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신종철 기자] 인터넷언론사에 대해 선거 90일 전부터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 명의의 칼럼 등을 게재하는 보도를 제한하는 규정은 헌법에 어긋나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의 판단은 시기제한조항이 표현의 자유뿐만 아니라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모 정당의 공동운영위원장인 A씨는 2014년 12월부터 2016년 1월까지 B인터넷언론사에 자신 명의의 칼럼을 게재했다. A씨는 2016년 실시될 20대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예비후보자로 등록했다.

그런데 인터넷선거보도 심의위원회는 B인터넷언론사에게 A씨 명의의 2016년 1월 20일자 칼럼이 선거일 전 90일부터 제한하고 있는 후보자 명의의 칼럼을 게재한 것으로서 공직선거법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공정보도 협조요청’을 했다.

이를 전해 듣고 칼럼 게재를 중단한 A씨는 “인터넷언론사에 후보자 명의의 칼럼 등을 게재하는 것을 제한하는 근거규정인 공직선거법 등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2016년 2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훈령인 심의기준 규정은 ‘인터넷언론사는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후보자 명의의 칼럼이나 저술을 게재하는 보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8일 A씨가 인터넷선거보도 심의기준 규정상 시기제한 조항 등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며 제기한 위헌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6(위헌) 대 3(합헌)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이 조항이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먼저 “이 사건 시기제한조항의 입법목적은 인터넷 선거보도의 공정성과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므로,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시기제한조항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적합한 수단”이라고 봤다.

그러나 다수(6명)의 헌법재판관들은 “시기제한조항은 해당 선거보도가 불공정하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이를 불공정한 선거보도로 간주해,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지 않는 보도까지 일률적으로 광범위하게 제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기제한조항은 후보자 명의의 칼럼 등이 선거나 정치적 의사표현과 상관없거나, 대중이 중요하게 관심을 기울이는 사안으로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도 칼럼 등의 게재를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는 선거보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는 대신 인터넷 선거보도 심의 제도를 통해 선거보도의 공정성을 심의해 사후적으로 교정하는 공직선거법의 규율체계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수의 헌법재판관들은 “공직선거법상 인터넷 선거보도 심의의 대상이 되는 인터넷언론사의 개념은 매우 광범위해 관련 법제상 언론기관으로 분류되지 않은 다수의 인터넷 홈페이지도 공직선거법상 규제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따라서 시기제한조항이 정하고 있는 일률적인 규제가 광범위한 인터넷언론사의 개념과 결합될 경우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 제한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고 봤다.

또 “공직선거의 후보자 또는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이 선거에 임박한 기간 동안 인터넷언론사에 자신의 명의로 칼럼 등을 게재해 선거운동에 탈법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할 필요성은 인정된다”면서도 “그러나 이미 공직선거법에서 언론기관이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이를 통해서도 이 조항들의 입법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수의 헌법재판관들은 “시기제한조항은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지 않는 보도까지 광범위하게 제한하고 있는 반면, 시기제한조항의 내용이 인터넷언론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어 그로 인해 달성되는 공익의 수준은 그리 높지 않다”며 “그러므로 시기제한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원칙에도 반한다. 결국 시기제한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소

◆ 이선애ㆍ이종석ㆍ이영진 재판관의 합헌 반대의견

세 재판관들은 “시기제한조항은 선거와 관련한 민감한 시기에 인터넷언론사에 대한 후보자 사이의 불균등한 접근가능성이나 노출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인터넷 선거보도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서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내용과 무관하게 언론에 후보자의 이름이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득표율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들이 있고, 후보자의 언론 등장은 유권자에게 단순한 친밀감을 주는 차원을 넘어 정치적 지지를 강화하게 하는 효과까지 있다고 한다”며 “하나의 분야에서 전문성이 있다고 평가되면 다른 분야에서도 전문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후광효과이론이나, 후보자의 예능프로그램 출연만으로도 유권자의 신뢰가 쌓인다는 연구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후보자가 직접 작성한 칼럼 등이 인터넷언론이라는 공기(公器)에 담기게 되면, 그 내용이 어떤 것이든, 정치와 무관한 분야에 관한 것이거나 심지어 감성에만 호소하는 것일지라도 유권자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강화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따라서 선거보도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인터넷언론이 후보자 이미지 강화효과를 특정 후보자에게만 부여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세 재판관들은 “선거와 관련이 없거나 심지어 정서에만 호소하는 경우에도 후보자의 지지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상황에서, ‘선거와의 관련성’ 유무에 따라 규제하게 되면, 언론 노출만으로도 발생하는 후보자 광고라는 불공정한 효과를 방지할 수 없으며, ‘선거와의 관련성’이라는 매우 추상적이고 불분명한 기준으로는 선거보도심의위원회에 의한 자의적인 운용가능성을 방지할 수 없다”고 봤다.

또한 “이미 인터넷언론에 후보자의 칼럼 등이 게재돼 선거에 불공정한 영향을 미친 사후에 그 불공정한 영향을 제거 또는 교정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어렵다”며 “특히 선거일에 임박할수록 불공정한 영향력은 커질 수밖에 없는데, 이를 막을 수 없다는 점에서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세 재판관들은 “인터넷 환경에서 특정 성향의 인터넷언론사에서 특정 후보자의 칼럼 등을 게재해 발생하는 후보자간의 기회 불균등의 문제를 다른 매체를 통한 게재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선거를 앞둔 길지 않은 기간 내에 반론이나 토론 등과 같은 자율적인 방법에 의한 교정이 가능한지도 의문”이라고 봤다.

◆ 이번 판결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설명은?

한편, 헌법재판소는 “헌재는 시기제한조항이 특정 시기에 후보자 명의의 칼럼 등을 게재하는 보도가 공정한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광범위하게 제한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시기제한조항이 표현의 자유뿐만 아니라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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