못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어이없어 했다.

그는 “모든 국민은 소중하다. 그런데 왜 로스쿨을 나와서 변호사시험에 응시하는 사람들이 장기간 응시하면 국가인력이 낭비되고 있다고 해서 그들을 신속하게 다른 직업군으로 돌려야 된다는, 이런 불이익을 가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는 것인지, 왜 변시 응시자들만 국가의 인력관리 대상자가 돼야 하는 것인지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법전원을 졸업한 청년들을 과도하게 차별하는 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형근 경희대 로스쿨 교수
정형근 경희대 로스쿨 교수

응시횟수제한의 위헌성과 관련해 정 교수는 “다섯 번을 응시하든, 여섯 번을 응시하든 국가가 정말 응시제한을 막으려면 헌법 제37조 2항에서 말하는 기본권 제한의 일반기준인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에 해당돼야 한다. 그런데 안전보장, 질서유지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러면 공공복리에 해당해야 하는데, (변시) 수험생들은 독서실에서 시험 붙을 때까지 평화롭게 공부만하고 있다. 도대체 누구를 해치고 있는 것이냐. 이들 때문에 누가 손해를 보는 것이냐”라고 따져 물었다.

정 교수는 “본인과 가족과 친구들이 안타까워하고 있을 뿐이다. 어서 빨리 합격하기만을 기대하고 있는 것인데, (국가가) 5회 이상 보면 안 된다고 응시자의 주체성과 자율성을 침해해서, 자기책임 하에 자기가 결정해야 한다는 논리를 무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성세대의 야만적 폭력”이라는 표현을 쓰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청년들에게 응시자격을 풀어줘도, 어쩌면 모든 사람이 변호사가 안 될 수 있지만 기성세대가 청년들에게 주는 것은 합격증이 아니라 희망, 기대가능성을 주는 것이다. 그렇기에 5회 응시제한 자체를 동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좌장인 조희문 교수와 발표자인 정형근 교수
좌장인 조희문 교수와 발표자인 정형근 교수

아울러 병역의무기간 만큼 응시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형근 교수는 “변호사시험법에 병역의무 이행기간은 예외로 한다고 돼 있다. 군대에 갔다 온 기간은 (응시기간에서) 빼준다니, 이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교수는 “그런데 군대를 11월에 제대하면, 이듬해 1월에 변호사시험이 있다. 그러면 한 달 뒤에 변시가 있는데 이 사람은 사실상 (제대하는 해와 이듬해 시험을 볼) 두 번의 기회가 날라 가는 것”이라며 “그러니까 사실상 병역의무이행 기간을 둔 것은 헌법에서 병역의무 때문에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규정 때문에 명문화했을 뿐이지, 병역의무이행을 한 자가 역시 동일하게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편 정형근 교수는 “예비시험의 도입은 변호사시험 응시기회를 박탈당한 자의 구제책이 될 수 없다”며 반대했다.

정형근 교수는 “결론적으로 응시기회제한 조항은 폐지돼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정 교수는 “변호사 역시 법관과 동일하게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대해서 인권을 옹호해야 될 입장에 있기 때문에, 이 사람들을 로스쿨 졸업하자마자 5년 안에 시험을 보지 못하면 전부 아웃(OUT) 시키는 것은 다른 시스템하고도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29일 변협 토론회장 앞에 놓은 표지판들
29일 변협 토론회장 앞에 놓은 표지판들

헌법재판소는 2016년, 2018년에도 변호사시험법 제7조 응시기회제한 조항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렸다. 현재도 헌법재판소에 여러 건의 헌법소원심판청구 사건이 계류 중에 있다.

헌법재판소는 “변호사시험에 무제한 응시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인력 낭비, 응시인원의 누적으로 인한 시험 합격률의 저하 및 법학전문대학원의 전문적인 교육효과 소멸 등을 방지하고자 하는 공익은 청구인들이 더 이상 시험에 응시하지 못해 변호사를 직업으로 선택하지 못하는 불이익에 비해 더욱 중대하다”며 “따라서 위 조항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정 교수는 “저는 주위적 주장으로 (응시제한) 제도가 신속하게 폐지돼야 한다고 보지만, 예비적으로는 (5년) 응시기간의 제한이라도 신속하게 헐어내야 된다”면서 “어떤 제도를 정립해 놓고 잘못됐으면 신속하게 수정하고 고치는 것이 정말 올바르고, 또 법조인이 되고자하는 청년들에게 기성 법조인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제시했다.

특히 정형근 교수는 헌법재판소를 강하게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정 교수는 “헌법재판소에서 (응시제한) 제도가 합헌이라고 제시하는 논거들이 있다”며 “그런데 그 논거는 법무부에서 변호사시험법을 만들면서 응시기회제한의 입법취지를 만들며 국회에 낸 내용 그대로 헌법재판소가 복사해서 그대로 붙여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형근 교수는 “최고의 헌법재판기관이고, 단심제고, 헌재서 한 번 결정하면 불복할 길도 없는데, 법무부에서 입법취지로 만들어 놓은 것을 그대로 복사해 붙여서 이게 합헌결정이라고 낸다는 것은, 저와 같은 법조인 입장에서는 ‘그러면 헌법재판소는 무엇을 고민하고 꼼꼼하게 따져 봤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돌직구를 던졌다.

정 교수는 “법리적인 수준면에서도 저는 합헌 결정이 매우 법리오해로 가득 차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그는 “법무부 검사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 매우 훌륭하지만 그 당시 입법취지와 지금의 현실을 봐야지, 헌재의 판시사항을 보면 ‘의사, 약사는 낭인이 없다. 그런데 변시 제도는 낭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 근데 변시가 시행된 지 8회고 내년이 9회다. ‘낭인 문제가 있느냐, 그렇지 않다’ 그런데 지금 낭인문제가 가득해 이것을 도입할 수 없다는 것은 헌법재판관들도 사법시험 출신들이기 때문에 (사시낭인) 사법시험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성 법조인들이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회사 하는 이찬희 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

한편, 이날 이찬희 변협회장이 참석해 개회사를 하며 토론회를 열었다. 이 변협회장은 주제발표와 토론 그리고 이어진 플로어토론까지 진지하게 경청했다.

토론회 사회를 진행하는 허윤 변협 수석대변인.
토론회 사회를 진행하는 허윤 변협 수석대변인.

토론회 사회는 허윤 대한변협 수석대변인이 맡았고, 좌장은 조희문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진행했다.

토론회를 진행하는 조희문 좌장

토론자는 류하경 변호사, 이석원(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채윤경 기자(JTBC), 정재욱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교육이사)가 참여해 변호사시험 응시제한제도의 위헌성과 변시응시제한 자가 처한 상황, 그리고 바람직한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해 의견을 발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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