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신종철 기자]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은 29일 변호사시험 응시제한제도 이른바 ‘오탈자’와 관련해 “이 문제를 쉽게 해결하는 방법은,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80~90%로 높이면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2018년도 49.35%, 2009년에는 50.78%였다.

이찬희 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

이 변협회장은 “오탈자를 해결할 방법으로는 입구를 좁히고 출구를 넓혀서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높이는, 그래서 시험을 치르는 사람들이 거의 합격하되 시험을 치르는 사람의 숫자를 줄이는 방법이 있다”고 제시했다.

그는 “이것은 순전히 변협회장으로서가 아니라, 변호사 이찬희로서의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전제하면서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졸업해 석사학위를 취득했거나 취득 예정자는 변호사시험(변시)에 5년 이내에만 응시할 수 있고, 5회 응시기회가 있다. 이렇게 5년 내 5회 시험에서 합격하지 못하면 한국에서는 법조인이 될 수 없는 이른바 ‘오탈자’가 되는 것이다.

좌측부터 정재욱 변호사, 류하경 변호사, 채윤경 기자, 정형근 교수, 이찬희 변협회장, 조희문 교수, 이석원님, 허윤 변협 수석대변인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역삼동 대한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변호사시험 응시제한(오탈) 제도 필요한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회사를 위해 단상에 선 이찬희 변협회장은 준비한 원고 없이 자신의 소신을 차분히 밝혔다.

이찬희 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

그는 “사실 (오탈자는) 무거운 주제다. 저희가 오늘 다 해결할 수도 없는 주제인 것도 분명한데, 조금 더 많은 분들의 관심 속에서 토론회가 개최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 변협회장은 “로스쿨 도입에 따른 순기능을 정말 많이 꼽을 수 있다. 우리사회에 변호사가 많아지고, (변호사들이) 다양한 영역에 진출하고, 국민들에게 다가갔다는 점에서 로스쿨의 순기능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로스쿨이 2009년 도입돼 10년이 넘었는데, 이제 문제점들도 한 번은 되짚어볼 때가 됐고, 그중에 한 문제가 바로 오탈자 문제다”라고 꺼냈다.

이찬희 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은 “(로스쿨 도입) 초반에는 로스쿨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어도, 자제하는 측면이 강했다. 왜냐하면 로스쿨이 그렇게 문제가 많으면 사법시험을 존치하면 되는데, 뭐 하러 로스쿨을 같이 투트랙으로 가려고 하느냐라는 비난이 쏟아질 것 같아서 한 동안은 문제가 있는 걸 알면서도 그냥 지나왔다”고 말했다.

이 변협회장은 “그런데 이제는 그 (로스쿨) 문제의 상처를 수술하지 않으면 죽을 수 있는 그런 단계에 진입했다고 봐서, 그런 문제점들에 대한 수술이 필요하다”고 진단하며 “그래서 오늘 그 일환으로서 오탈자 문제가 제기돼 토론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찬희 변협회장은 “개인적으로는,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있다”면서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높이면 된다. 합격률을 80~90%로 높이면 오탈자 문제라는 게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이찬희 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

이 변협회장은 “그런데 그렇게 되면 (변호사시험) 합격하기 전하고, 합격하고 불과 1년 사이에 입장이 완전히 변한다”며 “(높은 합격률을 요구하던 로스쿨 학생 때와 달리) 막상 변호사업계에 나와 보면 ‘아니 이게 오히려 저주다. 차라리 학생 때가 행복했다’는 말들이 나오고, 오히려 로스쿨에서 어렵게 공부한 변호사들이 법률시장에 나와서는 변호사 숫자를 줄여야 된다는 더 강한 목소리를 낸다”고 전했다.

그는 “그래서 모든 것의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합격률을 높이는 것인데, 합격률을 높인다고 하면 이미 법률시장이 포화상태에 있는 기존 변호사들의 반발로 쉽게 도입될 수 없다”며 “그 변호사들의 입장 또한 존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찬희 변협회장은 “그래서 이것을 해결할 방법으로는 입구를 좁히고 출구를 넓혀서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높이는 그래서 시험을 치는 사람들이 거의 합격하되, 시험을 치는 사람의 숫자를 줄이는 방법이, 저는 하나의 아이디어로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변협회장은 “그것을 좁히기 위해서는 법학전문대학원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있어야 된다”며 “법학전문대학원 자체가 지금은 학교의 등급을 분류하는 학교 서열화의 하나의 기준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학교 스스로 쉽게 일본처럼 로스쿨 설립인가를 반납하거나, 스스로 학생을 모집하지 않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한국과 일본을 비교했다.

그는 “그러면 대한변협과 같이 이 분야에 대해서 가장 전문성이 있는 제3의 기관이 로스쿨의 입김을 배제한 상태로 25개 로스쿨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통해서 그 설립에 대해서 재인가라든가, 학교 운영의 존속 여부에 대해서 냉정한 평가가 있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꺼냈다.

이찬희 변협회장은 “두 번째는 그렇게 해서 설립인가가 취소된 로스쿨이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다리를 놓아 주어야 한다”며 “그 다리를 놓아 주기 위해서는 로스쿨에 투입됐던 비용의 상당부분을 보전한다든지, 법대를 다시 부활하는 것에 대한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는 결단이 있어야 된다”고 제시했다.

