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신종철 기자]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을 역임한 정형근 교수가 29일 이찬희 변협회장에게 “오탈자 토론회를 적극적으로 주최해 준 것은, 정말 이익단체의 수장으로서가 아니라 순순한 법률가로서의 올바른 조치”라며 높이 평가하면서,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서는 쓴소리를 내 눈길을 끌었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한변호사협회가 이날 오후 3시 서울 역삼동 대한변협회관 대강당에서 개최한 ‘변호사시험 응시제한(오탈)제도 필요한가’ 토론회에 주제발표자로 참여해서다.

좌측부터 정재욱 변호사, 류하경 변호사, 채윤경 기자, 정형근 교수, 이찬희 변협회장, 조희문 교수, 이석원님, 허윤 변협 수석대변인
좌측부터 정재욱 변호사, 류하경 변호사, 채윤경 기자, 정형근 교수, 이찬희 변협회장, 조희문 교수, 이석원님, 허윤 변협 수석대변인

먼저 변호사시험(변시)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법전원)을 졸업해 석사학위를 취득했거나, 취득할 예정인 자는 5년 이내에만 응시할 수 있다. 로스쿨 졸업 후 5년이 지나면 변호사시험에 단 한 번도 응시하지 않았더라도 응시자격이 박탈된다. ‘로스쿨 졸업 후 5년 내 변호사시험 5회 탈락’ 하면 법조인이 될 수 없는 시스템이 이른바 오탈자제도다.

29일 변협 토론회장 앞에 놓은 표지판들
29일 변협 토론회장 앞에 놓은 표지판들

주제발표자로 나선 정형근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사실 이런 (오탈제도) 토론회는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쪽에서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야 될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의회에서)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고, 심지어는 여기에 토론자 한 사람도 로스쿨 교수 중에서 보내지 않았다”며 “그 만큼 관심이 없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국에 25개 법학전문대학원이 있다. 이들 25개 법학전문대학원 원장들이 모여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로스쿨협의회)를 구성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제발표하는 정형근 교수
주제발표하는 정형근 교수

정형근 교수는 제34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24기를 수료하고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2009년 로스쿨이 도입되면서 경희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정 교수는 특히 경희대 로스쿨원장으로서 로스쿨협의회의 일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런 정 교수의 이런 쓴소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형근 교수는 “왜 관심이 없을까요?”라고 반문하며 “그것은 합격률로 인한 (각 로스쿨의) 성적, 등수 매겨지는 것 때문에 그렇다”고 진단했다.

그는 각 대학 로스쿨이나, 로스쿨협의회에서 오탈자 구제방안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이유를 짚어줬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 교수는 “(로스쿨) 졸업생들이 (오탈제도로) 5년 정도 지나서 (변호사) 시험계로부터 떠나야지, 그렇지 않고 (불합격자들이) 계속적으로 시험 보면서 합격률을 잡아먹으면 학교의 대외적인 평판도 낮아지고, 교육의 성과도 안 난 것처럼 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로스쿨 쪽에서는 그런 기류가 강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 같다”고 봤다.

예를 들어 A대학 로스쿨 출신 졸업생들이 변호사시험에 계속 떨어지면 당연히 누적 불합격자들이 많아지게 되고 결국 A로스쿨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A로스쿨의 교육성과가 불신 받고, 평판에도 흠집이 생긴다는 취지다. 따라서 각 로스쿨 입장에서는 만년 불합격자들이 오탈제도로 떨어져 나가야 한다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정형근 교수는 “(이찬희) 변협회장님도 지적한 것처럼 (로스쿨) 재학생들 역시도 경쟁률 강화 때문에 그런 거 같다”고 말했다. 이날 이찬희 변협회장은 “로스쿨 재학생들은 지금 오탈자 문제에 해당되는 분들에게 다시 응시기회를 주면 본인들의 경쟁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오탈자 구제에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고 봤다.