이찬희 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

이 변협회장은 “세 번째는 로스쿨 문제다. 로스쿨 문제를 누가 제일 잘 아느냐. 사법시험 출신들은 잘 모른다. 저는 박사과정을 로스쿨에서 했는데, 수박 겉핥기라고 생각한다”며 “진정으로 로스쿨을 아는 사람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단체가 여러 개 있다. 그 단체가 이 문제에 대해서 욕을 먹는 것을 두려워해서 아무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로스쿨 사정을 가장 잘 아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그 여러 단체들이 이 (오탈자)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서, 후배들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찬희 변협회장은 “이것은 순전히 변협회장으로서가 아니라 변호사 이찬희로서의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오늘 토론회에서 더 많은 좋은 제안들이 나와서 그것이 대한변호사협회의 입장을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찬희 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

이 변협회장은 “(토론회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오늘 정말 어려운 결단을 해주셨다. 여기 나와서 말씀하시면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더 높다. 왜냐하면 변호사들은 기본적으로 변호사 숫자를 늘리는 것에 대해서 아주 민감하게 반대할 것이고, 또한 로스쿨 재학생들은 지금 오탈자 문제에 해당되는 분들에게 다시 응시기회를 주면 본인들의 경쟁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또한 어떤 익명사이트에서는 오늘 발표하신 분들에 대한 비난이 계속될 지도 모르는데도 불구하고 (참여해 주셨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오늘 토론회를 이끌어 주실 조희문 교수님, 주제발표 정형근 교수님, 열띤 토론을 해주실 류하경 변호사님,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의 이석원님, 대한변협 제2교육이사인 정재욱 변호사님, 채윤경 기자님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일일이 호명했다.

이찬희 변협회장은 이렇게 단상에 올라 즉석에서 의견을 제시했다.

이찬희 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

한편 토론회 자료집에 실린 이찬희 변협회장의 개회사를 살펴본다.

이 변협회장은 “법학전문대학원 제도는 사법시험의 폐단을 해소하고, 양질의 교육을 통해 경쟁력 있는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해 2009년 도입된 이래 시행 10년차에 접어들었다. 도입 당시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법학전문대학원은 1만여명의 법조인을 배출해 법률사무소는 물론이고 공공기관과 기업 등 사회 곳곳에 법치주의를 실현하며 법률서비스의 문턱을 낮추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한편으로는, 불완전한 상태로 출발한 제도가 가지는 한계로 말미암아 여러 문제점들이 노출되고 있다”며 “특히 변호사시험이 합격자수를 통제하는 정원제 선발시험 형태로 운영되면서 합격률이 50% 미만으로 감소됐고, 변호사시험 5년간 5회 응시제한으로 시험 응시기회를 소진해 더 이상 시험을 볼 수 없는 사람의 수 또한 최소 678명으로 증가했다”고 짚었다.

이찬희 변협회장은 “‘변호사시험 응시제한제도’는 무제한 응시에 따른 국가 고급인력의 낭비를 막고 응시인원 누적으로 인한 시험합격률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다”며 “그러나 이는 변호사응시제한자들의 직업선택의 자유, 공무담임권 등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점에서 위헌 논란이 제기됐으며, 현재는 임신, 출산사유를 가진 여성에 대해서도 응시기간제한의 예외를 인정하자는 입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협회장은 “이에 변협은 토론회를 통해 변시응시제한자들의 사회 진입을 돕는 한편, 나아가 응시제한 예외 인정의 폭을 넓히고 가칭 응시구제위원회 기구 설치 등을 통해 응시제한제도가 개선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함께 검토하고자 한다”며 “응시제한제도의 면면을 들여다보며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합리적 개선안을 모색하는 이번 토론회는 매우 의미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찬희 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

이찬희 변협회장은 끝으로 “법조인을 꿈꾸며 젊음을 바쳐 공부에 매진하는 청년들의 노력이 그 가치를 인정받고, 법학전문대학원 제도가 본연의 취지를 살려 교육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대한변호사협회는 앞으로도 다양한 목소리에 경청하며 성실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찬희 변협회장은 발표자와 토론자들의 발표는 물론 예정된 토론시간이 지나서 이어진 플로어토론까지 진지하게 경청했다.

토론회 사회를 진행하는 허윤 변협 수석대변인.
토론회 사회를 진행하는 허윤 변협 수석대변인.

이날 토론회에서 허윤 대한변협 수석대변인이 사회를 맡았고, 토론회 좌장은 조희문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진행했다.

채윤경 기자, 조희문 교수, 정형근 교수(우)
채윤경 기자, 조희문 교수, 정형근 교수(우)

주제발표자는 변호사인 정형근 경희대 로스쿨 교수가 참여해 ‘변호사시험법상 응시기간 및 응시횟수의 제한 제도의 문제점과 대책’에 대해 발표했다.

토론자는 류하경 변호사, 이석원(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채윤경 기자(JTBC), 정재욱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교육이사)가 참여해 변호사시험 응시제한제도의 위헌성과 변시응시제한 자가 처한 상황, 그리고 바람직한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해 의견을 발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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