정 교수는 또 “지금 (변호사시험) 응시자 3200~3300명 중에서 (합격자) 1500~1600명 정도를 선발하는데, 만약 응시자가 4000~5000명으로 늘어나면 아무래도 ‘절반은 합격시켜야 되지 않느냐’라는 요구가 있기 때문에 합격자가 2000명대로 올라간다”며 “현직 변호사들 입장에서도 (오탈자 구제에) 반대할 만한 충분한 논거가 된다”고 봤다.

이찬희 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

이 자리에서 이찬희 변협회장은 “변호사들은 기본적으로 변호사 숫자를 늘리는 것에 대해서 아주 민감하게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협회장은 “(변호사시험) 합격하기 전하고, 합격하고 불과 1년 사이에 입장이 완전히 변한다”며 “(로스쿨 재학생들은 변시의 높은 합격률을 요구하다가) 막상 변호사업계에 나와 보면, 오히려 로스쿨에서 어렵게 공부한 변호사들이 법률시장에 나와서는 변호사 숫자를 줄여야 된다는 더 강한 목소리를 낸다”고 전했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형근 교수는 “그렇지만 그것은 (각자의 입장에서) 현실적인 필요성이고, (오탈자) 이 제도가 갖는 위헌성 문제점에 대해서 법률가의 입장에서 토론해 보자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협회장님이 이 토론회를 적극적으로 주최해 준 것은 정말 이익단체의 수장으로서가 아니라 순순한 법률가로서의 올바른 조치라고 생각해 매우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이찬희 변협회장을 호평했다.

이찬희 변협회장(좌)과 정형근 경희대 로스쿨 교수
토론회 시작 전 인사 나누는 이찬희 변협회장(좌)과 정형근 경희대 로스쿨 교수

정 교수는 “저도 수없이 많은 주제발표를 해서 편하게 임하는데, 오늘은 매우 무거운 문제라 오면서도 긴장되고 그렇다”며 “이 문제는 왜 무거운가 하면, (오탈자들) 개개인의 인생이 달려있기 때문에 그렇다”며 오탈자들을 배려하는 마음자세를 내비쳤다.

한편, 이찬희 변협회장은 개회사에서 “사실 (오탈자는) 무거운 주제다. 저희가 오늘 다 해결할 수도 없는 주제인 것도 분명한데, 조금 더 많은 분들의 관심 속에서 토론회가 개최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찬희 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

이 변협회장은 “로스쿨이 2009년 도입돼 10년이 넘었는데, 문제점들도 한 번은 되짚어볼 때가 됐고, 그중에 한 문제가 바로 오탈자 문제”라고 꺼냈다

그는 “이제는 (로스쿨) 문제의 상처를 수술하지 않으면 죽을 수 있는 그런 단계에 진입했다고 봐서, 그런 문제점들에 대한 수술이 필요하다”고 진단하며 “그래서 오늘 그 일환으로써 오탈자 문제가 제기돼 토론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찬희 변협회장은 “개인적으로는,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있다”면서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높이면 된다. 합격률을 80~90%로 높이면 오탈자 문제라는 게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이찬희 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

특히 이 변협회장은 “(토론회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오늘 정말 어려운 결단을 해주셨다. 여기 나와서 말씀하시면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더 높다. 왜냐하면 변호사들은 기본적으로 변호사 숫자를 늘리는 것에 대해서 아주 민감하게 반대할 것이고, 또한 로스쿨 재학생들은 지금 오탈자 문제에 해당되는 분들에게 다시 응시기회를 주면 본인들의 경쟁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반대하고), 또한 어떤 익명사이트에서는 오늘 발표하신 분들에 대한 비난이 계속될 지도 모르는데도 불구하고 (참여해 주셨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토론회 사회를 진행하는 허윤 변협 수석대변인.
토론회 사회를 진행하는 허윤 변협 수석대변인.

이찬희 변협회장은 그러면서 “오늘 토론회를 이끌어 주실 조희문 교수님, 주제발표 정형근 교수님, 열띤 토론을 해주실 류하경 변호사님,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의 이석원님, 대한변협 제2교육이사인 정재욱 변호사님, 채윤경 기자님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일일이 호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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